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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2/08 00:01:40
Name jjohny=쿠마
Subject [일반] 버니 샌더스, 리버티 대학(보수 기독교 대학) 연설 영상 (한글자막 有)
세 줄 요약:
좌파의 아이돌이자 무신론자인 버니 샌더스가, 대표적인 보수 기독교 대학인 리버티 대학에서 '성경'을 인용하며 정의와 도덕을 소재로 연설을 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현대 자본주의 구조의 비도덕성'이 주된 논점이었습니다. 스포일러하는 것 같아서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겠습니다. 기사와 영상을 참고해주셔요.
너무 훌륭한 연설이기도 하고, 버니 샌더스 본인도 무신론자인 만큼 비기독교인 분들 보시기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아서, 여기에도 소개해봅니다.



연설 영상(한글자막)

(기독교 언론사인 '뉴스앤조이'가 이 영상을 통째로 번역해서 자막을 달아 두고 관련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아니라서 그런지, 전반적으로는 괜찮지만 군데군데 번역이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감안하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기사] 버니 샌더스 "정의란 받고 싶은 만큼 대접하는 것"
미국 리버티대학서 황금률 강조…"인간, 돈과 부 섬겨서는 안 돼"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01784

------- 아래는 쓸 데 없는 사족(...)입니다. ----------

미국 버지니아 주에 있는 '리버티 대학교'는 역사는 짧지만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기독교 대학교이며,
신학교만 있지 않은 종합대학이긴 하지만 보수적인 학풍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보수'는 일단 '신학적 보수'라는 의미이긴 하지만, 통계적으로 '신학적 보수'와 '정치적 보수' 간에 아주(...) 유의미한 연관관계가 있죠.
리버티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신학적으로도 굉장히 보수적이고, 정치적 이슈에서도 상당히 보수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한국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가 보수교단의 아이콘이지만, 미국에서는 '남침례교'가 보수의 아이콘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반면 미국장로교는 교단헌법을 개정하여 동성결혼을 인정하고 동성애자 목사도 인정하는 등, 한국의 예장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죠.
여기 리버티 대학은 남침례교에 '소속'된 학교는 아니지만, 성향은 거의 비슷한 곳입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아무튼, 리버티 대학은 매우 보수보수한 곳이며, 그것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 작년 가을 버니 샌더스가 찾아가서 27분간 연설을 하였습니다.

버니 샌더스와 리버티 대학교는 거의 모든 것이 상극입니다.
정치적인 스탠스도 그렇지만, 종교적으로도 '자유주의 기독교인'도 아닌 '무신론자'입니다.

연설을 시작하며 그는 '나는 여러분 대부분과는 달리 낙태와 동성결혼을 지지한다'라며,
'그러나 나는 토론의 가치를 믿으며, 우리가 어떤 지점에서는 대화가 통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라고 했습니다.

그는 연설 내내 성경과 기독교적인 가치들을 인용하며 현대 사회, 특별히 자본주의 구조가 얼마나 비도덕적인지를 생각해보자고 역설합니다.

개신교 신앙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보아온 어떤 버니 샌더스 영상에서보다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단지 그가 하는 말의 내용 때문은 아닙니다.

그는 자신과 정반대의 입장에 있는 이들에게, 그들이 가진 신념에 근거하여, 그들이 가장 익숙해하는 언어를 사용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던 어떤 모순적인 인식을 깨닫게 합니다.
바로, 끊임없이 기독교 윤리를 외치면서도 정작 구조의 비윤리성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바꾸려고 하지 않고, 그 구조에 안착하려고 하는 그 모순입니다.
그러나 '너희는 모순적인 사람들이야'라고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자'라며 친절하게 그들을 초대합니다.
이렇게 토론에 임하는 능력과 태도가 바로 버니 샌더스라는 사람의 중요한 강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몇 년 간 여러 기회를 통해 이러한 논지의 이야기들을 계속 접하게 되었고,
여전히 저는 성경을 믿는 보수적인 개신교인을 자처하지만 각론에서는 많은 부분 견해가 바뀌었습니다. 신앙적/정치적 스탠스 양쪽에서요.
이 영상을 보면서 그 몇 년 간을 떠올려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 영상에서 한 가지 재밌는 점은 바로 청중입니다.
연설 중간중간 버니 샌더스의 말에 박수갈채와 환호가 들려옵니다.
그러나 잘 들어보면, 공간을 꽉 채운 청중의 수에 비해서는 그 소리가 상당히 작습니다.
카메라는 종종 환호하는 청중과 그저 바라만 보는 관중을 동시에 잡아주는데, 아마 이런 장면이 실제 현장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었지 싶습니다.

