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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1/26 21:41:51
Name FOLDE
Link #1 https://zhuanlan.zhihu.com/p/269949295
Subject [LOL] 막다른 골목에서 영웅을 알다 ─ 월즈 10주년 LPL 칼럼 (수정됨)



올해 롤드컵 시즌 중 LPL에서 홍보 기념 쓴 기사입니다.

Mouse, San, Pyl, 렛미, 957, 쯔타이등 은퇴한 이전 LPL 선수들 이야기를 포함해서, 얀코스, 레클레스 같은 LEC 쪽 선수와 티안, 쇼메이커처럼 젊은 선수들 이야기도 함께 있네요.

좀 시기상 늦긴 했지만 재밌게 읽어서 여기다가도 한 번 올려봅니다.

(사진 역식질을 좀 해서, 원본 사진은 출처의 링크에 가면 보실 수 있습니다)







 눈 깜빡할 새 《리그 오브 레전드》의 월드 챔피언십은 10년째로 접어들었다.


 협곡은 더 이상 당초 존재하던 협곡이 아니며, 전사들 역시도 더 이상 당시의 전사가 아니다. 10년이란 세월은 세상의 모습을 바꾸는 데에는 충분했지만, 카메라 렌즈 속의 젊은 얼굴들은 여전히 생경하게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관중들의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어 흥미진진하게 일거수일투족을, 한 번의 승리와 한 번의 패배만으로 모든 사람의 시선과 맥박을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이름들이 장식물처럼, 이 극을 움직이는 NPC처럼 한정된 시간과 지점에서 조용히 등장하고 퇴장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 2020 월드 챔피언십 브랜드 홍보물인 <영웅을 알아보는 일>은 바로 이런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들은 줄곧 뒤쫓고 있던 것을 그들은 아마 아직 얻지 못했을 수도, 평생 손에 넣지 못했을 수도, 아니면 혹시 얻었지만 곧바로 잃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숲에서 영원히 푸르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숲에 심어지는 순간이 이미 최고의 세월과 같았다.




1.



 LPL의 길고 긴 역사에서 한동안 탑은 '약한 라인'으로 묵인된 만큼, 전술은 이쪽을 중심으로 기울지 않았다. 팀에게 있어 그들에게 필요로 하는 요구사항은 압박을 견디거나, 게임이 후반에 들어섰을 때 고기 방패나 한타의 이니쉬 기능을 담당해야 하며, 성장이 양호한 캐리 라인의 위치를 위해 더 나은 출력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는 점들이었다.


 이런 스타일의 선수들에겐 '블루-칼라 탑(노동자 탑)'이라는 공통된 호칭이 붙었다. S7 월드 챔피언십에서 LPL 3개 대표팀의 탑 라이너였던 Mouse, Letme, 957이 이 호칭의 선두 주자였다.


 아주 오래 전 OMG의 '형님(大哥)' Gogoing은 특유의 공격적인 스타일로 사랑받으며 '탑 라이너의 빛(上單之光)'으로 불렸지만, Mouse에게 있어서 이 칭호는 그에 대한 조롱으로 변했다. 국산 탑라이너로서 새로운 깃발을 드는 이로서든, EDG의 공식 후계자이든 상관없이 당시 그의 행보는 이러한 막대한 기대를 차마 감당하지 못했다. Mouse는 S6 조별리그가 끝날 즈음, 가족이 중태에 빠져 귀국하느라 마지막 경기를 모두 놓쳤다. 그 해 EDG는 8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생애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S7 월드파이널에서 EDG가 선발전을 통과하지 가운데, 그는 새로운 세력인 RW로 합류해 라인업을 재편성한 후 다크호스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게 된다. 그의 훌륭한 활약은 그에게 있어 '탑라이너의 빛(上單之光)'라는 칭호의 의미를 원래대로 복귀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RW는 선발전에서 친정팀 EDG에게 발목을 잡혔고, 이후 무대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의 커리어를 돌이켜보았을 때,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첫인상은 과연 어떨까. 분명 그의 밝은 미소는 많은 즐거움을 주었지만, 다양한 파장의 '빛'을 가린 뒤에서야, 사람들은 기억할지도 모른다. 그가 '거대한 염원'을 물려받은 후 , '도서관으로 되돌아가,' 생리적, 심리적 압박에 동시에 시달리며 경기 전 수없이 헛구역질을 한 후 2017년 LPL 서머 2:3 스코어의 결승전에 모든 것을 걸었던 럼블이기도 하다는 점을.



