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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9/14 21:10:50
Name p21
Subject [일반] 뇌과학책들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 것들 (수정됨)
요즘 뇌과학책들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해보게 되는데,
어려운 부분은 스킵하고 제 사고틀로 받아들인 거니 
제대로 이해한 걸지는 미지수입니다 --;;;

글들을 하나하나 써보며 모아두고 있는데, 여기에서 더 보실 수도 있습니다.






자아는 뇌의 산물

내가 '나'라고 느끼는 '자아'는 뇌에 의해 만들어진 가상적 구성물이다.
외부의 신호는 감각기와 신경을 거쳐 뇌에 이르고,
뇌는 그 신호를 적당히 가공, 번역하여 자아에게 넘겨주는데,
이 번역된 신호는 감각기가 받아들인 실제 신호와 동일하지 않다.

가령 눈이라는 감각기가 620~750nm 파장의 전자기파를 받아들여 뇌로 전달하면,
뇌는 이 신호를 '빨간 색'이라는 신호로 번역하여 나(자아)에게 넘겨준다.
발에 레고가 박혔다는 신호를 뇌는 '통증'이라는 신호로 번역하여 자아에게 넘겨준다.

여기에서 '620~750nm 파장의 전자기파'가 빨간 색으로,
'레고가 발에 박힘'이 통증으로 번역되어야 할 필연은 없다.
(실제로 보통은 통증으로 번역될 자극이 어떤 상황에서는 쾌감이나 무감각으로 번역되기도 하고
다른 종의 동물들은 같은 파장의 전자기파를 서로 다르게 인식하거나, 아예 인식하지 못하기도 한다.)
즉, '빨간 색'이나 '통증' 같은 건 자연에 실존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자아와 소통하기 위해 임의로 생성해낸 신호이다.
인간의 뇌가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발달된 번역의 방식인 것이다.
(몸에는 이상이 없는데 계속 통증을 느낀다거나 하는 희귀질환 같은 것들도 이런 번역 시스템의 오류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보자면, '나'는 뇌가 만들어낸 매트릭스 안에 갇혀있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 여기에, '내가 이 버튼을 누르겠다'고 생각하기 10초 전에 
 이미 뇌는 그걸 누르겠다고 판단했다는 실험까지 생각해본다면,
 어쩌면 우리는, '자율적으로 생존하고 번식하며 유전자를 퍼뜨리고 있는 기계'인 몸 안에 갇혀있을 뿐인데
 내가 그 기계를 컨트롤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가 내 몸을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건 골격근 등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내 몸의 거의 대부분은 자율적으로 작동하고 있고, 
 생각조차도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뇌가 쉼없이 생성해내고 있고... )



사고는 원래 뇌의 기본 기능이 아니다

뇌는 애초에 '생각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단순한 동물이 운동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진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다.

먹이가 있으면 다가간다, 위험한 것에서는 멀어진다, 라는 식으로
자극 -> 반응 이라는 단순한 스위치 같은 신경망이 발전하며 뇌가 만들어진 것인데
이후에는, 예전의 경험을 저장하고 다음 행동에 활용하는 '기억'이라는 기능이 생겼고
더 나아가, 이 기억을 조합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예측하거나 상상하는 능력인 '사고'가 등장했다.

즉, '사고'라는 것은 원래의 뇌의 기능이 아니었고,
(좀 호들갑스럽게 말해본다면)
열심히 사고를 한다는 건 뇌를 일탈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뇌로 사고를 하게 되면서 
인류는 의미 중독, 불안, 죽음에 대한 자각 등 많은 고통과 부작용을 갖게 되었다.

인류는 사족보행에서 이족보행으로 진화하며 
척추 질환이나 출산의 고통 같은 새로운 문제들이 생겼고
우리는 이런 이족보행의 부작용을 
스트레칭이나 생활 습관 교정, 물리치료, 수술 같은 방식으로 관리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이족보행의 고통을 그렇게 관리하며 살듯이 
인류는 사고로 인한 고통을 관리하며 살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여러 학자들이 명상을 권하고
우울하거나 머리가 복잡하면 계속 그 생각에 잡혀있지 말고 산책이나 운동 등 몸을 움직이기를 권하는 것도
그렇게 사고를 줄이고 뇌의 원래 기능인 '운동'을 하는 것이 뇌에게는 건강한 것이니 그런 것이리라.

