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대학교 대나무숲(페이스북에 각 대학별 익명 게시판 같은 페이지. 주로 해당학교 학생들의 제보, 투고로 운영됩니다)에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난리가 났습니다. 저 파렴치한 놈은 누구냐고, 잡아 족쳐야 된다는 의견들부터 여성인권에 대한 왈가왈부까지 해당 글이 각 커뮤니티에 캡쳐되어 퍼져나가면서 여초커뮤니티에서도 몰려왔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실 관계 확인부터 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의견들은 제2의 성폭행이라는 의견과 비난이 빗발치면서 사라졌습니다.
결국 'X대 강간남' 이라는 이름이 실검에 뜨고 '추정되는' 남성의 신상도 털려 돌아다녔습니다.

이런 식으로 돌아다니던 사람만 제가 확인한 것만 한 3명정도 였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어제 새로운 글이 올라왔습니다.

...
거짓말이었지롱!
글에서 드러나는 몇가지를 보자면 이렇습니다.
1. 'XX대학교 오빠'라고 지칭하는 걸로 보아 해당 여성은 그 학교의 학생이 아님.
2. 그냥 좋아했던 오빠였는데 잘 안됨.
3. 나는 성폭행당했다고 한거 아님. 빡쳐서 쓴 글을 누가 나 몰래 각색해서 투고한 것임.
4. 근데 그 사람 신상은 욱해서 내가 유출한게 맞음(?) 근데 엄청 퍼지니까 무서워서 잠수탔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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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은 내려갔습니다만. 원본 글에서 난리치던 분들 중에 새로 올라온 글에서 사과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네요. 여전히 포털 사이트에는 'X대 강' 까지만 써도 'X대 강간남'으로 자동완성이 이뤄지고 있군요. 게시자와 페이지 관리자를 고소하지 않는 저 '오빠'는 보살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면 이야기가 더 퍼져나가기를 원하지 않는 강간피해자와 비슷한 심리일까요?
이걸 보면서 느낀건 꽃뱀을 비롯한 성폭행 모함은 현대 사회에서 남성에게 할 수 있는 최악의 범죄가 아닌가 싶습니다. 사회적으로 한 사람을 말살하는 꼴이나 다름없는 수준이라고 생각됩니다. 이게 실제로 아니라는게 밝혀졌어도, 그게 잘 알려지지 않거든요. (처음에 신나게 퍼나르면서 욕하던 사람들이 다시 소식을 올리면 본인이 멍청한 짓을 하고 다녔다는걸 퍼트리는 꼴이니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할 리가 없죠)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이 사람은 '그런 일'에 얽힌 사람으로 남아 버리겠지요.
또한 '고발자'의 사과문이 담고 있는 알량함에도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상대방은 평생을 주홍글씨를 달아야할텐데, '오해에요, 나 아니에요, 주변 사람들이 그런거에요,' 라는 소리를 익명 뒤에 숨어서 슬쩍 던져두고 도망가는 모습은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드네요.
'아몰랑'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