 "나를 응원해주는 이들의 얼굴을, 빛나게 해야 한다."







 그 경기, Mouse의 맞은편에는 Letme가 있었다. 2017년까지만 해도 그는 1부리그와 2부리그의 사이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었다. 이후 그가 2017년 RNG의 선발 자리를 굳힌 뒤, 그해 스프링-서머 시즌에 나란히 결승에 올라 월드 챔피언십 디펜딩 챔피언이던 SKT를 상대로 풀세트를 채울 수 있었다. 2018년에는 마지막 가장 중요했던 것을 제외하면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우승을 차지했다. 대략적으로 보았을 때 Letme의 커리어는 낮게 치고 올라가는 상승곡선과도 같고, 마지막 터닝 포인트가 바로 종점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순풍에 돛 단 듯 순조롭게 나아가는 이야기는 아니다. 5년의 낮과 밤, 그중 황금의 나날은 단지 짧은 한 토막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그 해, LPL에서 캐리형 탑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Letme의 방어적인 픽과 플레이에 대한 비난이 거세져 한때 그는 'LPL 탑 판독기'로 불리기도 했다. 사실 2017년 Letme는 한 시즌 동안 13개의 각자 다른 챔피언을 소화해낸 챔프폭을 가지고 있었지만 숱한 시도 끝에 그 다음 해에는 팀플레이로 방향을 틀었다. 가장 날카로운 칼보다는 가장 날카로운 칼로도 뚫을 수 없는 방패를 택한 것이다. 오랜 세월 동안 그의 뿔피리는 승리가 눈앞에 다가왔음을, '대장장이 신이 온다'는 말은 팀원들에게 있어 다시 없는 안도감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두드리는 QWER 하나하나가 그의 팀에게 거대한 방벽과 전차를 만들었다.








 동료와 관중들에게 안도감을 주는 선수라면, WE의 베테랑 주장 957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그가 했던 아재개그처럼, "957 이 선수, 네가 어젯밤에 내 신발을 달에다 두고 왔다고 했는데, 네가 좀 가져와주겠니? 라고 물어보면 걔는 그런다니까요. 이건 좀 어려운데, 저한테 5분만 주세요." 그는 '다리 형'이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는데, 그가 팀의 '허벅지'를 맡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2016년 '다리 형'은 LPL 데뷔 첫 해부터 월드 챔피언십 선발전에 올랐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IMay의 탑 AmazingJ의 텔이 957과 WE의 한 해 동안의 꿈을 날려버렸다. 1년 뒤 다시 울려 퍼지는 BO5의 노래 속에서, 서머 플레이오프에서 3위 자리를 내주었던 오랜 숙적 IG에게서 WE는 S7 월즈 파이널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건 957이 참가한 유일한 월즈 파이널이었다.


 그는 소위 말하는 재능 있는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이들과 비교해보면 e스포츠로 뛰어들게 된 시기가 비교적 늦은 편이었다. 대부분 10대에 데뷔한 선수들에 비해 957은 대학을 졸업하고 e스포츠에 입문하게 되었다. 다른 이들이라면 프로 생활에 있어 카운트다운을 해야 할 나이에 957은 여전히 현역으로 뛰고 있었다. 이 WE의 '가장'은 실제로도 자신의 온 힘을 다해 WE의 뒤를 책임졌다. 무대에서 항상 그는 홀로 여러 적들을 상대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의 텔은 영원히 지원사격에 사용되었다. 순풍의 초석, 역풍의 기둥, 그는 WE라는 총군의 사기였다. 957의 은퇴 선언문 속 그의 사진에는 '내가 여기 있어(有我在)'라는 세 글자가 적혀 있었고, 이는 그의 프로 인생에 있어 가장 간결한 묘사라고 할 수 있었다. 혹시라도 그는 그 스스로도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까봐 두려울 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기장은 물론이고 카메라의 렌즈 안, 동료와 관중의 눈동자 속. 그의 그림자는 시종일관 깃발과 같이 우뚝 솟아 있었다.








 2017년 어워드에서 957의 연설 중, '올해의 가장 발전한 선수' 시상식에서 그는 "오직 압박에 저항하는 전술만 있을 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탑라이너는 없다"라는 말로 동시대 최고의 '블루칼라'들에게 헌사를 보냈다. 그들은 최고의 압박을 견디며 최저의 골드만을 차지했다. 그들은 이득과 보상을 논할 때는 투명인간과도 같았으며, 패배 후 재판에서는 죄를 뒤집어썼다. 한 팀의 자원은 본래부터 제한되어 있으므로, 태양도 지구의 절반만 비추는 것처럼, 절반은 어둠을 견뎌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기나긴 밤 그 자체가 아닌, 어둡고 긴 밤 속을 스스로 걸어들어간 자들이다.