그리고 
선악과를 따먹지 말라,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말라,
그렇게 사고를 중단하고 신이 내려준 경전만을 믿고 따르라는 등의 서양식 신 숭배도,
도는 말할 수 없다, 분별심을 갖지 말라는 동양식 깨달음도
그런 '사고하는 뇌'의 고통을 관리하려는 노력에서 나온 여러 결과물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뇌는 '사실'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을 지향한다

그렇게 뇌는 (이기적인 유전자를 전달하는 몸의 일부분으로서)
'사실을 알기 위해' 작동하는 게 아니라
생존하고 번식하기 유리한 쪽으로 작동하는 기계이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자기 자식은 유난히 예뻐 보이고
짝짓기 상대는 특별히 매력적으로 느낀다.
많은 착시테스트에서 그렇듯이 같은 색을 다르게 보기도 한다.
주위 사람들이 '사실'을 알려준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사실이 어떻든간에, 그렇게 인식하는 쪽이 생존하고 번식하기 유리하기 때문에 그렇게 진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태양이 지구를 돈다고 여긴 것도
여자는 남자에 비해 열등하다고 여긴 것도
신이 자연을 움직인다고 여긴 것도
신분에 차이가 있다고 여긴 것도 
(그것이 사실인가와는 별개로)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인식하는 개체들 쪽이 
생존하고 번식하기에 유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적자생존한 meme인 것이다.

그들이 부도덕하거나 미쳤거나 뇌가 고장났거나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결과인 것이다.

현대인들 중에 그와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현대인들이 더 똑똑해졌거나 윤리적이 되어서라기보다는
그렇게 인식하는 게 현대문명이라는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하고 번식하기 유리하기 때문이겠지.

그렇게, 인간의 생각이라는 건 meme의 일종이고,
그건 gene(유전자)이 그렇듯이 
주위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고 번식하기 유리한 쪽으로 끊임없이 변해가는 과정 속에 있는 것일 뿐,
인간의 생각은 그 자체로 옳거나 그르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 시점의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에 유리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일 뿐이리라.

그러니 고정된 절대진리나, 절대선/절대악 같은 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인류가 겪어온 많은 환경에서는 
그런 게 있다고 믿는 쪽이 진화적으로 유리한 전략이었겠지.




뇌는 예측과 스토리텔링 장치다

인간의 뇌는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모든 외부 자극을 그대로 받아들여 저장하는 게 아니라
먼저 '예측'을 하고 단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전체를 추론하고 보완해서 
하나의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 장치로 진화해왔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를 기준으로 작동하게 되니 
이야기 중 모르고 있는 것에 불안을 느끼고, 
그 불안을 없앨만한 설명이나 이유가 없다면, 혹은 이야기에 빈 곳이 있다면 
그것을 스스로 '생성'해내어 스토리를 완성시켜낸다.
거짓 기억(false memory)이나 착시현상 같은 것들,
꿈, 환청, 임사체험, 접신 등도
뇌의 예측 시스템이 너무 앞서 나갔을 때 발생하는 현상들이다.

인간의 뇌와 생성형 AI는 '예측과 생성'이라는 공통된 알고리즘을 갖고 있다 할 수 있다.
생성형 AI의 응답은 사실을 출력하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단어들을 예측해 조합한 이야기일 뿐이다.
이 점에서, 착각이나 거짓 기억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뇌와 비슷하다 할 수 있겠다.
그러니 AI가 환각(hallucination)을 만든다는 걸 갖고 인간이 구박할 입장은 아닐지도.

그렇게, 이데아나 절대진리, 신, 음모론 같은 환각을 만들어 
이야기의 빈 곳을 채워넣는 것 또한 뇌의 정상적인 작동방식이다.
(옛날 사람들의 지도에는 빈 곳이 없었다고 한다.
 모르는 곳이 있더라도 상상으로 모두 채워 그려넣었다고.
 소크라테스처럼 '나는 내가 모른다는 걸 안다'라는 걸 생각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능력...)


또한, 초원의 원시인에게 있어 바람에 흔들리는 풀을 보았을 때, 
실제 원인을 모르지만 '맹수다!'라는 스토리텔링이 자동적으로 생성되어 겁먹고 도망치는 쪽이
그냥 가만히 있거나, "정말 맹수일까?"라고 파악하려는 태도보다는 생존하고 번식하기에 유리하다.

그렇게, 뇌는 사실을 파악하기보다는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응하는 쪽으로,
정확성을 포기하고 신속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빠르게 단정하고 확신을 갖는 쪽이 스트레스가 덜하고 
(유발 하라리식의 표현으로) '대규모의 협력'에 유리하다.
정치인의 단호한 발언과 그에 호응하는 대중,
단정적인 진리를 확신하며 안정감과 일체감을 얻는 종교인들처럼.



