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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3/07/31 16:49:55
Name meson
Subject [스타1] 스타판을 돌아보면 생각나는 선수들의 계보 (수정됨)
...를 떠올려 보면 아마 대부분 각자만의 [ 스토리 ]를 재구성할 수 있겠지만, 또 스타리그 종료 이후로 시간이 많이 지난 만큼 상대적으로 부각되거나 흐릿해진 부분도 없지 않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타판이 살아 있을 때 정립된 [ 사관(史觀) ]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저기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다 보니 금방 다시 찾아보기에는 번거로운 감도 있고요. (라기보다는 위키에 안 적혀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느냐 하면, 한니발님의 [ 프로토스 연대기 ] (https://cdn.pgr21.com/free2/54802) 가 최연성 패권 시기까지만 연재된 채로 멈춰서 그런 건 아니고, 얼마 전에 우연히 다시 봤는데 아직까지도 멈춰 있어서도 아니고, 최근에 주워들은 어떤 말 때문입니다. 아마 김탁환 작가가 예전에 서울대 강연에서 했다는 말이었던 것 같은데, 대략적인 요지는 인물들은 우직하게 앞으로 나가기만 하면 되는 거고, 그걸 기억하고 기록하는 건 지켜보는 이들의 몫이라는 겁니다. (원문은 이것보다 멋있었습니다...) 그런 말을 접하고 나니까 왠지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뭘 많이 한 건 아니지만요.

하여간 그래서, 한번 정리나 해 봤습니다.

0. 시대구분
시대구분을 하기도 하고 세대구분을 하기도 하는데, 크게 나누는 것이고 또 롱런한 선수도 있는 만큼 시대구분을 해보겠습니다.

시대를 나눈다고 하면 보통 임요환 선수 이후로 포스트 임요환, 본좌론, 택뱅리쌍 등이 패권을 쥐었다고 여겨지고 마지막에는 허덴을 꼽습니다. 그런데 사실 본좌론은 3.3혁명 이후로도 계속되었고 단지 본좌로 인정받은 사람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본좌론과 택뱅리쌍을 나누기는 어색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택뱅리쌍 시대도 엄밀히 말하면 본좌 논쟁기에 포함되고, 본좌 떡밥이 진정한 의미에서 사라진 것은 승부조작 사건이라고 놓겠습니다. 그러면 임이최, 본좌쟁탈전, 승부조작사건 이후의 황혼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임이최와 본좌론을 무엇을 기준으로 구분하느냐가 또 문제인데, 어떤 관점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일단 임이최 시대를 낭만시대로 네이밍하고자 합니다. 본좌론 시대에 치열한 각축과 승수 쌓기, 커리어 대결 등이 본격화된 (느낌적인) 느낌이 있는 반면 그 이전에는 아마추어리즘도 있었고 가을의 전설 같은 낭만의 농도도 상대적으로 더 짙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이 아마추어리즘을 완전히 벗어던지는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삼연벙이 아닐까 합니다. ("[ 사람이라면 ] 세 번은..." vs "[ 프로라면 ] 한 번은...") 그리고 삼연벙 이후로는 한동안 스타판의 구도에 큰 변화가 없다가 조금 후에 박성준 선수가 박본좌로 불리게 되기 때문에 여기에서 착안하면 삼연벙을 기준으로 낭만시대와 본좌 쟁투시대를 나눌 수 있습니다.

한편 이것은 임요환 선수 이후를 말한 것이고 그 이전에도 이기석 선수, 신주영 선수, 기욤 패트리 선수 등이 있었습니다. 이 선수들은 초창기에 활약했기 때문에 다른 외국인 선수들까지 대강 합쳐서 태동기로 분류하면 내수용으로는 대략 다 다루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태동기와 낭만시대를 가르는 기준은 당연히 기욤 패트리 선수의 한국 등장입니다.

그래서 시대구분을 해 보면 일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image

1. 태동기
이 부분의 내용에서는 이 글(http://weirdhat.net/xe/ahriman/25396)과 이 글(https://blog.naver.com/vegeta78/130020207500)이 주요하게 참고되는데, 사실 이 당시에는 다들 주종족에 연연하지 않고 3종족을 넘나들었고, 또 특별히 계보라고 하기에는 정보도 부족한 만큼 고수들을 나열하는 선이 최선일 것 같습니다.

