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5/16 16:19:43
Name 지니팅커벨여행
File #1 [목동]효천고_유승철.jpg (318.2 KB), Download : 95
File #2 [목동]용마고_이정현.jpg (285.6 KB), Download : 7
Subject [일반] [고교야구] 얼떨결에 방문한 목동구장 - NC, 기아 1차지명 후보 관찰기




0. 5년 만에 방문한 목동구장

금요일 회사에서 근무 중 갑자기 큰 아이가 갑자기 수족구에 걸렸다는 얘기를 듣고 계획하던 주말 나들이를 취소하였습니다.
얼른 낫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한결같지만, 유아들 사이에 전염성이 높은 병이다 보니 둘째와의 격리가 더 큰 화두로 다가왔죠.

토요일 아침 일어나기가 무섭게 어디로 가야할 지 고민하다가 결정한 것이, 아이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쪽이었습니다.
농구, 배구는 비시즌이고, 프로야구는 17시 시작이니 너무 늦고, 프로축구, K2, K3리그까지 뒤져 봤으나 어중간한 시간대(15시)에 가장 가까운 곳이 안양이어서 포기.

며칠 전 황금사자기 관련 뉴스를 들은 지라 검색해 보니 이거다 싶더군요.
시간대도 10시부터 4경기 연속, 게다가 프로야구 응원팀인 기아 타이거즈 산하(?) 고교야구팀인 효천고등학교의 경기가 12:30에 있었습니다.
아이가 TV로만 야구라는 것이 뭔지를 어렴풋이 알다가 직접 보면 얼마나 기뻐할 것인가!
..는 자기 만족을 위해 아이 핑계를;;

목동구장에서 점심거리를 사려고 했으나 식당이 핫도그집 달랑 하나에 음료 자판기 조차 없는 암흑지대에서 결국 핫도그 두개를 사가지고 경기장에 들어갔죠.
입장료 7천원.


1. 서울고 vs 제물포고

- [서울고 투수 강백호]
첫 경기인 서울고 vs 제물포고 경기 중이었고, 8:1에 제물포고의 8회말 공격이었습니다.
올해 만화 주인공 같은 출중한 실력으로 서울권 최대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농구선수.. 아니 야구선수 강백호가 마지막을 던지고 있더군요.
역시나 8회를 마무리하면서 콜드게임 승리를 거둡니다.

잠깐이지만 강백호의 자신감 있는 투구는 단 1회를 봤음에도 인상적이었어요.
야구를 잘 모르는 사회인야구 7년차 초보의 관점에서도 제구력과 구위를 모두 갖췄다고 판단할 수 있는 선수였습니다.
두산, 넥센, 엘지 중 어느 팀이 우선권을 가진 지는 모르겠으나 치열한 눈치싸움(또는 돈싸움)이 예상되네요.

서울고의 승리가 확정되자 응원석에서는 이 학교의 교가 제창이 이어졌고, 대다수는 선수단 가족들이었겠지만, 백발 중년의 어른들이 꽤 눈에 띄는 걸로 보아 젊은 시절부터 고교야구의 매력에 빠져 들었던 야구아재 또는 모교 출신의 동문 선배들로 보였습니다.


2. 효천고 vs 마산 용마고

- [마산 용마고 투수 이정현]
사실 과거 한기주, 김광현 같은 전국구 실력을 가진 선수들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는 느낌의 강백호 조차 서울권 최대어라 하지만 들어본 사람이 많지 않을 정도였으니, NC 다이노스의 팬이 아닌 이상 마산 용마고의 이정현이라는 선수를 알기는 더 쉽지 않았을 겁니다.
저도 처음 들어봤고, 그나마 지역연고 선수이니 순천 효천고의 유승철만 생각하고 관전에 나선 것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선수 제구가 장난 아니더라고요.
정 중앙보다는 약간 볼 같은 스트라이크를 곳곳에 찔러 넣으며 효천고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 세우길 반복.

잠깐 본 강백호와 비교를 하자면, 이 선수의 제구력이 더 뛰어나 보입니다.