과학혁명은 뇌 진화의 특이점이다.

과학혁명은 이런 뇌 진화의 역사에서 하나의 특이점이라 할 수 있다.

옛 사람들은 신화와 역사의 명확한 구분이 적었다.
신화가 역사였고, 역사가 신화였다.
사실보다는 권위에 의존했다.

하지만 과학혁명 이후로 인류는 본격적으로, 의식적으로 '사실'을 탐구하게 되었다.
이전의 인류는 뇌가 만들어낸 환각 속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지만
과학혁명 이후로는 뇌의 환각 속에서도, 그 환각을 넘어 의도적으로 실제 외부 세계의 '사실'을 알고자 하는,
진화의 다음 단계에 진입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 과정에서 마침내 인류는 자신이 진화하고 있는 존재라는 걸 알아내었다.
더 나아가서 말해본다면, 진화가 (혹은 우주가) 스스로를 인식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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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방정
25/09/14 21:21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에는, 뇌는 외부 자극을 그대로 받아들여 저장하면 감각 기관의 한계에 그대로 갇혀 버리기 때문에 외부 세계를 더 정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외부 세계는 3차원이지만 시각 기관은 이를 2차원으로 투영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3차원 세계를 인식하려면 뇌가 열심히 보정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과학혁명 이전에는 본격적으로, 의식적으로 사실을 탐구하게 되었다는 것은 과학적 방법 외에는 사실을 탐구하는 방법이 없다는 과학주의적 사고방식 같아요.
25/09/14 21:22
수정 아이콘
- 네,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그렇게 된 것일지도요.

- '과학적 방법 외에는 사실을 탐구하는 방법이 없다'는 식으로 쓰인 것 같지는 않은데요...
계층방정
25/09/14 21:33
수정 아이콘
효율적인 작동을 넘어서서, 감각 자체가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감각 너머에 있는 사실 비슷한 그림자라도 붙잡으려면 뇌의 예측이 필요합니다.
25/09/14 21:39
수정 아이콘
그렇죠. 결국 감각은 제한적이라 그 자체로는 충분치 않아서 뇌가 예측을 통해 빈자리를 채워야 하기도 합니다.
착시테스트에서 같은 색을 다르게 보는 것도,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다르게 보는 게 '사실'에 부합한다는 경험을 뇌가 갖고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보정을 하는 거고...
계층방정
25/09/14 21:47
수정 아이콘
예. 감각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역설적이지만 뇌는 '예측과 왜곡 없이는' 결코 사실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습니다. 물론 '예측과 왜곡 때문에' 결코 사실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기도 합니다. 따라서 예측과 스토리텔링하는 뇌는 의도적으로 세상을 왜곡하는 건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유한한 인간의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25/09/14 21:50
수정 아이콘
네 적절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
전기쥐
25/09/14 21:21
수정 아이콘
케플러 3법칙이라든지 관성 개념의 확립이라든지 연주시차의 관측이라든지 이런 발전이 일어나기 전에는

초기 지동설 모델은 천동설보다도 더 번잡했기에 채택될 수 없었습니다.

'사실을 알기 위해'서도 그 시대에는 지동설이 채택되기 힘들었습니다.
전기쥐
25/09/14 21:23
수정 아이콘
과학이 지금 시대처럼 대중의 일상생활에 엄청난 영향력을 주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도 않았고..

무수한 공학적 발견들은 과학적 방법론과 무관하게 발견되었습니다.
25/09/14 21:26
수정 아이콘
그것도 그렇습니다.
제가 글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건, 어쨌든 그 과정에서 ‘사실 탐구 자체’를 본격적으로 제도화하고 의식적으로 추구하기 시작한 게 과학혁명 이후라는 점이었습니다.
전기쥐
25/09/14 21:30
수정 아이콘
가령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4원소설도 현 시대 기준으로 볼때는 우스꽝스럽겠지만 그 시대 사람들 입장에선 진지하게 사실 탐구를 한 것일텐데요..
25/09/14 21:37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고대인들도 나름대로 사실에 접근하려는 시도가 있었지요.
칼 세이건은 고대 그리스에서의 과학 발전에 주목합니다.
그런데 플라톤 등 정신을 중시하는 시절이 되고,
관찰 같은 육체노동은 노예나 하는 거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그런 명맥이 끊기고
그런 흐름이 중세까지 간 거라고...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이 죽 발전했다면 아마 인류는 몇 백년 전에 달에 가지 않았을까, 라고 얘기하더라구요.
25/09/14 21:24
수정 아이콘
그렇죠. 말씀처럼 초기 단계의 지동설은 실제로는 천동설보다 계산도 복잡했고,
증거도 빈약했기 때문에 '사실'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웠겠습니다.

