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5/07/20 23:10:54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3940806726
Subject [일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책 후기.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라는 표현보다는 우리에게는 19세기 '지하철도'라는 표현이 아마 더 익숙할 것 같습니다. 미국 남부로부터 노예를 탈출시키기 위해 조직되었던 점조직이 만약 진짜 '지하철도'로 존재한다면, 이라는 가정을 담은 이 책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읽었습니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흑인 노예 여성, '코라'의 탈출을 소재로 공간의 변화를 다루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차역과 철도가 실재한다는 기묘한 설정을 가지고 오면서도 묘한 현실성과 시치미(?)를 떼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다만, 많은 부분에서, 이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말해 '우리'에게 잘 와닿는 이야기인지는 의문스럽기는 해요. 그러니까, 우리는 이런 노예 제도가 없던 나라는 아니지만, 그 제도를 대다수 사람들이 '매우 옛날 얘기'로 여기기도 하고, 또 인종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아직까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회라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물론, 아직까지 생각해볼 상황이 아니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에 영화 <노예 12년>을 보면서, '관찰'이라는 시선이 느껴졌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흑인 감독이 만들었지만, 어디까지나 '영국'인의 작품으로써, 섣불리 선과 악을 내보이기보단, 그저 그 상황을 관찰하는 방식으로요. 또, 조금은 결이 다르지만, <장고: 분노의 추적자>에서는 어찌보면, 선악이 그저 인종으로만 정해지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서도,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합니다. 어떤 사람은 선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선하지만 그 만큼의 의지력을 지니지 못하기도 했구요. 누군가는 회의적인 악인이기도 하구요. 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또 적절히 '현대적'인 지하철도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소설의 이야기는 기묘한 불협화음을 내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분명 작품의 주인공은 그 시대의 인물이지만, 읽는 우리는 현대에 있기에, 그 기묘한 불협화음이 책을 읽으면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칭찬입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는 지하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죠. '창 밖을 보면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알게 될 것이다'라는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코라'는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가는 지 알 수 없습니다. 저는 그럴 때 마다, 우리는 오락가락할 때는 있겠지만, 결국은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적당히 비관적이지만) 낙관적인 이야기를 믿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5/07/21 07:51
수정 아이콘
불이 꺼지면 야광으로 인쇄된 철도가 보이는 표지 디자인도 이야기와 잘 맞아떨어져서 굉장히 근사했습니다..크.. 
섬과달 출판사의 <알려진 세계>도 추천 드립니다! 흑인노예를 둔 흑인의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aDayInTheLife
25/07/21 13:37
수정 아이콘
앗 야광은 확인 못했는데 크크크크
알려진 세계, 참고하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4678 [일반] 중진국 함정 탈출의 어려움, 자체 자동차 브랜드 실패 사례를 중심으로 [64] 깃털달린뱀8400 25/08/04 8400 29
104677 [정치] 자본주의 책을 읽고 든 생각 [17] 네?!4840 25/08/04 4840 0
104676 [일반] 자본주의에 대하여 [9] 번개맞은씨앗3942 25/08/04 3942 1
104675 [일반] [강력스포] 좀비딸과 예수님 [4] 부대찌개3499 25/08/04 3499 1
104674 [일반] [노스포] 좀비딸 감상평 - 아빠라면 당연히 그렇게 한다 [27] 헤세드6280 25/08/03 6280 4
104673 [일반] 흥행 실패로 가고 있는 전지적 독자 시점 + 감상평 + 잡설 [86] 불쌍한오빠11856 25/08/03 11856 1
104672 [일반] 언어의 자유 [10] 번개맞은씨앗4152 25/08/03 4152 1
104671 [일반] 20년전 조롱받던 한국드라마 같아진 한국영화 [92] 깐부14341 25/08/03 14341 8
104670 [일반] 머스크 vs 이재용, 시가총액 1000조 원 차이의 이면 [10] 스폰지뚱8147 25/08/03 8147 12
104669 [일반] [팝송] 케샤 새 앨범 "." 김치찌개2894 25/08/03 2894 1
104668 [일반] 『편안함의 습격』- 절대반지의 운반자는 왜 호빗이어야 했는가 [18] Kaestro4226 25/08/02 4226 17
104667 [일반] 원화 스테이블 코인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32] 깃털달린뱀6061 25/08/02 6061 1
104666 [일반] 선발 vs 계투 [7] 無欲則剛3600 25/08/02 3600 9
104665 [정치] 현재의 보수 지지층의 분류에 관해 [24] 두개의 나선5954 25/08/02 5954 0
104664 [일반] 최근 구입하고 만족스러웠던 물건들 [9] visco5569 25/08/02 5569 1
104662 [정치] 윤석열 이후, 보수 유권자는 어떻게 나뉘었나 [99] 딕시9802 25/08/02 9802 0
104661 [일반] 음악도 AI한테 정복? 지브리 그림 수준이 되버린 작곡 [32] Quantumwk5932 25/08/02 5932 0
104660 [일반] 한국 관세 협정 주요외신 평가 [43] 어강됴리7756 25/08/02 7756 5
104659 [정치] 트럼프의 총질 잘 넘겼다 싶어 집에 들어오자마자.. [110] 방구차야9260 25/08/02 9260 0
104658 [정치] 야생성을 잃은 시민들이 스스로를 무너뜨릴 권리를 부르짖는 것은 충분히 문제이다 - 뒤늦은 21대 대선결과에 대한 비판 [68] 내일은주식왕6324 25/08/02 6324 0
104657 [일반] '은행 시스템에는 이자가 없다'라는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의 위험한 착각 [8] 계층방정4199 25/08/01 4199 6
104656 [일반] 민생지원금 다들 사용하셨나요? [58] TheZone7311 25/08/01 7311 1
104655 [일반] 백종원 축제에서 나온 카드 영수증 미스터리 [98] 페이커7512158 25/08/01 12158 34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