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을 쓰려면 우선 무엇이 라이트노벨(이하 라노벨)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게 먼저일 것 같지만...
일단 라노벨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브랜드에서 나온 라노벨 특유의 작은 판형으로 나온 책들을 라노벨이라
하기로 하고 글을 쓸게요. 혹은 라노벨을 쓴 적이 있는 작가가 쓴 다른 소설들도 언급할 수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래전에 샀던 서울문화사의 소설판 <명탐정 김전일>과 <웃지 않는 수학자> 가 인생 최초로
구입한 라노벨 같은데, 당시엔 라노벨이라는 용어가 없었던 시절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래도 책의 판형이나
중간중간 그림이 들어가는 등 라노벨의 시조격인 것 같고 요즘 라노벨과 같이 책장에 꽂아두면 다른 점을 찾
을 수 없어요.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의 경우 라이트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간혹 드
라마로도 만들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PGR 유게를 볼 때 앞에 '계층' 이라는 타이틀이 붙으면 십중팔구 이쪽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았죠. (글쓴이와 호응하시는 분들이 원작 라노벨의 팬인지 애니메이션의 팬인지는 모
르겠지만요! )
어쨌든 '요즘 서브컬쳐의 큰 축으로 자리잡은 라노벨을 한번 읽어보자' 라는 마음으로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알아보고 제 취향에 맞는 작품들을 추려보기 시작했지요. 지나친 모에화가 주 소재이거나 타겟 연령이 낮은
작품들보다 성인들이 봐도 재미있을 만한 작품들을 찾아보려고 노력했고, 또 제가 일본 추리소설을 상당히
좋아해서 그런 요소들이 있는 작품 위주로 고르고 골라 몇 작품을 읽어봤어요.
1. 미얄 시리즈 - 글 : 오트슨 / 그림 : INO / 출판사 : 시드노벨
국내 작가의 라이트노벨입니다. 가장 먼저 현재 나와있는 분량 전권을 구입한 시리즈네요. (아직 다 읽지는
않았다는 게... ) <미얄의 추천> , <미얄의 정장> , <허공말뚝이> 란 제목으로 나와있는 시리즈이고요.
뭐 일단 제가 이영도 작가를 매우 좋아하게 되면서 몇몇 판타지에 관심이 생겼고, 오트슨 작가의 <갑각 나비> 를
인상깊게 읽었었기 때문에 라노벨을 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읽어보려고 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됐네요.
확실히 국내 작가의 글이라 그런지 읽기도 쉬웠고 문장도 탄탄했습니다. 나름 탄탄한 구성과 복선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도 괜찮았고요. 하지만 한국적인 소재들을 결합시키면서 등장시키는 배경 등 판타지적인
요소는 조금 불만도 있었습니다. 세계관과 그 요소들의 정합성이 만족스러울 만큼 설명되어 있지 않은 부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서였죠. 아직 안읽은 부분이 더 많기도 하고 작가의 필력에 대한 기대가 아직 남아 있는 만큼
나머지 분량이나 차기작에 대한 기대는 가지고 있습니다! 또 허공말뚝이 시리즈는 다른 라노벨에 비해 책이 엄청
두꺼워서 주는 이상한 뿌듯함(?)도 주는 라이트하지 않은 작품... 500페이지가 넘기도 해요.
2.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 - 글 : 이루마 히토마 / 그림 : 히다리 / 출판사 : 학산문화사
위키의 책에 대한 각종 정보와, "공모전에 당선되지 못했지만 당선작과 함께 출판된 작품" , "신인 작가이기에
가능했던 충격적인 소재" 등의 홍보 문구에 끌려 본 책. 실제로 초반부터 흥미로운 전개로 작품이 시작되더군요.
추리소설에서 사용되는 트릭도 사용되고, 마을에 발생하는 납치와 살인 사건을 소재로 삼으며 범인을 숨기고 나
중에 밝히는 추리소설의 형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장르이기에 나름 재미있게 봤다고 말할 순
있지만,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는데 문장을 읽는 게 참 고역이었습니다. 아마도 번역자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노벨이 아닌 다른 일본 소설을 보면서 느껴보지 못한 불편을 처음 겪은터라, 라노벨은
번역자도 확인해야 할 필요성을 처음 느끼게 해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3. 반쪽달이 떠오르는 하늘 - 글 : 하시모토 쓰무구 / 그림 : 야마모토 케이지 / 출판사 : 학산문화사
제 취향이 왠지 아닐 것만 같은 작품이었지만 이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일단 읽어보기로 맘 먹고
읽었어요.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 병원에서 알게 된 소년과 소녀의 멜로물입니다. 다른 작품들보다 '장르적'인
요소가 가장 적었던 작품이었네요. 담백하고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할 만한 작품이죠.