일단 블리자드 래더 토너먼트의 경우, 1998년의 1~3시즌은 그냥 래더 점수 1위가 1등을 하는 시스템이라 시즌1 1위는 이름도 알 수 없고 그냥 아이디가 Villert라는 것만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시즌 2 1위는 이후에도 활동을 해서 빅터 마틴 선수임을 알 수 있고, 시즌 3 1위가 래더 챔피언으로 유명했던 김태형 선수입니다. 그 뒤로는 블리자드가 래더 토너먼트 방식을 바꿔서 래더 랭커들을 직접 불러서 오프라인 시합을 열었습니다. 1999년에 그래서 신주영 선수, 이기석 선수, 웨인창 선수가 각 시즌의 1위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문제가 있었는데, 애초에 래더 랭커가 되는 것이 막대한 어뷰징이 없이는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뷰징이 있더라도 고수들은 맞고, 그렇게 랭커 반열에 들어서 오프라인 토너먼트에 가서 우승한 것은 본인의 실력이지만, 어뷰징을 안 해서 초청을 못 받으면 원천봉쇄가 되었던 것이죠. 이때 래더 재야(?)의 고수로는 슈팅리버의 질리어스(Zileas)와 히드라 웨이브의 그르르(Grrr...), 이 두 명이 유명했는데, 질리어스는 곧 LOL의 애쉬와 애니를 디자인했으며 질리언의 모델로도 알려진 톰 캐드웰입니다. 그리고 그르르는 기욤 패트리 선수죠. 그래서 이 둘도 네임드기도 하고 강자로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추가합니다. (프로토스 연대기에 따르면 둘이 각각 베틀넷파와 칼리파의 챔피언이었다고 하더군요)

질리어스와 그르르의 라이벌 관계는 기욤 패트리 선수의 승리로 끝나고, 기욤 패트리 선수는 이후에 결국 블리자드의 초청을 받아서 월드 챔피언십에 나가 래더의 강자들 사이에서 1위를 합니다. 그리고 전 세계를 돌면서 모든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다니는데, 외국의 대회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들 폐지되고 한국에서만 계속되어서 마침내 한국에 오게 됩니다. (어떤 글에서 이걸 달마대사의 중원행에 비유하던데 굉장히 좋은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프로토스가 태산북두가 되지는 못했지만...)

여기까지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별표는 최강자 표시입니다.
image

2. 낭만시대
이때부터는 스타리그 개막 이후기도 하고, 논의와 담론이 비교적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정리도 비교적 쉽습니다.
대강 이 정도가 낭만시대에 각 종족을 이끌었던 선수들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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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양대 리그 정립 이전이기 때문에 기준이 좀 애매하긴 하지만 일단 김정민, 최인규, 강도경, 임성춘, 기욤 패트리, 김동수, 서지훈 선수와 임이최, 조진락, 삼대토스, 변태준 까지는 다들 동의할 것 같습니다.
좀 애매한 선수들이 최진우, 국기봉, 봉준구, 변길섭, 변성철 선수인데요.

우선 최진우 선수는 스타리그 초대 우승자이기 때문에 넣어봤습니다.
국기봉, 봉준구 선수는 최강자 이미지는 아니지만 양대리그 전부터 활동하기도 했고, 저때 저그가 강세였기도 하고, 나름 유명해서 넣어 봤습니다. 저그가 강세였다가 임요환 선수의 등장으로 테란 강세가 되고, 저그가 위축된 사이 프로토스에서 가을의 전설을 쓰는 게 또 서사 중 하나죠.
변길섭 선수는 존재감 없는 우승자긴 하지만 불꽃테란으로 많이 회자되고 있고, 표를 만들다 보니 양대리그 커리어가 비슷한 선수들은 다 들어간 것 같아서 형평성 차원에서 넣어 봤습니다.
변성철 선수는 양대리그 커리어가 화려하지는 않으나 양대리그 정립 전부터 활동한 선수이고, 저 시기 저그 중에 강도경 선수 하나만 넣으면 허전하기도 하고, 공격형 저그의 계보에서는 입지가 있다고 생각해서 넣어 봤습니다.

