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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5/08 18:48:02
Name lonelydragon
Subject [LOL] 팀 스타일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1)
팀 스타일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2017년까지만 해도 롤 프로팀이 승리를 위해 해야할 덕목은 공식처럼 정해져 있었으며, 그것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실수를 줄이는가에 있었다. 대표적인 리그로써 LCK는 그 덕목의 창시자이자 권위자이며 스승이었다. LCK가 구축한 세계관에서의 팀 판별법은 철저한 상하관계로 표현된다. 어떤 팀이 좀 더 공격적이거나, 이상한 조합을 하거나 그런 것들은 사실 승리에 있어서 큰 영향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실수를 안하고 필요한 플레이를 하는가. 물론 이것은 현재도 당연히 통용되며 우선으로 둬야 할 자세다. 다만 당시에는 모든 프로가 신의 계시처럼 받들고 따라야 할 진리 그 자체였단게 다른 점이다. 이러니 팀의 지향점, 어디에 중심을 두는지, 소환사의 협곡을 어떤 관점으로 파악하고 있는지 등은 별로 눈여겨 볼 필요가 없었다. 메타에 따라 강한 조합을 찾고, 그 조합을 실수하지 않고 정해진 운영공식으로 수행하는 것이 단 하나의 옳은 길이었다. 마치 이상의 유토피아가 정해져 있고, 세계 모든 팀들은 그 곳을 향해 달려가는 수도사였다. 몇몇 다른 해석을 꺼내 탈선을 행하는 이단자들이 있었지만, 진리를 외면한 그들은 수도사들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2018년에 이르러 이 일원론 세계관은 격변을 맞이한다. 창조주 라이엇은 LCK가 만든 협곡교가 맘에 들지 않았고, 대대적인 변화를 일으켜 롤판을 뒤집어 엎었다. 시야장악을 어렵게 하고 평균 경기시간을 줄이면서 운영의 비중을 낮췄다. 대신 한타를 자주 일으키고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진리는 무너졌고 혼돈의 시대가 시작됐다. 어떤 지역은 새롭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으며 스스로의 색을 얻고자 탐구를 시작한다. 어떤 지역은 이제까지 호전적이고 멍청한 수준낮은 플레이라고 비난받았던 것이 바뀐 세계에선 매우 잘 어울려 꽃망울을 화려하게 터뜨렸다. 그리고 어떤 지역은 지금까지 세계관을 구축하고 패권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변혁에 저항하고 보수적인 자세를 취했다. 많은 팀들이 바뀐건 아무것도 없다며, 진리는 여전히 그대로 통용된다며 구시대의 교전을 따랐다. 그리고 보게 된다. MSI에서,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월드챔피업쉽에서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LPL이 롤드컵에서 우승함으로써 진리는 여러개로 쪼개진다. IG가 우승했다고 해서 그들이 모든 팀의 이상향이 될 순 없었다. LPL의 방법론은 불안정하고, LCK의 방법론은 낡았고, LEC의 방법론은 혼잡했다. 롤 팀들은 이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롤의 성서는 불타버렸고 스스로 자신들의 철학을 써내려야 한다. 그렇게 1년 반이 지나고 각 지역의 많은 팀들은 우열없는 색깔의 싸움을 하고 있다. 누구의 색이 더 아름다운지 경쟁하는 이 마당에서 우리들은 어떻게 그 색을 구별해야 할까.



팀 스타일이라 할때 흔히 나오는 말이 몇몇 있다. 한타를 좋아한다. 운영을 잘한다. 1-3-1 날개. 라인전 위주의, 스플릿푸쉬 위주의 팀. 용, 바론 애호가. 탈수기 운영 등등...위의 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돈해서 구분하라고 하면 매우 어려울거다. 서로 엮이기 힘든 것도 있고 너무 세밀하거나 혹은 거창하거나 해서 스타일이라 하기 불분명한게 많다. 그러므로 서로 대조되는 기준을 삼고, 그 기준에 팀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보는게 각각의 색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좋다. 이에 부합하는 기준 중에 예전부터 많이 사용된 두가지를 먼저 알아보자.