환호하는 목소리는 적지만, 당당합니다.
낙태, 동성결혼 등 그 곳에서 질타받기 딱 좋은 이야기에도 거리낌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피력합니다.

적지 않은 수의 청중들은 저 메시지에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누군가는 치를 떨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은 어쨌든 자신과는 정반대 성향을 가진 연설자의 연설을 들으러 와서 연설장을 꽉 채웠고,
영상이 끝날 때까지 대부분이 자리에 앉아서 버니 샌더스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농담 반이지만, 만약 한국이었다면 '이 좌파 무신론자놈이 하나님의 대학에서 무슨 짓거리냐'라며 피켓이라도 들었을지 모른다는 상상도 듭니다.
실제로 간혹 이런 식의 사고가 발생하곤 하죠. 꼭 기독교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고 아무튼 이곳저곳에서요)

이 해석은 물론 제가 받은 느낌이고 제 멋대로 의미를 부여한 것이지만
아무튼 이러한 연설 현장의 분위기가 바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담론이 발전하는 하나의 중요한 축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민주주의에는 이러한 모습 못지 않게, 피터지는 싸움도 필요하겠지요.
둘 다 중요하지만, 한국에서는 제대로 성숙한 토론도, 제대로 피터지는 싸움도 보기가 어렵다는 점이 아쉽기도 하구요.



좌우간, 여러모로 좋은 영상이니 즐감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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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러퀸
16/02/08 00:18
수정 아이콘
확실히 '구조론적 모순'에 귀를 기울이는기독교 윤리관의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잘보았습니다~
하심군
16/02/08 00:51
수정 아이콘
그것은 알기 싫다의 프로듀서인 UMC가 한 말 중에서 제가 가장 동의하는 한마디가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자신이 거슬리는 사람의 주장을 띄꺼운 눈으로 바라만 보는 것이다'
요즘 들어서 우리나라의 상황이 안좋아서 그런지 UMC 본인은 그의 이 주장에 맞지않는 행보를 종종 보이지만 미국 시민들이 이것을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미국의 민주주의의 진정한 힘이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
싸움이야?나도끼어야지
16/02/08 00:52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도 좀 저런 연설정치좀 다시 했으면 좋겠네요. 내용이 꽤 좋군요.
점박이멍멍이
16/02/08 01:31
수정 아이콘
글쓴님 말씀대로 연설자, 청중 모두 많은 부분을 배워야할 것 같습니다.
'정의'에 대한 관점이 화자와 유사한 측면이 많아 그런지 연설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KBS1 동행이라는 프로그램을 가끔 보는데, 열심히 살려는 가족이 그리 노력해도 현상유지는 커녕 더 상황이 나빠지는 모습... 결코 개개인의 기부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않나싶습니다.
16/02/08 02:00
수정 아이콘
연설 정말 잘하네요. 큰 흐름부터 작은 단어선정까지 신경 안쓴부분이 없어보입니다.
jjohny=쿠마
16/02/08 02:16
수정 아이콘
본문에도 추가했는데요,
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아니라서 그런지, 전반적으로는 괜찮지만 군데군데 번역이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런데 동시에 전체 임금 중 58퍼센트가 상위 1퍼센트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에서 '임금' 부분은 'income'을 번역한 것인데, 이건 '소득' 혹은 '수입'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지 싶습니다.
(사실 상위 1퍼센트 분들은 임금 '따위'로 수입이 결정되지 않죠... 흑흑)

