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 자게에 얼마 만에 글을 쓰는지 기억도 잘 안 나네요. 뭔가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그냥
제가 제일 즐겨 찾는 사이트에서 축하받고 싶어서 용기내서 글쓰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드디어 제가 13년간 하던 지긋지긋한 pc방을 접고 지난 11월 10일에
책방을 개업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거의 사장된 도서대여점입니다. 자리가 많이 남아서 테이블은 몇 개 놨는데
다들 그냥 빌려 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네요.
책방은 정말, 정말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하고 싶었던 업종이었습니다.
이전에도 자영업을 하고 있었기에 대체로 단물 빠진 업종에 발 담그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라는 것은 알지만 사람이 살다가 한 번쯤은 남들이 다 말려도
그래도 꼭 하고 말겠다는 게 하나쯤은 있는데, 저한테는 그것이 이 일이었습니다.
아직 현수막도 못 달았지만 (지정된 장소는 순번이 있어서 언제 걸릴지 확실치가 않네요.)
대로변에 매장이 있다 보니 간판보고 오시는 손님들이 굉장히 밝은 표정으로
“그 동안 책방 없어서 섭섭했는데 너무 좋네요.‘ 하실 때마다 정말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무엇보다 pc방을 하면서 소음+손님들 함성, 욕지거리에 지쳐있었던 몸과 마음이 힐링 되는
느낌입니다.
한 가지 흠이라면 원 없이 만화책 보면서 딩가딩가 할 줄 알았는데 자잘한 일들이 많아서
아직 제대로 편하게 만화책을 읽지를 못했네요.
거기다가 코믹스 쪽, 일반 소설 쪽은 나름 알 만큼 아는데, 장르소설 쪽인
(장르소설이라는 표현도 우리나라에서만 특화된 것이지만)
판타지, 무협, 순정, 로맨스에 쥐약이라
손님들 취향 파악하면서 신간 선별하는 게 정말 힘듭니다.
어느 여자 손님은 조용하게 ‘19금 로맨스가 너무 없어요. 다들 그거 보는데’ 하는데
솔직히 충격 받았습니다. 제가 아는 로맨스란 샤방샤방하고 달달한 그런 건데
19금이라니..;; (이 말 듣고 매장이 비치된19금 딱지 붙은 로맨스 소설 살짝 봤는데 어후.. 수위가..)
주력을 코믹스에 염두에 두고 오픈했는데 생각보다 장르소설 쪽 손님이 많다보니
앞으로 공부해야 될 게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코믹스 추천해주면 다들 좋아하셔서
다행이긴 합니다.
세상에 처음부터 잘 하는 일이 어디 있겠느냐는 마음으로 느긋하지만 최대한 손님들
취향 고려하면서 잘 꾸려나갈까 생각 중입니다.
그냥 기분이 좋아서 너무 주절주절 했습니다. 어쨌든 정말 꼭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됐으니
많이 축하 좀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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