[언제 가장 강해지는가. 초반/후반 지향.]
매경기마다 해설들이 가장 많이 짚어주는 부분이다. 뭐가 초반이고 후반인걸까. 한마디로 정의하면 팀이 가장 강해지는 타이밍을 뜻한다. 밴픽에서 조합을 할때 초중후반 모두 강한 조합을 만들기란 프로경기에서 거의 나오기 힘들다. 그래서 각 팀은 선택해야 된다. 어느 시간대에 자신의 팀이 가장 강할 수 있는지 정한다.



초반지향 팀은 스노우볼링, 강한 라인전, 빠른 템포, 공격성, 기동성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후반지향 팀은 성장, 전면적인 한타 혹은 스플릿 등의 중후반 운영, 느린 템포, 안정감, 높은 화력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초반지향은 라인전이 강하고 아이템없이도 센 챔프, 후반지향은 아이템이 나올수록 강한 성장형 챔프거나 전면적인 한타나 중후반 운영에 도움이 되는 스킬을 가진 챔프를 선택한다.



여기서 착각하기 쉬운 점은 지향하는 타이밍이 어느 한쪽이라고 해서 그 시간대에 모든 것을 하려고 드는건 아니다. 시간대의 지향은 그 팀의 힘이 가장 높아지는 지점을 뜻할 뿐이다. 탑 블라디미르 조합의 팀이 중반에 끝낼 수 있는거고, 정글 판테온 팀이 후반으로 끌고가 이길 수도 있는거다. 그리고 후술할 내용에서 적겠지만 조합과 스타일은 언제나 일치하는건 아니다.



보통 초반 아니면 후반 지향이 일반적이지만, 중반 지향의 조합도 자주 나온다. 어떻게 초, 중, 후반을 나누고 조합을 구분할건지는 전문가, 해설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매팀, 매경기, 당시 메타마다 전부 다르니까.





[캐리는 누구인가. 탑/미드/바텀 중심.]
경기에서 각 포지션 중에 누구를 중심으로 두는가에 대한 관점은 두가지로 나뉜다. 선수 실력에 따라 나누는 관점이 있다. 2019 LCK 스프링 아프리카 프릭스의 중심은 누가 봐도 탑 기인이다. 팀 자원을 가장 많이 받는 쪽을 중심으로 두는 관점이 있다. RNG 바텀 우지-밍은 팀의 자원 대부분을 그들이 소비한다. 정글러의 지원과 빈 라인CS는 전부 우지의 몫이다. 팀내 가장 뛰어난 선수가 정글 지원을 못 받을 수 있고, 가장 많은 자원을 받는 포지션이 에이스가 아닐 수 있다.



이 글은 팀 스타일에 대해 논하고 있으므로 후자의 관점에서 포지션 중심을 논하는게 맞다. 초반 라인전에서 정글러는 필연적으로 갈림길에 서게 된다. 탑이냐 바텀이냐. 어디에 무게를 두고 캐리역할을 맡길것인지 볼때 정글러의 움직임은 큰 단서가 된다. 챔프선택도 정글러 지원만큼 무거운 무게추다. 하드캐리 챔프를 골랐다면 당연히 경기는 그 포지션 위주로 흐르기 마련이다. 블라디미르처럼 정글러 지원을 잘 받지 않는다거나, 시비르를 고르고 라인푸쉬 역할만 하도록 하고 탑위주 정글동선을 잡을 수도 있는 등 이것만으로 중심이 누구인지 단언하는건 힘들다. 위에선 선수 실력의 관점은 논하지 않았지만, 사실 실력 또한 매우 영향이 큰게 사실이다. 팀이라곤 해도 선수의 집합이 곧 팀이니 말이다. 결국 중심에 대한 판단은 종합적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어느 포지션이 중심인가에 따라 다른 기준에선 비슷한 팀이 무게추의 위치만으로 매우 다른 성향을 가진 팀이 된다. 바텀 중심의 팀은 중후반 지향, 전면적인 한타, 조직력, 안정감, 오브젝트 획득 등의 성향을 가지는 편이다. 미드 중심의 팀은 맵 장악력, 로밍, 압박, 능동적 운영 등의 성향을 가지는 편이다. 탑 중심의 팀은 스플릿푸쉬, 폭 넓은 운영, 매복-기습 등의 성향을 가지는 편이다.



드물게 변칙적으로 나오는 정글 중심 스타일도 있다. 대표적으로 베트남 지역 팀에서 많이 나왔다. 오래전 C9의 메테오스부터 시작하여 기가바이트의 리바이, 에보스의 이진 등이 있었다. LCK에선 그리핀의 타잔이 정글 중심에 근접한 모습을 보였다.