2.



 프로라는 판에 뛰어든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딱히 거만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자신의 포지션에서 가장 강하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가장 강해질 것이라고 믿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 더 먼 곳으로 가기 위해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있다.


 OMG가 빛을 발하던 시절, 마침 LPL 최고의 AD들이 '우물에서 솟듯 뿜어나오던' 시절: Smile, Uzi, Nami… 너무나 많은 빛나는 이름들에 비해 OMG는 강력한 상체를 바탕으로 하는 팀이었고, San은 AD라는 이름값에 비해 그닥 눈에 띄지 않는 듯했다. 그들은 첫 LPL 우승을 차지하며 2년 연속 월드파이널에 진출했고, 50 포인트 뒤집기와 LPL 사상 처음으로 한국팀 상대로 3대0을 차지하는 듯 열정과 감동이 있었다. OMG는 2014년 말 S3와 S4의 글로벌 파이널 챔피언 자리를 2년 연속 내주고 만 황족 AD, Uzi와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San은 AD 자리를 내주고 탑이나 서포터 포지션 연습에 열을 올렸지만, 겨우 몇 번의 출전 기회만 얻을 수 있었다. 이후 OMG는 다시는 월드 챔피언십에 오르지 못했고, San도 다시 경기장에 돌아올 수 없었다. 흔히들 프로게이머들의 전성기가 3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며, 특히 신체적 손실이 크고 반응속도가 높아야만 하는 AD는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오늘까지도 San은 강도 높은 연습을 계속하며, 복귀에 대한 열망을 여러 차례 드러내고 있다.

 그는 올해로 27살이다.







 San처럼 변신에 실패한 선수도 많지만, 다른 포지션에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선수도 있다. 2014년 말 Rookie가 IG에 합류하자, 원래 있던 미드인 쯔타이(Zzitai)는 곧바로 탑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2년 뒤 그가 IG와 결별할 때 그를 맞이한 것은 Snake로부터의 미드 계약이었다. 미드에 복귀한 지 1년 만에, 그는 RNG의 새 시즌 엔트리 중 탑 라인에 이름을 올려 Letme와 번갈아가며 출전했다. RNG의 탑-미드 스왑과 라인 스왑 전술을 완벽하게 구사했던 Zzitai는 상대와 관중을 멀미하게 만들었다. S8에서 그는 생애 최고의 성적을 거뒀지만 당시 월드 챔피언십 규정상 팀당 한 명씩만 데려올 수 있었던 탓에 RNG는 더블 정글러 체제를 선택했고, 유일한 탑라이너 자리를 Letme가 차지하게 되면서, Zzitai는 세 번째 월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의 월드 챔피언십 최고 성적은 S2의 8강이었고, 그 해 그는 15세에 불과해 Kid와 함께 IG의 '쌍둥이 별'로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그에 대한 평가는 '천부적인 재능'이었지만, 천부적인 재능은 이 게임의 프리패스 문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곧바로 그의 앞길을 탄탄대로로 바꿀 수는 없었다.








 소년이 강호를 떠돌다 늙게 되듯(少年子弟江湖老), 경쟁 스포츠의 세계에서 우아하게 늙는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승리를 위해, 호흡을 맞추기 위해, 심지어 하루라도 더 경기장에 머물기 위해. 때론 타협을 하고 자신의 아늑한 자리를 벗어나 알맞은 모양으로 자른 뒤 팀의 퍼즐에 끼워 넣어야 한다. 이런 타협은 결코 굴복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분명 이 세상에서 '오직 실패를 맛보지 않고서는 생각을 바꾸지 않는 법'만이 용감한 것은 아닐 것이다.





3.



 어떤 사람들이 협곡에 발을 딛게 되었을 때, 그들은 자신의 ID뿐만 아니라 접두사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들의 이름은 팀의 역사와 깊게 얽혀 있으며 감히 분리할 수 없고, 그러므로 이들은 그 역사의 무게를 짊어져야만 한다.