- [순천 효천고 투수 유승철], 우익수 정 현
선발 투수는 강진호였고, 팬들 사이에서 이름이 알려진 유승철 선수는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습니다.
16강전에서도 강진호 선발에 유승철 구원이었는데 이날도 강진호가 선발 등판했습니다.

그런데 1회부터 볼넷, 안타 등으로 점수를 내주고 주자까지 남겨 놓은 상태에서 효천고가 투수 교체에 들어갔고, 드디어 유승철 등판.

연습 투구부터 남달랐습니다, 어마어마한 공을 뿌리더군요.
강타선의 용마고 선수들이 제구된 속구는 건드리질 못하고, 건드려도 죄다 파울...
하지만 투수로 전향한 지 얼마 안 된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투수 땅볼 병살에 실패, 한점 내주고 1회를 마무리.
2, 3회에도 들쭉날쭉한 제구를 선보이며 매회 실점을 이어갔고...
변화구가 밋밋하고, 속구와 변화구의 폼이 약간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속구는 반 이상 제구된다 치면 변화구는 전혀 제구가 되지 않아요
뛰어난 구위에도 평균자책점이 높은 이유와, 왜 강진호가 줄곧 선발로 나오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효천고는 마치 연고 지역 프로야구팀과 비슷하게 빈타에 허덕이더군요.
그나마 6번 타자 우익수 정현이 첫타석에서 손목힘으로 밀어친 우중간 장타가 위안이 되었지요.
3루까지 내달렸지만 아웃되고 말았는데 비디오 판정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할 정도로 안타까웠어요.
어쨌든 그 타구의 순간 만큼은 기아 타이거즈의 안치홍을 보는 듯했습니다.
특히 아웃된 것에 분에 겨워 일어나지 못하고(아마 약간의 부상이 있는 듯 했지만) 헬멧으로 바닥을 치는 모습은 나중에 큰 선수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6:0으로 지고 있는 효천고의 힘겨운 모습을 뒤로하고, 4회가 끝날 무렵 아들 녀석의 지루함에 못이겨 구장을 빠져나왔어요.


3. 후기

얼떨결에 야구장에 가서 생전 처음 고교야구를 직관하였는데, 꽤나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응원단이 선수들의 가족 중심으로 꾸려지고, 동문 출신으로 보이는 중장년 아저씨들이 곳곳에 보이는 것이 요즘 고교야구의 특징이 아닌가 싶네요.

입장료 7천원에 어느 자리든 앉을 수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매력이었습니다.
특히 테이블석과 스카우트석에도 갈 수 있었으니...

참고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인지, 외국인 2명이 스카우트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더라고요.
기분상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특이하게도 이정현 던질 때는 편하게 보다가 유승철 투구는 집중해서 보는 것 같았습니다.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저녀석 공이 어디로 갔나 못 찾을지 몰라... 인지)

언급한 네 명의 투수를 비교하자면, 강백호, 이정현, 강진호는 포수 미트에 '턱' 하고 꽂히는데 유승철은 '뻑' 하는 소리가 좌중을 압도했어요.
그런데 이러면 뭐합니까, 제구가 안 되어서 볼넷 주거나 얻어 터지는데...
마치 구속 올라온 양 모 선수의 지리 시절의 모습이랄까요.

용마고의 이정현 선수, 정말 좋은 선수입니다.
제가 그쪽 선수들은 잘 모르니 아마 NC 다이노스는 이 선수를 지명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만약 거른다면 2차 1순위 후보로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싶네요.

효천고의 유승철 선수는...
학교 선배인 이민우, 차명진과 같이 혹사를 당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150km/h를 뿌린다는 속구 하나만으로도 기아 타이거즈를 충분히 유혹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강속구 투수를 잘 관리해 온 기아의 전통(?)상 한승혁, 유창식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는다면, 홍건희 정도의 기대를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안목이 별로인 저는 홍건희의 가능성을 더 높게 봅니다만.