제가 쓴 건, 인간의 뇌가 '사실'보다 '그럴듯함'이나 '안정감'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건데,
말씀해주신 사례는 그와 별개로 실제 증거 부족이라는 역사적 제약도 분명 존재했음을 지적하신 것 같습니다.
마스터충달
25/09/14 21:22
수정 아이콘
뇌가 건강하려면 운동해라.
25/09/14 21:32
수정 아이콘
개랑 매일 저녁마다 달리기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ㅠㅠ
마스터충달
25/09/14 21:35
수정 아이콘
저도 매일 1시간씩 달리고 있습니다. 근데 똑똑해지는 건 모르겠고, 뱃살은 빠졌습니다?
25/09/14 21:40
수정 아이콘
배로 갈 에너지가 뇌로 갈 수 있으니 좋아쓰!
Quantumwk
25/09/14 21:26
수정 아이콘
그러니 AI가 환각(hallucination)을 만든다는 걸 갖고 인간이 구박할 입장은 아닐지도. -> 이거에 동의합니다. 인간 자체가 환각 덩어리죠.
25/09/14 21:32
수정 아이콘
점점 저를 더 못믿겠습니다...
짭뇨띠
25/09/14 21:42
수정 아이콘
10년도 전에 피지알에서 캐쉬모어 논문 정리된 것을 읽었을 때의 충격이 생각납니다.
이렇게 이런 글로 댓글다는 이 순간도 내가 하고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혹시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잘 사라지지 않습니다.
25/09/14 21:44
수정 아이콘
뭐 어떻다고 하더라도 달라질 건 없을테니....??
25/09/14 22:0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직업이 치료사였던지라 뇌신경학자인 에릭 캔델의 책을 가지고 공부했던 기억이 나는데 어떤 알고리즘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이 사람이 저술한 기억을 찾아서란 책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인간의 의식에 대한 신경과학을 일반인의 기준으로 비교적 쉽게 쓴 책이라 신경과학에 대한 흥미가 있다면 한번쯤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25/09/14 22:15
수정 아이콘
오호 감사합니다.
25/09/14 23:18
수정 아이콘
이 책은 에릭캔델의 자서전이기도 하고 굳이 얘기하자면 신경과학의 기초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서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필요 없다면
굳이 찾아가면서까지 읽으실 필요는 없을겁니다. 저는 꽤나 예전에 이 책의 개정전 책을 샀었는데 당시 도서 11번가에서 7000원이었나에 샀습니다.
지금은 2만원이 넘네요.
25/09/14 23:23
수정 아이콘
네 가격 보고 조금 절망했습니다
요즘은 책 가격이 보통 2,3,4만원 하는 거 같네요...
청운지몽
25/09/14 23:02
수정 아이콘
의문이 생기는 단락이

인류는 사족보행에서 이족보행으로 진화하며
척추 질환이나 출산의 고통 같은 새로운 문제들이 생겼고
우리는 이런 이족보행의 부작용을
스트레칭이나 생활 습관 교정, 물리치료, 수술 같은 방식으로 관리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이건데요
사족보행에선 척추질환이나 출산의고통이 없었나요?
25/09/14 23:34
수정 아이콘
사족보행 동물도 척추질환이 전혀 없진 않았을 겁니다(?)

그 중에서도 인류는 이족보행을 하게 되면서 척추가 수직으로 체중을 지탱해야 했고,
동시에 출산을 위해 골반이 좁아지면서 산통이나 난산이 커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헝그르르
25/09/14 23:04
수정 아이콘
철학적인 문제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봐요. 자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부터 막히는 느낌입니다.
이런 저런 정의를 내릴 수는 있겠지만 온전히 표현하긴 힘든거 같아요.
감각이 생김으로서 다른 것을 인지 할 수 있고 다른 것을 인지함으로 나를 인지하게 되는건데 나는 남(혹은 외부)이 없으면 존재 할 수 없고. 벌써부터 복잡해지죠.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도 전 감각하는게 존재한다고 말하는게 맞을 것도 같고.
생각과 언어를 땔수도 없고 걸린게 한두가지가 아니라 현상적으로 생존(넓게 생식까지 포함)이 고등? 유기체의 행동 방향성이라는 것 외에는 모든게 어려운거 같네요.
25/09/14 23:3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자아는 정의할 대상이 아니라 정의를 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자아를 정의한다는 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어렵다" 라는 말들도 하는 것 같던데, 자아에 대해서 얘기한다는 거 자체가 어려운 일인 거 같긴 합니다.
25/09/14 23:07
수정 아이콘
자아는 환각에 불과하다는 생각은 저도 하고 있었던지라 반가운 글이네요