 시청자들에게서 '낙관가족'이라는 평을 듣는 S5 LGD 선수 중, Pyl은 그의 첫 발걸음을 LGD에서 시작했으며 가장 마지막까지 LGD의 선수로서 퇴장한 선수이다. LPL에게 가장 어두웠던 S5 월드 챔피언십 당시, 우승후보였던 LPL 1번 시드 LGD가 그룹스테이지에서 탈락했다. 당시 선수들이 이 팀이나 게임에서 하나둘 떠나갔을 때 마지막까지 남은 건 Pyl 단 한 명뿐이었다. 1과 2는 큰 차이가 없을지 몰라도, 1과 0이 본질적으로 다른 것과 같이, 팬들에게는 아직 꺼지지 않는 단 하나의 불씨처럼, 그가 작은 리더에서 나이 든 리더가 될 때까지, Pyl이 아직 이곳에 앉아 있는 한 '낙관가족'은 언젠가 다시 찾아올 수 있었다.


 아쉽게도 Pyl은 그날까지 기다리지 못했다. 이후 그는 4년 동안 '바텀에 개를 한 마리 풀어놓아도 이긴다'라는 소리를 듣던 천재 서포터에서 LPL 데스 1위를 달성하는 '사신'으로 변신해 싸웠다. 관중들은 그가 이상한 타이밍에 이상한 곳에 나타났다가 적에게 포위당하는 장면을 조롱했지만, 그의 시각에서 적의 포위망 속에서 고개를 돌리면 그를 따라갈 사람이 더 이상 곁에 없다는 것을 언젠가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는 경기장을 떠나 안전구역인 해설석에 앉았다. 이곳에서 Pyl은 다시는 쓰러지지 않지만, 동시에 다시 태어나지도 않는다.








 PYL의 LGD 합류와 거의 동시에 대양 건너편 유럽의 명문 FNC에도 '운명의 사람'이 찾아왔다. 만 16세가 된 Rekkles는 FNC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IPL5에서 큰 활약을 펼쳤고, 결승전에서는 WE에 밀렸지만 뛰어난 활약과 잠재력으로 '유럽의 고학력의 성과(高學成)'라는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나이 제한으로 2014년에야 비로소 Rekkles는 본격적으로 유럽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그는 첫 시즌부터 FNC를 도와 리그 우승 3연패를 지켜낼 수 있었지만, 서머 시즌을 준우승으로 끝낸 뒤 FNC는 S4 월드 챔피언십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후 FNC는 서포터 YellOwStaR을 제외한 모든 팀이 이탈했고, Rekkles 합류 이후, 아무것도 얻지 못한 한 봄을 보낸 후 FNC 복귀를 택하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은 총 10회 개최됐으며, Rekkles는 이 중 6회에 출전해 우승을 제외한 모든 순위를 차지했다. 관중들은 1년마다 반복되는 FNC의 탈락 후 Rekkles의 클로즈업 장면을 찍을 때 눈물을 흘리는 그의 얼굴에 익숙하다. 사실 모두가 가슴 속으로는 단 8개의 팀만 참가했던 S1 월드파이널 우승과 지금의 월즈 우승은 전혀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Rekkles, FNC, 그리고 LEC 모두의 '어린 왕자'들은 여전히 그들이 산을 다지고 팀을 이끌어 최초의 영광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목표를 가슴에 새긴 채 연전연패한 Rekkles는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팀을 연전연승으로 이끌었다. 그는 어느새 '천재 소년'에서 조타장으로 성장했다. 2018년 FNC에 합류한 Caps는 한때 'FNC의 미래'로 인정받았지만 곧 G2를 떠났다. FNC가 새로운 '미래'를 찾을 때까지 Rekkles는 계속 FNC를 캐리할 것이다. 그는 또 한 번의 실패에서 결코 눈물을 참는 법만을 배우지는 않았다.








 이론적으로 보통 노장만이 어떠한 무게를 어깨에 지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벌써 많은 것을 짊어진 선수도 있다. ShowMaker는 DWG에 입단한 이래 유일하게 개근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이다. 비록 이 팀이 '팀워크'를 일컫기엔 너무 젊은 팀일지는 몰라도, 그는 DWG의 희망이 되기 전에 이미 LCK의 희망이었다.