* 서울고 선수 강백호 기사
http://sports.media.daum.net/sports/baseball/newsview?newsId=20160514134939312

글쓰면서 기사 찾아보니 이 선수 아직 2학년이네요;;;
한국의 오타니 탄생하나요...


* 순천 효천고 유승철 16강 활약 기사
http://sports.media.daum.net/sports/baseball/newsview?newsId=20160513030507039


* 마산 용마고 이정현 4강전 승리 인터뷰
http://sports.media.daum.net/sports/baseball/newsview?newsId=20160516054535219

마산 용마고가 4강전에서 서울고를 물리치고 황금사자기 정상에 도전한다는 기사입니다.
동산고vs덕수고 승자와 내일(17일) 우승을 놓고 격돌합니다.

황금사자기 등판 추이를 보니 혹사가 다소 염려되네요.

마산 용마고의 황금사자기 우승을 기원합니다.
이래야 효천고 패배의 정신승리가 가능... ㅠ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5204 [일반] [스포] 주토피아 보고 왔습니다. [3] 王天君4728 16/05/16 4728 2
65203 [일반] [스포]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보고 왔습니다. [6] 王天君4212 16/05/16 4212 1
65202 [일반] [스포] 티파니에서 아침을 보고 왔습니다. [2] 王天君3711 16/05/16 3711 0
65201 [일반] 암살자 리신 [5] 모모스201311907 16/05/16 11907 7
65200 [일반] [고교야구] 얼떨결에 방문한 목동구장 - NC, 기아 1차지명 후보 관찰기 [26] 지니팅커벨여행7191 16/05/16 7191 1
65199 [일반] 팟캐스트 <그것은 알기 싫다>에서 피지알이 잠깐 언급됐네요 [65] 마티치12677 16/05/16 12677 4
65198 [일반] [정보 수정] 곡성 모든 떡밥 이야기글. [스포 대량 함유주의] [55] 애패는 엄마13405 16/05/16 13405 4
65197 [일반] (영화평 o, 스포x, 안본사람 대상) 곡성 얘기와 에반게리온 [41] 동네형7967 16/05/16 7967 0
65196 [일반] [정보] 코스모폴리탄 6월호 사은품 '챰' 증정 관련 정정 내용이 나왔습니다. [15] 마티치8882 16/05/16 8882 1
65195 [일반] [NBA] 플레이오프 2라운드 결과 및 컨퍼런스 파이널 대진표 [17] SKY926269 16/05/16 6269 0
65194 [일반] 은행 면접 후기 [7] 마제스티9219 16/05/16 9219 12
65193 [일반] [NBA] 휴스턴 로케츠의 영광의 순간 : Clutch City [5] 豚6926485 16/05/16 6485 1
65191 [일반] AOA 신곡, Good Luck 소감 [62] Leeka8862 16/05/16 8862 0
65190 [일반] 정상적인 언어 사용? [47] 삭제됨6023 16/05/15 6023 4
65189 [일반]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생물들, 동물들의 신비한 능력 [22] 모모스201313094 16/05/15 13094 19
65188 [일반] 최근 이력서를 작성하면서 느꼈던 점들 입니다. [27] 덧물9790 16/05/15 9790 4
65187 [일반] 치과의사의 미용치료? [74] 어니언갈릭파스타9814 16/05/15 9814 0
65186 [일반] 하늘바라기 [2] 좋아요4619 16/05/15 4619 3
65185 [일반] 퇴근하고 생긴일 [9] Redpapermoon5909 16/05/15 5909 7
65184 [일반] 하늘바라기와 우리 아빠 [11] 비익조5083 16/05/15 5083 2
65183 [일반] 용어의 한국어화에 대해서 [74] ohmylove9633 16/05/15 9633 3
65182 [일반] 한 달 만에 앱 개발을 마쳤습니다. [90] F.Nietzsche11479 16/05/15 11479 11
65180 [일반] 그녀는 어디에(이 글은 4월은 너의 거짓말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3] 말랑4801 16/05/14 4801 1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