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SRPG 팬이시면 한번 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일단, 스토리가 옥토패스 때보다 상당히 많이 발전했습니다.
옥토패스 때는 입에서 불을 뿜었는데(JRPG가 파티원들끼리 연관이 거의 없다는 게 말이냐)
한두군데 개연성에 맘에 안 드는 게 있긴 하지만, 상당히 괜찮아요.
밑에서 엔딩 이야기 하면서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지만, '세상이 참 맘대로 안되는 구나'를 보여주는 씁쓸한 맛이 참 마음에 듭니다.

전투는 전략성 꽤 괜찮습니다. 후반부라고 딱히 더 쉬워지거나 그런 거 없구요.
함부로 들이댔다가 둘러싸이면 난리가 나고 잘못 들어갔다가 두세방 맞으면 황천길 가는 경우가 흔합니다.
하드 말고 노말에서도 이런 일이 쉽게 발생합니다.
따라서 진형 짜서 제대로 움직이고+ 법사들에게 광역딜 안맞게 조금은 흩어놔야 하고+ 뭉친 놈들이나 떡대들을 법사로 치고+
궁수들이 디버프를 부여하거나 뒤쪽 법사들을 저격하는 구도로 게임이 흘러갑니다.
등 뒤를 공격당할 경우 치명타+앞에 대면한 놈도 같이 공격 구도 때문에 포위당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탱커는 어쩔 수 없고)
그렇다고 너무 모여있으면 법사 광역딜에게 좋은 먹이가 됩니다.

캐릭 육성 문제는...
솔직히 캐릭터는 육성이랄 게 거의 없습니다. 일직선이라도 이런 일직선이 없어요. 뭘 찍을까 하는 선택이 아니라
어떤 캐릭을 어느정도 밀어줄까 하는 정도밖에 육성의 선택지가 없습니다.
대신 캐릭터들을 많이 내주는 것으로 채용의 여지를 늘려서 극복하려는 느낌 같습니다. 밸런스를 잘 맞추려고 이런 형태를 취한 거 같은데.
노가다는.. 그냥 스토리 쭉쭉 밀기는 좀 그런데 모의전 나올때마다 한번씩만 돌려주면 그정도부턴 문제가 별로 없습니다.
레벨링 시스템이 렙이 낮은 캐릭터가 참전하면 미친듯이 폭업을 하는 구조라서 레벨 낮은 캐릭터라도 아 얘 지금 필요한데 할때 참전시키는 데 전혀 무리가 없는 대신,
적정레벨 조금만 넘어가도 경험치를 진짜 쥐꼬리만큼 주기 때문에 미리 레벨링 해두고 렙으로 찍어누른다는 플레이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다회차를 권장하는 게임인데 2회차 첫 게임이 바로 1회차 최종보스전 적정레벨+1레벨이라 오히려 더 어려울 수 도 있습니다 크크
1회차 하드로 하신 분들도 2회차는 노말로 잠깐이라도 진행하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게임 구도는 세 가지 신념에 따라 결정이 많이 됩니다.
분기를 고르는 방식이 내가 일방적으로 고르는 구도가 아니라
'도덕' '자유' '실리' 세 가지 신념이 내가 여태껏 골라온 선택지와 행동에 따라 쌓이고
그 신념으로 내 동료들을 설득해서 선거를 이겨야 합니다!
이 게임은 내가 대빵이니까 내 맘대로 하겠다는 게 안돼요 다같이 선거해서 뭐하자고 정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얘들아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하고 열심히 설득하셔야 합니다.

엔딩에 대한 후기를 말하자면 이하부터는 스포가 조금 있을 수 있어
조금이라도 스포가 싫으신 분들은 여기서부터는 뒤로가기를 누르시는 게 좋습니다.




저는 이런 종류의 엔딩을 고를 줄 게임 시작시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엔딩일 줄은 게임에서 엔딩이 분기별로 어떻게 날 것인지 친절하게 알려줘서 알고 고른 건 맞습니다.
으아.. 이거밖에 없나?! 이거 골라야돼? 하다가 하.. 하고 고른 느낌인데.. 대부분 이 엔딩을 처음에 보셨던데 왜 그런지 이해했습니다.
진 엔딩과 나머지 세 가지 엔딩이 존재하는데 진 엔딩 제외 어떤 세 가지 엔딩도 실패하거나 배드엔딩이 뜨는 건 아니지만
반드시 씁쓸한 맛이 존재합니다. 일단 제가 고른 엔딩도 보고 느낀 건
이 게임 요약하면 '세상 일이 참 마음대로 안되는구나' 로 요약이 될 거 같아요. 분명히 목표한 바를 이뤘음에도 씁쓸함이 남습니다.
제작진도, 진 엔딩을 본 유저들도 세 가지 엔딩에서 씁쓸함을 종류별로 다 맛보고 진 엔딩을 보는 걸 권유하더군요.
인게임으로도 진 엔딩은 인계받은 캐릭터들이 있으면 좋아서 엔딩을 많이 보고 진 엔딩을 보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