 2019년 1부리그에 데뷔한 00년생의 신예에게, 신인으로서 데뷔 해의 8강 진출은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LCK는 '괜찮은 성적'에서 그치지 않고 더 좋은 결과를 갈구했다. 2년 연속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LCK는 여전히 그들의 지역이 최고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이다. 특히 LCK가 이전에 가장 자랑스러워 하던 미드라이너들에 있어서, 최근 몇 년 동안 월드 챔피언십에서 신인들의 뛰어난 성적은 정체되던 와중 ShowMaker는 그의 아이디 그대로 화려한 플레이로 LCK의 희망을 되살렸다. S9 월드 챔피언십 8강에서 케일을 고집한 ShowMaker의 결정은 전장의 불리한 기세를 뒤집지 못했고, 이후 그에게 '코치 불복종' '큰 대회 울렁증' 같은 비난이 쏟아졌다. 그가 1년 만에 다시 월드 챔피언십으로 돌아온 것은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임이 분명하다.


 외부의 힘은 한 사람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지만, 일단 각도가 틀어지면, 자신에게 작용하는 거대한 압력으로 변하게 된다. 기대를 받는다는 것은 행복이지만, 기대가 무너지면 이를 담아내는 사람도 외부에게서 덧씌워지는 실망과 분노의 홍수 속에 빠질 수 있다.





4. 



 e-스포츠에 있어서 '어린 천재'가 부족한 적은 없었다. 비록 천재들이 모두 잔혹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것은 아니지만, 높은 출발점은 분명 신인들에게 충분히 버틸 수 있을 저력을 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의 앞에 놓인 길은, 어둠을 헤치고 아주 오랫동안 걸어야만 빛이 보이는 길이었다.


 G2 정글러인 Jankos의 동안과 촐싹거리는 성격은 그가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맏형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게 한다. S10의 최고령 정글러인 Jankos가 자신의 첫 리그 트로피를 거머쥐는 데에는 무려 6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2013년에 프로로 데뷔한 이 푸른 눈의 폴란드인은, S6 월드 시리즈에서 팀과 함께 4강에 올랐지만 단 한 번도 리그 내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모든 트로피들과 인연이 없었던 한 해를 보낸 그는 2018년, 단 한 번도 월드파이널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창단 후 모든 리그 우승을 휩쓴 G2에 합류했다. 그가 합류한 첫 해, G2는 스프링-서머 2관왕을 모두 날리며 4연패의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의 이전 팀이던 H2K의 풀네임인 'Hard to Kill'처럼 Jankos의 사전에는 '백전불굴'이 적혀 있을 것이다. 그해 G2는 선발전으로 아슬아슬하게 S8 월드파이널에 진출, 팀 사상 첫 4강에 오르게 되면서 상황이 점차 나아졌다. Jankos는 마침내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월드 시리즈를 제외한 모든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2등과 200등은 다를 게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므로, 수도 없이 리그 우승 트로피를 놓쳤던 그는 뜻을 이룬 뒤 쉴 틈도 없이 계속 월즈 우승 트로피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그는 답을 받을 수 있을지 아닐지 알 수 없을 것이다.








 Jankos의 그랜드슬램 달성을 저지한 FPX의 정글러, Tian은 그 해 FMVP를 받을 당시 19세의 나이였다. 그러나 이 어린 선수 역시 '데뷔 즉시 절정'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2부 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인 YM 출신으로 SN에서 LPL에 나설 때 그가 얻은 출전 기회는 많지 않았다.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오랜 동료인 미드라이너 Knight의 모습에 비해 Tian의 활약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많은 젊은 선수들은 마이너리그에서 빅리그로 올라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이는 시작일 뿐. 이들 중 오래 갈 수 있는 사람은 그들 중 봉황의 털과 기린의 뿔(凤毛麟角)마냥 드물고 귀했다. 많은 신인들은 기억되기도 전에 사라진다.


 2018년 말 Doinb와 Tian이 나란히 FPX에 입단했다는 소식은 사람들 사이에 많은 이야기들을 오가게 만들었다. 새로운 FPX의 탑, 미드, 바텀은 경험 많은 노장이었으나, 정작 노련미가 필요한 정글-서폿은 신인이었던지라 그들에 대한 전망에 곱지 않은 시선들이 집중되었다. 오랫동안 벤치를 지키며 적은 재능만을 가지고 있을 거라 여겨졌던 신인이 그해 월드 시리즈의 FMVP가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었다. LPL은 월드 챔피언십 2연패의 우수성으로 S10 선발에 있어 1팀 추가 보너스를 받았지만, 정작 이전 해 우승 멤버 유지와 탑 로테이션으로 보강한 FPX는 선발전에서 떨어지고 만다. 가오톈량은 트로피 반납식과 대진 추첨식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Tian이라는 이름은 참가 선수들이 사용하는 챔피언의 스킨 귀환 모션 밑에, FPX 로고는 협곡이 밝히는 팀 마크에 나타났으나, 이들은 삼위일체가 되어 월드 챔피언십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 영광의 길에 놓인 가시덤불은 함께했던 옛 친구들에 대해 결코 너그럽지 못할 것이고, 다시 한번 정상에 오르는 꿈은 다시 한 번 자신의 두 손으로 직접 이뤄내야만 한다.








