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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3/06 00:47:02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태조 왕건 - 마지막을 준비하는 최승우의 대사들
누군가가 통일을 할 것이고 이 삼한은 결국 하나가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열심히 머리를 싸매고 싸운 우리의 일이 한낱 기억에서조차 지워져 버릴 것이오. 결국 인생무상, 제행무상이 될 것이오.

이 최승우도 한때는 신라의 삼재라 하여 천재로 불렸소이다. 허허허. 그러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 구차한 삶이 끝났는지조차도 모를 수도 있다오. 도적의 이름으로 남는 것이, 그것이 두렵소이다.

외로우신 게야. 폐하께서 외로움을 타고 계시는 게야. 하지만 이제 그보다 더 큰 외로움이 기다린다는 것을 아시게 되겠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들고 있어. 모든 것이 다 돌이킬수 없는 곳으로 달려들어 가고 있어.

허허허허... 권력이라... 허허허허. 그래. 사람들은 그리 말할 수도 있겠지. 허나 그것들은 모두가 잠깐이라네. 본래 권력이란 주인이 없어. 오늘은 이 사람이 쥐었는가 하면 내일은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고, 그 다음은 또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 있지. 허허허허. 그것은 어느 한 쪽에 머물러 있는 법이 없다네. 그래서 권불십년이라는 것이야. 자, 어서 가세.

어디로라... 글쎄. 그 동네는 가옥에 번지수가 없어놔서 말이야. 아무 것도 더는 묻지 말게. 그저 짐이 많으면 버거워질 것 같아서 말이야. 남기지 않고 가는 것이 제일 행복한 것이라네. 먼 길을 갈 때는 무거우면 낭패가 아닌가.

본래 관료라는 것은 이미 출사할 때부터 자신이 어떻게 세상을 살 것이며, 또 떠날 것인가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네. 오늘이 그 날일세. 어서 가게, 여기 있으면 자네도 죽어.

이찬 어른께서 오셨사옵니까그려. 벌써 이 사람은 며칠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 별 말씀을. 언제 어떻게 가든 간에 사람이 세상에 한 번 왔으면 가는 것이 아니겠사옵니까.

어차피 처음 왔을 때부터 이 사람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었사옵니다. 백제는, 그리 오래 못 갈 것이옵니다. 모든 이치와 섭리가 그렇게 돌아가고 있사옵니다.

날씨가 차서 장졸들이 고생이 많을 것이옵니다. 이 사람 때문에 이 곳까지 왔으니 술이라도 한 잔씩 하고 가라고 술 몇 동이를 담아 놓았사옵니다. 내 초상날인데, 그래도 술은 있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

요즘 틈틈이 보고 있는 태조 왕건에서 후백제의 인물 최승우(전무송씨가 배역을 맡았습니다.)가 마지막을 준비하고 맞이하며 남긴 대사들입니다. 날은 따뜻해졌는데 갑자기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도 반나절 정도는 침대에 누워서 태조 왕건이나 보면서 시간을 죽였습니다.

