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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11/29 13:27:15
Name YeaNYa
Subject "아빠 과거의 스타는 어떤 모습이었어요?"
이 이야기는 20년정도 후의 모습을 그린 픽션입니다.

"아빠 오늘 스타리그를 보는 중에 해설자가 예전 임요환 선수는 어쩌구 어쩌구하면서 얘기했거든요. 임요환은 뭐하던 선수였어요?"
"임요환이라... 임요환은 테란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인 버젼 1.07시절에 스타를 휘어잡은 불세출의 영웅이었단다. 최고의 인기게이머였었어. 외모도 한 건했고.. 프로게임계에 한 획을 그었었어. 그런 그를 사람들은 테란의 황제라고 불렀지."

그로부터 벌써 20년가량이 흘렀구나... 임요환 선수가 한빛배를 우승하고 꽃다발을 받던 그때의 모습이 회상되었다. 너무도 오래전 기억을 더듬던 나를 아들은 가만히 두지 않았다.

"우와. 별명이 황제였어요?"
"그럼 그만큼 대단한 사람이었지.. 그래서 그 명칭은 아무에게도 붙여주지 않는 거란다. 아무리 엄청난 선수가 나와도 말이지. 지금 선수들의 별명중에는 옜날 선수들이 쓰던 게 꽤 있단다. 영랑 선수의 별명이 천재지? 그건 임요환이 활동하던 당시의 최강자중 하나였던 이윤열이란 테란 선수의 별명이었고 9년정도 전인가 시우란 선수도 천재가 별명이었지. 퍼팩트 저그라 불리는 강주의 퍼팩트도 원래는 테란 유저였던 서지훈의 별명이었고... 그 외에도 몇가지 더 있어. 불꽃이라던지.. 곰,아트,회오리등등이 시대를 지나면서 이어진 별명들이란다. 하지만 황제라는 칭호만큼은 다시 쓰인 일이 없지. 앞으로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안쓰일거야."
"예전 스타도 지금만큼이나 재미있었어요?"
"그럼! 얼마나 재미있었는데..."

아들과 과거의 스타리그에 관해서 상당히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누었다. 한 선수 한선수 기억해보고 그들의 명경기를 추억하며 아련히 맺혀오는 향수속에 묘한 즐거움이 느껴졌다. 과거... 그때는 스타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상당히 의문이었다. 비관론도 상당히 많았고 나도 낙관속에 약간의 걱정이 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스포츠급으로 성장한 스타리그를 보면 초창기때부터 꾸준히 봐왔다는 이상한 자부심으로 가슴도 뿌듯해지고  웬만하면 억대연봉에 예전과는 다른 더욱 더 화려한 컨트롤들을 보여주는 선수들을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어제는 회사원들과 회식후 pc방에가 스타를 했다. 그룹을 나눈 후 3:3팀플을 했는데 성부장님(아... 성학승 선수가 생각난다. ^_^;)과 김부장님이 적으로 편이 갈렸다. 어쩔 수 있나... 살살해야지.... 적당히 하다가 무난하게 져드렸다. 게임아이 점수 공방 팀플 승률 80%를 자랑하던 나의 환상 리드가 사회 생활에 의해 가려져야 한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도 했지만  부장님들 좋아하는 모습들을 보고 안도감이 드는 게 역시 난 순수히 마음에 스타를 하던 어릴 때와는 다르게 자신이 자라났다는게 실감났다. 좋은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5일후 1.14패치로 강화된 프로토스의 5강중 2명인 몽상가의 사상을 이어받았다고 평가되는 하현과 영웅의 후계자라 불리는 시언이 OSL결승에서 맞붙는다. 이번 OSL은 사일런트 볼텍스와 크림슨 아일즈가 쓰여 나에겐 너무도 뜻깊은 시즌이었다. 두 맵은 내가 상당히 그리워하던 전장이었으니까.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열리는 결승에 아들과 같이 가볼 계획이다. 아들이 처음보는 결승인만큼 치열한 승부속에 선수들의 열정과 투혼이 발휘되는 명경기들이 나와 이것이 결승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이번 시즌의 마지막이 되었으면 좋겠다. 처음 본 결승이 인상깊이 남을 수 있도록 말이다.

E-sports가 더욱 더 발전하여 나의 손자, 증손자, 또  그 후의 자손대까지 스타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손자에게. 그 손자가 자신의 후손에게도 스타리그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게...

p.s대화에서 선수들의 호칭은 현실감을 위해 몇군데 빠뜨린 곳이 있습니다. 이해해주시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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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1/29 13:52
수정 아이콘
잼있네요. 하지만 아무리 사회생활이래도 져줄 필요까지야. 전 입사초(2000년)에 제 소문들은 고참들과 3:1로 플레이 한 이후... 회사에서 스타 문화가 사라져 버린 비극이 있긴하죠. 살살할껄... -_-;;; 덕분에 저도 스타 끊은지 한참이군요.
The Essay
04/11/29 14:22
수정 아이콘
음~ 잔잔한 내용의 글 잘봤습니다. 조금만 더 내용이 길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는데요? ^^
20년 후의 프로게이머들의 이름은... 왠지 모를 아스트랄함이 느껴지는 듯...(멋있다는 말입니다)
04/11/29 14:31
수정 아이콘
제가 쓰려는 무협소설 인물들 이름중에 제일 현실적(?)인 이름을 뽑았는데.. 아스트랄한가보군요. ^_^;;
정갑용(rkdehdaus)
04/11/29 14:51
수정 아이콘
아스트랄 ^^;;
04/11/29 18:15
수정 아이콘
조금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저도 남는군요...
본문중에..."그럼 그만큼 대단한 사람이었지.. 그래서 그 명칭은 아무에게도 붙여주지 않는 거란다...(중략) 하지만 황제라는 칭호만큼은 다시 쓰인 일이 없지. 앞으로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안쓰일거야.." 라는 글을 읽고 입꼬리가..슬며서..올라가면서 흐뭇해 지는건 저뿐인가요...^ㅡ^;;
어쩔 수 없는..................박서편애모드.. -_-;;
저는 가끔 제 약간 아래 세대들이 경로당을 갈 나이가 되면 바둑이나 장기 대신 스타를 하는 모습을 그리곤 웃곤 해요..^ㅡ^
에시비드론
04/11/29 18:40
수정 아이콘
놀고있네 변신세키 낄낄
04/11/29 18:54
수정 아이콘
오호.... 재미 있군요.....

에시비드론님// 역시 오호... 재미 있군요... (다른 의미로...)
아케미
04/11/29 19:23
수정 아이콘
저도 자주 하는 생각이네요. ^^ 앞으로 얼마나 갈지 때로는 위태로워 보이면서도, 화면 안의 가득한 관중을 보면 "그래, 걱정 없어!" 하는 생각이 드는 스타리그. 제가 어른이 되어도 게임 경기장으로 걸어갈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
양아치테란
04/11/29 22:29
수정 아이콘
관중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어,,,,,,,
예전같지가 않아..........
함성소리와 응원소리가 예전같지가 않아...........
아 제 혼잣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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