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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4/09/11 21:40:52
Name 비롱투유
Subject 사람 낚는 어부 .. ?? (낚시글 나빠요~)
━ 1





지난 토요일부터 어제까지 아산 봉재지라는 곳으로 낚시를 다녀왔습니다.
날도 많이 따뜻해지고 이제 산란철을 접어들었으니,
봄농사때 맞춰 저수지에 물을 빼기 전에
오랜만에 장박을 맘먹고 갔었죠..


살다가 큰 결정을 내려야 할 때거나,
목표의식을 잃어버렸을때라던가,
좀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때 낚시를 가곤 했는데
이번 조행은 목표 의식을 잃어버렸기 때문일겁니다.


붕어 씨알도 좋고 잉어도 올리고 살림망 반정도까지 채웠습니다.
일요일 오후부턴 비가 줄기차게 내려
좌대 창을 열어 놓고
수면위에 떨어지는 빗줄기를 보며 주구장창 술만 먹다 쓰러져 잠들었나봅니다.


개인적으로 낚시를 좋아하는 것은
미끼를 물어 끌어 올릴때의 손맛보다는
야간에 물위에 쓸쓸히 떠 있는 형광으로된 캐미를 보는 즐거움이 큽니다.


최면에 걸린듯 캐미를 바라보면
정말이지 무념 무상의 되어 객관적인 내가 되곤해서 좋습니다..


아침이 되면 피래미들이 극성을 부립니다..
알에서 갓 깨어 났으니 먹고 살겠다고
내가 이 미끼를 물면 잡아먹히는 줄도 모르고
덥썩덥썩 잘도 뭅니다..


낚시꾼들은 잡힌 피래미를 거들떠도 안 보고 놓아줍니다..
나를 상대하려면 더 큰 붕어가 되어와라..이런 심리일까요...
그래도 피래미는 그런 낚시꾼의 맘도 모른채
놔주기가 무섭게 또 날카로운 낚시바늘이 숨겨진 미끼를 물죠..
그래서 붕어 아이큐라고 하나봅니다..

피래미들은 자기들이 성숙한 붕어가 되기 위해
부단히도 그 무리들을 헤집고 다닙니다.
일반 의젓한 붕어 무리들 속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미끼를 보면 정신없이 물어댑니다..
그렇게 해서 성숙한 붕어가 되더라도
그러한 피래미는 낚시꾼들의 제일 쉬운 상대가 됩니다...


낚시꾼들이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붕어는
미끼를 조금씩 야금야금, 그러나 챌때는 정확히 바늘만 피하고
미끼를 따먹고 달아나는 붕어입니다.
찌의 움직임도 미세할 뿐더러
나를 약올린다는 생각에 평정심을 잃게됩니다..
그렇게 똑똑한 붕어는 낚아 올릴때의 손맛도 참으로 좋습니다..


아무리 똑똑해도 붕어는 붕어입니다..


나 잡아봐라~하며 미끼만 톡톡 건들다가
낚시꾼이 잡아주마하며 낚시대를 조금만 움직여도 제일 먼저
지레 겁먹고 달아나는 붕어는 몸집은 커질지언정 피래미 밖에 안되는겁니다.


돌아오는 길에 어망에 갇혀 있던 붕어들을 놔주면서 한마디합니다..
"좀 더 똑똑해져서 나 같은 멍청한 초보 낚시꾼에게 잡히지마라~"
그래도 또 다른 낚시꾼에게 잡혀
버둥거리며 손맛이라는 이름으로 질질 끌려 나올것을 알지만
이 고맙기도 하고 안쓰러운 마음..


붕어들은 알려나 모르겠습니다..











━ 2





얼마전에 "낚시글" 이라는걸 처음 알았습니다.
그것도 pgr 에서 말이죠.
어떤이는 이렇게 말하겠죠.

"낚시글이 시작된곳은 pgr 이 아니라 스겔이다!"

어디서 먼저 시작된것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문제는 그런 악질적인 형태의 글을 지칭하는 말을 이곳 pgr 에서도 자주 들을수 있게 되었다는거죠.


"낚시글" ..
참 재밌는 말이죠.
───────────────────────────────
충분히 논쟁과 싸움을 일으킬만한 주제를 미끼로 사람들을 낚는다~.
───────────────────────────────
전 낚시하는게 별로 재미 없던데 낚시글은 재밌나 봅니다.
하긴 멍청한 붕어들이 아니라 그 잘난 사람들이 미끼를 덥석 무는 모습이 우스울테지요.









━ 3



생각해보니 우리가 붕어와 다르긴 한걸까요?
몇번씩 미끼를 무는 우리는 어쩜 붕어보다 더 멍청할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잘난척 이리저리 빠져나가도 먹음직스러운 미끼가 보이면 모든걸 잊고 달려드니까요.


그 미끼가 머냐고요?
아주 종류가 많죠.


가장 잘나가는 미끼는 아마도 "최강의 게이머" 일것입니다.
조금 더 강력하고 파장이 오래가는 미끼는 "~~는 허접이다" 정도겠죠.
아 물론 아주 오래전부터 애용되온 전통적인 미끼들도 잊어선 안되겠죠.
"남자와 여자"  "종교문제"  "정치문제"



생각해보니 이런 미끼들은 모두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들이네요.
또 모두 단순한 미끼로 치부하기에는 중요하고 심각한 주제들도 있고요.
아니.. 어쩌면 이런 민감한 주제를 잘 요리할 경우에는 "낚시글"이 아닌 "멋진 토론"이 되기도 하죠.








━ 4





아주 맛있어 보이는 주제가 앞에서 우리를 유혹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덥썩 물지 마세요.  그것은 낚시꾼의 미끼일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훌륭한 토론꺼리가 될수도 있겠죠.
그래서 미끼와 진짜 맛있는 음식을 구분하기는 꽤나 까다롭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람이어야 하지 단순한 붕어여서는 안됩니다.
맛있는 먹이에 달려있는 날카로운 낚시줄을 발견할줄도 알아야 하고, 때로는 그 낚시꾼을 오히려 낚아 챌수도 있어야 할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먹이를 향해 아무생각없이 달려가다간 낚시꾼의 유희꺼리 밖에 되지 못할것입니다.


그리고 그 낚시꾼은 웃으며 이렇게 말하겠죠.

━━━━━━━━━━━━━━━━━━━━━━
아무리 똑똑해도 붕어는 붕어다.
사람이나 붕어나 ..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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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는 당신도 저런 말을 듣고 싶지는 않겠죠?..




























ps : 쓰고나니 어제 쓴 개념없는 미꾸라지..? 와 거의 같은 주제네요.
미꾸라지나 붕어나 거기서 거기인가 봅니다.  


ps 2 : 제일 처음 글은 사실 제가 쓴글이 아니라 "차려포"님이 써주신 글입니다.
특히 저 글이 마음에 들어서 카페에 업어온 글이기도 하고요.
사실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하는게 참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이해해주시겠죠.  ^^


ps 3 : 처음 제목은 "낚시꾼에 걸리는 붕어 아이큐 . . . " 였습니다.
나중에 보니까 제목이 조금 자극적이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히 수정했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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