영어는 현재 사실상의 국제 공용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경제, 사회, 문화, 학문, 기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영어는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요. 이러한 영어의 영향력을 잘 느낄 수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바로 광고 분야입니다.
아래 광고를 한번 보시죠. 이 광고는 독일 잡지 Der Spiegel(Spiegel은 독일어로 '거울'이란 뜻입니다.) 지에 실린 지면 광고입니다. Der Spiegel은 당연히 독일어로 되어 있는 잡지이고 주 구독층도 독일인들입니다.
일단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게 큰 글자로 되어 있는 문구들은 영어로 쓰였습니다. Global player 그리고 think on. Global player 밑에 작은 폰트로 ohne heimspiel?(홈경기 없이?)이라는 독일어 표현이 있습니다. 광고 속의 두 사람은 무언가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고 아이 앞에는 지구본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광고는 Altana라는 회사가 무언가 글로벌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내보내고 싶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분명히 영어가 그러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독일어보다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 같네요. 소위 말하는 글로벌 언어인 영어로 Global player라고 써야지 정말 글로벌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본 것 같습니다. 회사 슬로건 think on도 영어로 쓰여 있는데 정확한 의미가 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의미가 분명하지 않더라도 일단 독일어로 쓰기 보다는 영어가 더 낫다는 판단이었을까요?
다음 광고를 보겠습니다. Accenture라는 회사의 광고입니다.
위의 광고와는 다르게 가운데에 크게 독일어 표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ICH BIN DEINE IDEE (나는 당신의 생각입니다.) 이 회사는 미국에 기반을 둔 회사이지만 이 광고는 틀림없이 독일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른쪽 아래의 회사 슬로건은 비록 작은 폰트이지만 영어로 쓰여 있습니다. Innovation delivered. 왜 슬로건은 독일어로 쓰지 않았을까요?
세 번째 광고입니다. 시티즌 시계 광고입니다.
일단 가운데의 광고 문구는 다 영어입니다. Eco-drive, WHERE ENERGY MEETS THE FUTURE. 역시 영어 표현의 뜻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영어로 썼으니만큼 글로벌한 이미지의 전달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실제 이 시계의 기능과 관련된 부분은 Eco-drive 밑에 작게 독일어로 쓰여 있습니다. 독일어 문구는 '배터리를 교환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자잘한 기능 설명 보다는 영어 문구가 보여주는 느낌을 더 강조한 광고처럼 보입니다.
마지막 광고는 독일의 담배 광고입니다.
광고 아래쪽에 있는 독일정부의 건강에 대한 경고 문구를 제외한 모든 표현이 다 영어입니다. 국경을 넘어서 영어가 무언가 긍정적인 함축적 느낌을 전달한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쿨'하다고 본 걸까요?
우리나라 H자동차 회사는 TV광고 끝에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라는 슬로건을 내보냅니다.
그것도 원어민의 음성으로 말이죠. 원어민이 영어로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라고 하면 글로벌한 기업이 되는 거고 한국 성우가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한국어로 말하면 갑자기 내수 중심의 국내 기업이 되는 걸까요? 영어의 위력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영어의 지배를 그냥 당연한 것으로만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누가 영어로 인해 이익을 얻고 있고 누가 영어 때문에 주변으로 밀려나고 있는 지도 한번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매년 엄청난 금액의 돈이 토익 응시료로 지출되고 있는 데 그것은 과연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으며 왜 일정 주기로 토익 시험의 출제 형식이 바뀌면서 난이도 조절이 이루어지는 지, 정말로 한국 학생들과 직장인이 영어를 잘 하기를 바라고 그러는 건지 아니면 만족할 만한 점수를 얻지 못하게 해서 계속해서 응시를 하게 하려는 속셈인지...같은 문제 말입니다.
* 본문의 광고에 대한 내용은 스탠포드대학교 Peter Sells 교수의 논문 English as a Language for Global Communication and Interaction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