그런면에서 불교가 참 대단합니다 어떤 뇌과학적 근거도 없이 어떻게 그런 철학을 만들 수 있었는지
25/09/14 23:37
수정 아이콘
저는 싯다르타의 사상은 마음에 대한 연구를 고대 인도인의 언어로 표현한 게 아닐까 합니다.
그가 요즘 태어났으면 심리학자나 뇌과학자가 되지 않았을까...
청운지몽
25/09/14 23:09
수정 아이콘
하지만 과학혁명 이후로 인류는 본격적으로, 의식적으로 '사실'을 탐구하게 되었다.
이전의 인류는 뇌가 만들어낸 환각 속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지만
과학혁명 이후로는 그 환각을 넘어 실제 외부의 '사실'을 알고자 하는,
진화의 다음 단계에 진입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라는 본문도 과학혁명의 시점이 언제인가요?
그전의 인류와 그이후의 인류는 다른가요?
지금의 인류는 완벽히 환각을 넘어섰나요?

본문의 주어진 블로그 링크글을 보니 의문이 더 샘솟네요

사람은 행동으로 성장해왔고 종교는 붙어있는 한몸이고
각자의 진리를 믿고 따르고 성장하고 있다고 봅니다
25/09/14 23:47
수정 아이콘
과학혁명은 대충 코페르니쿠스, 뉴턴 정도의 시기를 생각하는 거고,
당연히도 그 전과 이후의 인류가 생물학적으로 다르진 않을 겁니다.
'사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이죠.

가령 유발 하라리는,
이전의 발명이나 발견이라는 건 일반적으로 우연히 나타났었던 것이고
근대 이후처럼 의도적으로, 제도적으로, 대규모로 발명과 발견을 위해 노력하는 경향과는 달랐다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뇌가 엄청나게 다른 구조로 진화하기 전까지는 인류가 환각을 넘어서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스스로의 뇌가 환각을 만들어내는 기계라는 걸 인식하고
그 환각 너머에 있는 걸 알고 싶어하는 경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게 아마 과학혁명 이후일 것이라 생각하는 거지요.

말씀하신 '종교는 붙어있는 한몸'이라는 부분이 좀 알쏭달쏭한데 어떤 맥락의 내용인지 조금 더 듣고 싶습니다.
25/09/14 23:35
수정 아이콘
일상적으로 작동하는 언어패턴은 연기대사처럼 할 말을 다 생각해낸다음 튀어나오기보다는 느낌적인 느낌대로 실시간으로 즉석생성조합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쪽에 가깝고 그래서 외국어학습도 지식의 획득보다는 새로운 습관과 기술을 몸에 익혀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하는데, 언어가 이렇다면 순간의 생각이나 감정, 기분이라고 다를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 요즘입니다.

빙하의 잠긴 부분처럼 무의식의 비중이 굉장히 크다는 건 너무나 유명한 정보지만 최근에서야 새삼스레 무게감 있게 다가오네요.
25/09/14 23:51
수정 아이콘
'생각보다 말이 더 빠르게 나오는 경우'도 그렇긴 하겠네요.

고정관념이나 습관 같은 건 자아를 거치지 않고 뇌와 몸이 자율적으로, 자동적으로 수행하도록 습득된 스크립트, 매크로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퀀텀리프
25/09/15 00:01
수정 아이콘
사실과 인식의 비어 있는 부분을 대충 채워넣는 것 - 환각, 믿음, 예측, 가설, 희망, 허위, 이론 등등.
인간의 딛고 서있는 인식이라는 땅은 불완전함. 가끔 그게 무너지면 "땅이 무너진다"고 하죠.
25/09/15 00:18
수정 아이콘
네, 우리의 뇌는 '불완전함'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일 것 같습니다.

사실 과학이라는 것도 '우주는 존재한다', '우리는 그것을 관찰할 수 있다'라는 등의 몇 가지 공리(전제)를 기반으로 한 논리체계죠.
그 전제들 또한 보증되거나 증명되지 않은 불완전한 전제일 거고...
과학이란 그런 바탕 위에 지속적으로 더 나은 설명을 찾아나가는 과정인 것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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