뭐 그래도 전반적으로 크게 엇나간 번역은 없지 싶습니다.
(혹시 있다면, 발견하신 부분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이쓴
16/02/08 10:11
수정 아이콘
동영상 정말 감명깊게 잘 봤습니다.
자잘한 번역인데요. 숫자에서 170 billion을 170조로 번역한거 같은데요. 17조가 맞는 번역 같습니다.
Legend0fProToss
16/02/08 02:56
수정 아이콘
멋지네요...
저렇게 말하는 버니샌더스나
그를 초청하고 연설을 듣고 있는
보수적인 기독교학교 모두요

번역부분은
숫자 단위가 말고 안되는게 좀 많네요 14분부터
1700억 달러 같은데 170조달러;
단위가 달라도 너무
45millon도 4500만명 이구요
16/02/08 02:58
수정 아이콘
제가 알기로는 리버티 대학교는 (대학교 치고는 조금 이상하게도) 정치인들이 와서 연설을 하면 학생들은 '의무' 참석입니다. 즉, 저기 와있는 학생들 중 박수 안 치는 학생들은 '오기 싫었는데 어쩔 수 없이 온' 경우일 것 같습니다. 아마 박수치는 학생들은 주변의 다른 학교에서 온 사람들 아닐까 싶고요. 샌더스 할아버지 연설은 멋있네요.
yangjyess
16/02/08 03:19
수정 아이콘
사실이라면 미묘하게 유게틱해지네요... 크
jjohny=쿠마
16/02/08 05:43
수정 아이콘
아...아니! 저의 포장질을 무력화시키시려는 검미까!!
16/02/08 07:37
수정 아이콘
http://www.msnbc.com/msnbc/bernie-sanders-speaks-liberty-university

찾아보니까 꼭 정치인이어서는 아니고, 일주일에 두 번 외부 연사를 초청해서 특강 비슷한 것을 하는데, 학생들은 의무 참석이라고 하네요. 저 학교는 테드 크루즈가 출마 연설을 해서 알게 되었는데, 재미있는 학교더라고요.
마스터충달
16/02/08 09:17
수정 아이콘
학창시절 채플이 생각나네요 크크크크
Judas Pain
16/02/08 03:14
수정 아이콘
제가 이해하기에 샌더스는 종교적인 사람입니다.

그건 그의 친지 가족이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와중에 모두 죽고 부친만 겨우 미국으로 빠져나온 명백한 유대인 혈통이라서가 아니라, 그의 인생 역정에서 일관적으로 엿보인 정의와 평화가 강처럼 흐르는 나라라는 비전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의 조상들이 주의 나라(말쿠스, 바실레이아)라고 부른 그 나라는 지상에 있었고, 없으나, 나타나고 있는 나라이지요. 또한 땅의 권세를 택한 유대인 그룹 AIPAC과 유대의 나라 이스라엘이 반기고 지지하지 않는, 아직도 방랑하는 유대인이란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말하자면 그는 외딴 버몬트의 광야에서 나와 금권숭배로 타락한 아메리카의 성소 워싱톤으로 향하는 민주사회주의의 선지자입니다.

물론 그는 버몬트의 시장과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을 성공적으로 역임하고 민주주의 미국의 행정과 선거와 정치에 숙달한 차안의 정치인입니다. 그의 정의는 부에 대한 정의론입니다. 다만 무엇이 그를 공화 민주 양당제 자본주의의 나라에서 무소속 사회주의자로서 평생을 정치에 이끌리고, 1% 이하의 승산으로 힐러리와 대권에 도전하게 했냐에 대해선 그리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미국 정서의 밑바닥을 파보면 성경에서 정의와 도덕의 관념을 찾으려드는 나라고, 그들에게 샌더스는 근대의 낯선 과격분자가 아니라 신화적으로 익숙한 아웃사이더일 수도 있겠지요.