3. 본좌쟁투
이때는 삼연벙을 기준으로 나눈 것이기 때문에 낭만시대 선수들도 얼마간 계속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데요.
image
일단 새로 등장하는 선수들 중에 신삼대토스, 마준동, 택뱅, 리쌍, 육룡 , 3김저그, 정명훈 선수까지는 다들 들어갈 만 하다고 인정할 것 같습니다. (마모씨는 뺄 수는 없어서 취소선 처리를 했습니다.)
한편 한동욱 선수는 양대리그 우승도 했고 4강도 2번 가서 최강자는 아니지만 N대 테란을 꼽을 때는 들어갔을 것 같아서 넣었고, 박성균 선수는 양대리그 우승 1회에 4강 1회이지만 그 우승이 로열로드기도 했고 저 시기 테란에 이영호 선수만 넣기에는 너무 허전하기 때문에 넣어 봤습니다. (실제로 정명훈 선수 이전에는 이영호 선수 다음의 테란으로 박성균 선수를 꼽았었죠)

4. 황혼기
황혼기는 앞서 밝혔듯 승부조작 사건 이후 스타판이 서서히 저물어가던 시절인데, 사실 승부조작 사건의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스타크래프트 방송권 분쟁의 영향도 큰 것 같습니다. 스타크래프트 2로 갈아타려는 심리도 스타리그 폐지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죠. 하여간 그러다 보니 이때는 기존의 택뱅리쌍이 계속 활약을 하고,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허덴도 본좌쟁투 시기부터 활약하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통시적으로 보면 별로 극적인 변화가 없게 됩니다. (물론 신동원 선수가 주목할 만하긴 한데 그걸 반영해서 만들어 봤자 2줄 정도밖에 안 나와서...)

그래서 수미상관도 맞춰볼 겸 (이라기보다는 택뱅리쌍이랑 허덴을 묶기 좋게) 태동기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정리를 해 봤습니다.
image
마지막에 쓴 New Beginning Not The End은 티빙 스타리그의 캐치프라이즈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번 스타크래프트 12년사의 흐름을 잡아 봤는데요. 이 정도면 괜찮은 건지 좀 궁금하기도 하네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감상을 말해 주셔도 좋고, 라인업이나 표 디자인 관련해서 조언을 해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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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다대단해
23/07/31 16:54
수정 아이콘
저는 일단 택뱅리쌍에서 뱅은 빼고 택리쌍을 해야한다고 그때부터 생각해왔고
99 PKO부터 운좋게 봐와서 그런가 저한테는 스타하면 임요환 그걸 제 기준으로 넘는선수는 아직 모든 게임종목에서 본적이 없네요.
23/07/31 16:56
수정 아이콘
임요환 선수는 판을 키웠다는 점에서도 대체불가죠. 논란에 휘말리지도 않았고...
개념은?
23/07/31 17:10
수정 아이콘
택뱅리쌍에서 뱅이 빠지지 않은 이유는 결국 택뱅리쌍 자체가 하나의 아이콘, 브랜드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뱅을 뺄거면 택도 빼야된다는게 그 시절에도 있었던 이야기라서요. 김택용선수도 MSL 3회 우승 이후로 마지막 4강간게 09년 바투스타리그였고 그 이후로는 4강을 밟아본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송병구는 인쿠르트 이후에도 4강한번, 결승한번(또 준우승)을 갔었으니까요..

사실 그 시절에서는 성적으로 보면 택뱅/리쌍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말이 가장많았었죠
23/07/31 17:48
수정 아이콘
뱅이 커리어는 후달려도 반세대 앞선수가 끝까지 상위권에서 경쟁한걸 높게 쳐주는거 아닌가요
及時雨
23/07/31 16:55
수정 아이콘
이렇게 보면 새삼 스타판은 대하적 서사를 해설자 뿐 아니라 팬들도 되게 중시했던 거 같네요.
노고가 대단하십니다.
23/07/31 16:58
수정 아이콘
확실히 엄재경 사관의 서사 덕분에 팬들이 더 열광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먼산바라기
23/07/31 17:01
수정 아이콘
본좌론 자체가 마모씨가 있어서 나왔다는 의견이 대세였는데..
정작 마모씨는 기록 삭제형에 처해졌으니,