 사람들은 세상에 좋은 것들이라곤 도저히 오래가지를 못한다고 한탄하지만, 그 한순간의 영광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평생 따라오기 힘든 업적이다. 경쟁 스포츠에 있어 쉬운 길이라는 건 없다. 이는 곧 첫 발을 디딘 날부터 오랜 시간 줄기차게 달려가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꾸준히 걷는 사람에게 있어 연마란, 마모가 아닌 광택을 내는 것이다.





5.



 이것은 기대했던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그들은 피라미드의 뾰족한 부분처럼 매우 적고, 또 이 일부분의 소수 속에서도 다수를 차지한다.


 스포트라이트가 없었다면, 처음에 그들이 가졌던 것은, 단지 컴퓨터 화면의 백라이트에 불과할 뿐이다.


 박수 소리가 없었더라면, 처음에 그들과 함께했던 건, 단지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협곡에서, 그들의 캐릭터는 신군이 하늘에서 내려와도 끄떡없다. 현실에서 그들이 잡을 수 있는 것은 손에 쥐는 마우스뿐이다.


 그들은 두려워하고, 넘어지고, 눈물 흘리고, 흔들리고, 공든 탑이 무너져도, 아득히 먼 곳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


 소환사의 협곡에 완벽한 동화 속 해피엔딩은 없다. 아무리 강한 이라도 쓸쓸히 퇴장하는 날이 있을 것이고 ─ 아니면 상대에게 녹아웃되거나, 시간에 잊힐 수도 있다. 진정한 영웅은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거나, 100번째 녹아웃을 당한 후에도 101번째 녹다운을 노리는 시도를 한다.


 누구나 한 때, 혹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잠겨 있던 순간이 있고, 스스로를 향한 의구심과 소모감에 파묻혀, 다른 이들이 당신을 떠나 네 곁에는 그들의 뒷모습과 잡음만이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출구가 어디 있는지 볼 수 없듯이, 당신이 자신을 먼저 밝혀보지 않으면 기대했던 대로 어둠 속의 당신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영웅을 기다리는 것보다 영웅이 되는 것이 낫다. 순풍 속에서는 영웅의 품격을 관측할 수 없고, 뜻을 이루지 못할 때 뜻을 잃지 않는 것이 바로 진정한 영웅이다.


 영웅을 어떻게 알아보는가?


 영웅은 막다른 골목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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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atm
20/11/26 21:44
수정 아이콘
본의아니게 "2등과 200등은 별반 다르지 않다"에서 터졌네요..
20/11/26 21:45
수정 아이콘
왜 하필 200등인지 저도 궁금하긴 합니다...
20/11/27 04:36
수정 아이콘
그나마 222등이 아닌게 다행입니다?
20/11/26 21:45
수정 아이콘
이런 감성 좋네요
20/11/26 21:46
수정 아이콘
저도 이런 감성 참 좋아해서 LPL 쪽 칼럼 많이 번역해놓고 혼자 보는 편입니다 흐흐
Dena harten
20/11/26 21:53
수정 아이콘
옆에다가 쿠보포엠을 적어놓으면 어울릴꺼같은 디자인이네요 크크크크
스톤에이지
20/11/26 22:08
수정 아이콘
쯔타이는 진짜 처음 나겜 배틀로얄에 나왔을때 센세이션했는데 롤드컵 8강 m5전에서도 pdd-쯔타이가 라인전 압도해가지고 IG가 우승할줄
20/11/26 22:31
수정 아이콘
쇼붕이는 사진이 없네요 크크 멋있게 한장 넣어주지... 쇼메가 사진을 안보내줬나 크크
20/11/26 22:39
수정 아이콘
이게 칼럼 말고 영상도 따로 있는데, 영상에선 쇼메가 멀쩡하게 나오는데 왜 여기선 사진이 없는 건지 의문입니다;;
코슬라
20/11/26 22:51
수정 아이콘
상하이 라이브러..리?
나선꽃
20/11/27 00:58
수정 아이콘
늘 번역해주시는 글 잘 보고있습니다. 지난번 글도 그렇고 참 좋네요. 감사합니다!!
20/11/27 01:3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힘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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