4. 문학소녀 시리즈 - 글 : 노무라 미즈키 / 그림 : 타케오카 미호 / 출판사 : 학산문화사
이것도 추리소설! 일본은 자국의 문학과 책에 대한 애정이 많은 것 같아요. 추리소설이며 문학 작품의 내용이
사건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되어 추리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마지막에 나름의 반전으로 끝을 내는 작품이죠.
이것도 아직 전체를 다 보진 못했지만 매 권 비슷한 패턴으로 계속 진행되기에 뒤로 가면 뻔하다는 평도 있더군요.
뭐 저는 아직 읽지 않는 나머지 책들도 제가 좋아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기에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2009년에 '이 라이트노벨이 대단하다!' 1위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일본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라는 비슷한
이름의 추리문학 관련 순위도 나오고 있지요. 정말 다양한 문학상이 존재하는 일본.. 그런 부분은 참 부러워요.
5. 빙과 (고전부 시리즈) - 글 : 요네자와 호노부 / 출판사 : 엘릭시르
요즘 핫한 바로 그 작품이죠. 최근에 국내 정식 출간된 따끈한 소설입니다. 물론 애니메이션으로 접하신 분들이
훨씬 많을 것 같네요. 명대사 "와따시, 키니나리마스 (저, 신경쓰여요)" 를 탄생시킨 작품입니다.
분명 라노벨이긴 한데... 우리나라엔 라노벨스럽지 않은 판형과 가격으로 책이 나왔습니다. 저는 추리물이란
정보를 가지고 처음 접했기 때문에 살짝 실망한 감도 없지 않지만, 잔잔한 일상 추리물로서 편하게 읽기엔
괜찮은 작품인 것 같네요. 책으로는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크게 와닿지는 않았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보면 그런
부분이 더 부각이 되려나요? (유게를 보다가 간혹 애니를 보고 싶은 충동이 좀 느껴지는 작품... )
이미 고정팬이 많아서 국내 번역본의 '치탄다 에루 -> 지탄다 에루' 관련해서 말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죠.
6.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 글 : 미카미 엔 / 출판사 : 디앤씨미디어
흔한 양산형 라노벨을 쓰던 미카미 엔에 대한 인식을 단박에 바꿔준 작품! 이라고 하네요. 저는 다른 작품은
본적이 없고 비블리아 고서당 시리즈만 봤습니다. 이 책도 라노벨의 겉모습을 하고 있진 않아요. (표지의
예쁜 일러스트마저도...) 일본의 한 중고책을 판매하는 고서점이 주 배경이고, 책과 관련된 사건들이 발생하며
그런 일에 대해선 엄청난 통찰력을 발휘하는 여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물입니다. 매 에피소드마다
다루고 있는 문학 작품이 소제목으로 사용이 되고, 읽다보면 그 소개된 작품도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
문학소녀 시리즈와는 느낌이 좀 달라요. 고전부 시리즈 같은 일상 추리물 같으면서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좀 더 타이트하달까요. 엄청난 반전이나 서술트릭 같은 하드한 추리물을 좋아하는 저도 꽤 만족스럽게 읽었습니다.
일본에서 책에 대한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느끼게 해준 작품이에요.
(일본에서 책은 수백만권이 팔리는 베스트 셀러가 됐지만, 드라마는 최저시청률 기록을 깼다는 얘기가 있네요;;)
7. 기타 앞으로 볼 후보작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느끼지만 워낙 작품도 많고 제 취향이 아닐 것 같은 작품도 많아서 정말 신중하게 작품을
골라서 보고 있는데요. 하렘물이 어떻게 쓰여지는지 궁금하여...인피니트 스트라토스 같은 책도 구입했지만
아직 읽지는 않았네요. 그냥 애니로 볼 걸(...) 하는 생각도 들고요.
시간이 나면 읽어보려고 하는 후보작들을 몇 개 적어보자면...
- 늑대와 향신료
- 모노가타리 시리즈
- 하루히 시리즈
-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정도가 있네요. 혹시 추천하고 싶은 좋은 작품이 생각나시면 추천해주셔도 좋습니다!
애니화가 잘 된 작품이 있다면 애니메이션으로 볼 생각도 있어요.
이상 라노벨에 갓 입문한 유부남의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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