태조 왕건을 보면 참 인상적인 배역들이 많습니다. 임팩트 있는 연기로 전반부, 후반부의 진 주인공 취급을 받는 궁예나 견훤도 있고, 주인공인 왕건도 있고, 왕건을 대신해 죽는 신숭겸이나 천재 최응도 있으며, 스스로 불에 걸어들어가 죽은 수달 장군(능창)도 있지요. 그런데 왜 제가 눈길이 간 것이 하필 최승우였을까요? 어쩌면 모든 이치와 섭리를 알면서도 끝까지 노력할 것은 노력하다가, 결국 다 받아들이고 의연하게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에 공감이 많이 가서 그런가 보고, 아니면 제가 지향하는 롤 모델과 가장 가까운 유형의 사람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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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06 00:48
수정 아이콘
왕건 진짜 잘 만든 사극이었죠.
진짜 한국에서 그 정도 스케일에 스토리에... 왕건만한 사극 아직도 없는 것 같습니다.
16/03/06 00:51
수정 아이콘
모티프는 역시 범증이겠지만 제갈량이 생각날수밖에 없는 마지막 모습이었죠.
정말 인상깊은 캐릭터였습니다
이치죠 호타루
16/03/06 00:53
수정 아이콘
안타까운 캐릭터죠. 모사재인 성사재천이라는 말이 이 사람에게 가장 잘 어울리지 싶네요.
세종머앟괴꺼솟
16/03/06 00:54
수정 아이콘
저도 기억이 나네요 지금 생각해도 캐릭터들 잘 살린 드라마였네요
무식론자
16/03/06 01:01
수정 아이콘
크으 다시 한번 보고 와야겠네요
수면왕 김수면
16/03/06 01:02
수정 아이콘
유튜브에서 태조 왕건 채널이 막혔던데 어떤 경로로 보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Ace of Base
16/03/06 01:02
수정 아이콘
저도 왕건에서 가장 기억나는 케릭터입니다. 물론 왕건 작가분들이 삼국지를 너무나도 정성스럽게(?) 모티브로 하여 제갈량 이미지와 너무 비슷하지만
그럼에도 몰입도는 시청률이 말해주죠 하하..
그 중에서도 최승우하면 공산전투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신라를 점령하러간 견훤이 마음 푹놓고 정자위에서 쉬고 있을때 최승우가 다가와 '성 하나를 내주고 한 나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라는 대사에 버럭 놀라는 견훤의 모습이 생각나네요. 그 뒤로는 그의 뜻대로..
아수라장
16/03/06 01:03
수정 아이콘
지금 생각해보면 삼국지에서 가져온 장면이 많이 보이긴하지만, 그래도 수작인 작품인건 분명한거같아요.
공유는흥한다
16/03/06 01:28
수정 아이콘
그놈의 신검이가 ㅠㅠ
또니 소프라노
16/03/06 01:51
수정 아이콘
또 졌어!!
16/03/06 11:50
수정 아이콘
으잌크크크킄크크크크크크크크
하고싶은대로
16/03/06 01:28
수정 아이콘
신숭겸 관우 박술희 장비 최수종 유비 이런 느낌이였던거 같네요
아자개가 특히 재밌었고
미카엘
16/03/06 08:37
수정 아이콘
비슷하긴 한데 왕건의 자체 지력?이 더 높은 것 같아요. 드라마에선 크크
꺄르르뭥미
16/03/06 02:06
수정 아이콘
추허조가 허망하게 드라마에서 하차한게 너무 아쉽죠. 후백제의 에이스이자 애술과 개그 콤비도 가능했을텐데
16/03/06 07:51
수정 아이콘
태조 왕건 참 좋은 사극이죠. 삼국지 뺐긴 부분도 좀 있지만(동남풍이라던가 동남풍이라더가...) 배우들 열연도 그렇고 전투신도 지금 사극보다 좋고
신기한게 같은 시기에 방영된 사극인 상도나 여인천하도 시청율은 잘나왔지만 태조 왕건 만큼 웹상에서 수많은 패러디를 만들지는 못 한걸 보면 배우들 연열이 진짜 대단했던 드라마였네요.
근데 궁예나 견훤은 많은 짤과 페러디를 양산했는데 정작 주인공인 왕건을 별다른 생각이 안나네요.
16/03/06 07:52
수정 아이콘
아자개 어르신 보고 싶네요
도로시-Mk2
16/03/06 10:12
수정 아이콘
확실히 범증이랑 비슷한 듯. 처음엔 주군에게 중용되어 잘 나가지만 뒤로 갈수록 말을 안들어서 말아먹는다는 점이...

항우: 내가 범증 말만 들었어도...

견훤: 내가 파진찬 말만 들었어도 이 모양이 되지는 않았을텐데...
페르펙티오
16/03/06 11:27
수정 아이콘
진짜 재미있게 봤던 사극이었죠..

물론 정통사극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사극의 한획을 그었다고 봅니다.

공산전투에서 평산신씨의 시조 신숭겸이 왕건을 대신하여 죽는장면도 정말 감동깊게 봤습니다.

동남풍 부분에서는 풉~ 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잘봤었고, 궁예 김영철은 거의 신드롬 수준이었죠..

삼국지를 모티브로해서, 잘 알수없었던 후삼국 시대를 재미있게 각색해나간것도 대단한것 같습니다.
치토스
16/03/06 19:41
수정 아이콘
태조왕건 정도면 정통사극으로 분류할수 있죠.
스파이어깨기
16/03/06 15:53
수정 아이콘
궁예의 종간, 견훤의 최승우... 대박 캐릭터였죠.
16/03/06 17:50
수정 아이콘
삼국지를 버무려서 여기 한 스푼 저기 한 스푼 식으로 잘 짬뽕해놨죠 (...) 이 장면만 봐도 최승우가 단순 범증 포지션 느낌은 아니구요.
닭장군
16/03/07 12:22
수정 아이콘
뭐 동남풍도 그냥 베낀건 아니고, 제갈량의 고사를 태평이 연구해서 비슷하게 따라한걸로 나오죠. 요는 제갈량이 요술을 부린게 아니라, 원래 그러한 때가 있는 것을 량이횽 알고 이용한 것이었다. 이 태평도 한번 그렇게 해보겠다~ 하는 내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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