위 두가지 팀 스타일 기준이 현재 보편적으로 많이 거론된다. 어느 팀, 어느 경기에나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이고 직관적인 기준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정확히 얘기하자면 이것들은 [팀]이 아닌 [조합]의 스타일이라고 봐야한다. 초반과 후반을 나누는, 포지션의 중심을 두는 조건이 거의 챔프와 조합에 있기 때문이다. 매경기 달라지는 조합에 따라 계속 초반, 후반이 바뀌고 포지션 중심이 달라진다면 그걸 팀 스타일이라 할 순 없다. 물론 팀마다 선호하는 조합 성향이 있고, 이것을 팀 스타일이라 생각하면 되기도 한다. 이 또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조합을 떠난 팀 고유의 특징을 드러낸 경향이 없는걸까.



2018년 롤드컵 이후, 롤판의 헤게모니는 두개로 갈라졌다. LCK의 사고방식과 함께 LPL의 사고방식이 주류로 인정받았다. 여기에서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일원론에 가려 보이지 않던 경향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운영의 실체이며 조합을 떠나 어느 팀이든 가지고 있는 색이다.



롤의 운영을 매우 쉽게 표현하면 어떻게 적어야 할까. 나는 이렇게 적고 싶다.
[다섯 사람이 뭉치고 흩어지는 것을 반복하는 일.]

이걸 지적인 단어로 바꾸면 이렇게 된다.
[집중과 분산]


집중형 IG
밸런스 분산형 SKT
변이(진화) 분산형 G2
분산형 TL
어설픈 집중형 FW
극단적 집중형 PB

=======================

2편은 집중과 분산 설명과 이를 대입한 MSI 6개팀 팀 스타일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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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템플러
19/05/08 18:53
수정 아이콘
긴 빌드업 후 MSI 프리뷰인 글이군요 크크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 개인적으로 FW는 집중보단 분산형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lonelydragon
19/05/08 19:06
수정 아이콘
FW 부분에서 적겠지만 이팀은 어설픈 집중형 혹은 집중형이고 싶은 분산형이란 타이틀입니다. 후자가 길어서 전자가 타이틀이 되었습니다.
세인트
19/05/08 19:09
수정 아이콘
이런글좋아요 어서 2편을 보여주세요 현기증난단 말이에요.크크크
19/05/08 19:36
수정 아이콘
글이 깔끔하고 좋네요. []를 이용한 연출도 좋고요. "운영 = 다섯 사람이 뭉치고 흩어지는 일"이라는 표현이 좋아요.

제가 롤알못이라 다음에 이어질 내용들에 가타부타 말할 수 없는 게 아쉬워지는 글이네요.
마음속의빛
19/05/08 19:56
수정 아이콘
아.. 재미있네요.
RookieKid
19/05/08 20:19
수정 아이콘
흥미롭게 잘 쓰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빨리 2부 주세욧
pppppppppp
19/05/08 20:40
수정 아이콘
G2 스타일이 궁금해지네요
19/05/08 22:18
수정 아이콘
팀컬러는 소속선수개개인의 실력과 성향+코치진의 노하우와 발상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강팀들은 그런것들이 더 서로 어울어지면서 1+1+1+1+1이 5+가 나오는 시너지를 자랑하죠.나머지는 선수들의 폼관리와 코치진의 밴픽에서 어느정도의 변화를 주는거고.
19/05/09 08:59
수정 아이콘
덧붙이자면 진짜 팀게임 프로수준이면 서로에 대한 신뢰가 정말 기세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어울어지면서 -> 어우러지면서 가 아닌가 싶습니다 흐흐
19/05/08 22:32
수정 아이콘
와 기대가 되는군요 빨리 보고 싶네요
人在江湖身不由己
19/05/08 23:21
수정 아이콘
(조용히 추천)
이시스
19/05/09 06:23
수정 아이콘
우와... 다음 편 정말 기대합니다.
aDayInTheLife
19/05/09 13:1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2편 기대할게요!
개인적으로 100% 적합한 번역은 아닌데 rotation이 운영이라 불리는 것을 잘 요약하는거 같아요. 분산된 팀에게 주어진 자원을 어떻게 나누고 집중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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