+27분 경에 "정의와 도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바라보고 가난한 자와 서민의 편에 서는 용기를 내길 바랍니다"에서
"정의와 도덕의 사회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바라보고 가난한 자와 노동자(Working Class)의 편에 서는 용기를 내길 바랍니다"가 더 맞는 번역일 거 같습니다. 번역이 미묘하게 온건하네요.
jjohny=쿠마
16/02/08 05:48
수정 아이콘
아 마지막 부분 동감합니다.

중간에 '임금이 낮은 직장에 다니는 엄마가 아이를 낳고 생계를 위해 2주만에 아이와 떨어져 그 동늘 받기 위해 직장에 돌아가야 하는 상황은 정의가 아닙니다.' 라고 한 부분도,
'임금이 낮은 직장에 다니는 엄마' → '저임금 노동자 계층 엄마' 가 맞겠다 싶었습니다.

말씀드렸듯이, 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곳도 아니고 사회계열 언론사도 아니어서 이런 부분에서의 번역이 특히 좀 아쉽습니다. (종교용어 관련은 깔끔한 것 같지만)
16/02/08 19:36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자라는 단어가 왜 이렇게 급진적인 느낌을 주는지.. 씁쓸해요. 대부분의 국민이 노동자면서..
카시우스.
16/02/08 14:38
수정 아이콘
잘 보았습니다.

정의와 도덕이라면 좌우를 막론하고 공통적인 관심사이긴 하지만
복음주의 기독교 측과 비 신자들 사이에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메꿀 수 없는 갭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바로 그것의 주체와 방법에서요.
제가 알기로 복음주의 쪽은 [정의와 도덕을 이루는 것은 오직 신 혹은 교회여야 하며 인간이 이를 시도하는 것은 오만]으로 여긴다고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렇더라구요)
연설 자체는 양 측 사이에서 접점을 찾을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긴하지만.....저는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런 강연의 자리를 마련한 것 자체는 정말 좋아보이네요.
우리나라로 치면 총신대 강연에 무신론자 정의당 정치인이 연설을 한 격이니 말이죠.

그러나 저러나 복음주의 개신교가 주축인 학교에서 가톨릭 교황이 했던 말들을 강조하는게 약빨이 있을련지 잘 모르겠네요.크크
우리나라라면 역효과가 났을 가능성이 많을텐데 그쪽 사정은 좀 다르려나요?
서쪽으로가자
16/02/08 16:28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샌더스 연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건 처음인 것 같은데, 진정성, 간절함 같은게 느껴집니다. 응원합니다.
16/02/08 19:22
수정 아이콘
미국(+기독교)과 한국(+기독교)과의 분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영상이네요. 잘 봤습니다. 27분이나 되나요? 시간 순삭되네요;;
Around30
16/02/08 21:26
수정 아이콘
부럽네요. 오바마 직후에도 이러한 후보를 가진 미국이.
진보 보수를 떠나 일단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그리고 감동적입니다. 그렇기에 객관적으로 볼때 볼품없는 그의 외모에 후광이 비칠만큼 멋있습니다.
노무현의 야 이놈아 너는 뒤로 빠져라 급의 연설을 다시 한번 대한민국에서도 볼수 있을까요?
BetterThanYesterday
16/02/08 22:08
수정 아이콘
애초에 보수적인 학교나 진보적인 학교라는 말이 있는 것도 자유롭게 느껴지네요;;

우리는 학교에서 철저하게 정치적 중립 지키려고만 하지 생각을 드러내는 걸 극도로 피하니까요...

게다가 보수적인 학교에서 샌더스가 연설을 하도록 했다는 것도 신기하네요,,,

마지막으로 연설 정말 감동적이고 잘 봤습니다,, 미국의 민주주의 역사의 나이테를 보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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