왕좌만 지어놓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네요.
23/07/31 17:06
수정 아이콘
만약 김택용 선수가 우승을 조금만 더 했다면 5대 본좌가 될 수 있었고, 그럼 본좌론도 소모적인 논쟁으로 끝나지 않아서 스타판의 생명력이 연장되었을 것이다...라는 글(https://cdn.pgr21.com/free2/40803)을 본 적이 있습니다. 꽤 공감이 가더군요. (그 외의 내용도 유익했고요)
보로미어
23/07/31 17:42
수정 아이콘
덕분에 좋은 글 잘 봤습니다.
23/08/01 09:46
수정 아이콘
덕분에 좋은 글 잘 봤습니다 (2)
후치네드발
23/07/31 19:40
수정 아이콘
'본좌'라는 단어 자체가 마씨를 계기로 사용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본좌론이 등장하면서 역대 라인이 임이최마로 묶였고 그 후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이영호가 '갓'이라는 새로운 칭호를 얻게 되었던 걸로..
기사조련가
23/07/31 17:09
수정 아이콘
마모씨는 약간 브라질 호나우두 같은 느낌이 나요
그때 리버스템플이랑 롱기누스였나??? 이젠 하도 오래되서 기억도 안되는데 그 포스는 진짜 미쳤었네요
생각보다 롱런도 못하고 유지도 못했지만...
23/07/31 17:16
수정 아이콘
생각해 보면 이 포스론(?) 때문에 3.3혁명, 황색혁명, 광삼패 같은 사건들이 더 주목받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5번째 본좌 출현을 막는 데 사용되어서 좀 억지스러운 감도 있지만요.
기사조련가
23/07/31 17:17
수정 아이콘
딱 그 시점만큼은 정말 잘했어요 보면서도 전율이 흘렀던 몇 안되는 경기
지금보면 멀탯도 느리고 최적화도 구리겠지만요
23/07/31 18:20
수정 아이콘
당시 마모씨가 본좌의 자리에 앉느냐는 엄청난 가쉽이었는데

마침내 스타리그에서 그것도 이윤열을 제압하면서 말 그대로 마본좌에 등극하더니

바로 혁명에 척결당한것도 모자라 , 본인 스스로 나락으로 갈 줄이야
보리야밥먹자
23/07/31 18:55
수정 아이콘
어제 아담 샌들러 주연의 영화 '롱기스트 야드'를 봤는데, 거기서 아담 샌들러가 연기한 캐릭터가 딱 마모씨를 연상시키더군요
자기 분야에서 본좌의 자리에 올랐는데 그곳에서 영구제명당할 짓을 해서 밑도끝도없이 나락으로 떨어진...
자아이드베르
23/07/31 19:36
수정 아이콘
재경옹이 스타에 이어 롤판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스토리텔링이 가끔 그리워진달까...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23/07/31 19:47
수정 아이콘
그러고 보니 롤판에서는 스타판 같은 낭만풍의 별명이 별로 통용되지 않는군요. 장르 차이도 있고, 아이디로는 잘 부르지만서도...
사나없이사나마나
23/07/31 20:04
수정 아이콘
불사대마왕을 무찌르고 낭만군주 데프트 선수가 끝끝내 우승컵을 손에 넣었습니다!
23/07/31 20:22
수정 아이콘
엄재경님은 스타판이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도 엄소리라는 말을 들을정도로
게임읽는 능력이 너무 떨어지셔가지고 롤판에서의 활약은 기대하기 힘들었다고봐요..
블래스트 도저
23/07/31 22:50
수정 아이콘
그래도 [초동역학위치전환기] 하나만은 남겼죠
23/08/01 09:22
수정 아이콘
그 역할을 작가가 하는 것으로 교체되기도 했고.

엄옹도 방송인의 피로도가 쌓여서 웹툰작가 하는 지금이 더 만족스럽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배그같은 새 게임 리그가 나올 때마다 엄옹 생각이 많이 나긴 했을겁니다.
23/08/01 09:42
수정 아이콘
재미난 글 감사합니다.
스타리그 역사에 대해 다 안다 생각 했었는데, 질리어스 같은 완전 초창기 선수에 대해선 은근 모르는게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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