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이거 왜함?
A. 심심해서..는 아니고 롤드컵에 진출한 북미팀들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간단하게 Q&A 세션을 준비했습니다.
Q. 북미 LCS는 잘 안보고 롤드컵을 위주로 챙겨보는 유저입니다. TSM과 C9은 롤드컵에서 자주봐서 익숙한데, CLG에 대해서는 아는게 없네요. 북미 1번시드라면서요?
A. CLG는 TSM과 함께 북미판의 초창기부터 함께한 전통의 명문구단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초창기부터 유명한 HotshotGG가 지금은 단장으로 있는 팀입니다. 하지만 그 명성과 팬덤에 비해선 그동안 성적이 저조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우스개거리와 팬들에게도 자학의 대상이 되기도 했죠. 프로야구로 따지면, 롯데나 LG의 느낌? 그러고보니까 CLG와 LG, 이름도 비슷하네요.
Q. LG나 롯데라구요??? 그런팀이 롤드컵을 올라왔단 말입니꽈? 과장이 지나치시네요 ㅡㅡ
A. 과장이 아닙니다. 지난 몇년간 CLG의 역사는 오욕과 치욕의 나날들이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CLG는 NA LCS 창단이후 이번시즌 전까지 단 한번도 우승은 커녕 결승진출도 못해보고 늘 좌절을 한 팀입니다. 작년에는 북미팀중 최초로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했음에도 롤드컵 진출결정전도 못나가보고 광탈하였고, 지난 스프링 시즌에서도 정규시즌 3위를 해놓고 팀리퀴드에게 삼대떡으로 떡실신 당하면서 또다시 조롱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설상가상 터진 팀원들간의 불화가 레딧을 통해 공론화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코치진 및 선수들 일부가 팀을 나가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번 섬머시즌도 망하겠거니 했죠. 그런데 그 섬머시즌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면서 1번시드로 진출하게 된거죠.
Q. 오 나름 스토리가 있네요? 명문팀이라던데, 골수 CLG빠들은 덩실덩실할것같습니다.
A. 스프링시즌에서 저런 내부분열이 터지면서 팬들의 비난이 거셌고, 그 와중에 핫샷이 "믿음을 가져라. 믿음을 가지지 못하면 왜 우리를 응원하냐("Have more faith.If you have no faith, why are you guys even here?")"라는, 파격발언을 합니다. 이것이 처음에는 니네팀이 개판인데 왜 적반하장이냐 이러다가, 막상 썸머시즌에 우승을 차지하게 되자 "keep faith"는 CLG의 구호가 되었고, 이제 그들은 #faithage(믿음의 시대)의 효과가 롤드컵에서도 나타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Q. 흥미로운 팀이네요. CLG의 게임스타일이 궁금합니다. 북미롤은 잘 몰라도 더블리프트는 잘 아는데, 역시 더블리프트 캐리팀인거겠죠?
A. 더블리프트의 기량은 충분히 뛰어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CLG의 키플레이어는 탑 레인의 자이온스파르탄(ZionSpartan)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북미/유럽 팀들이 한국/중국에 비해 불리한 가장 큰 요인이 탑라인이라고 보는데, 자이온스파르탄만큼은 그 예외로 두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 SKT 출신 임팩트를 몇번 솔로킬 내기도 하였고, 탑 라인전 만큼은 이미 탈 북미급이라는 평가가 자자합니다. 거기에 챔프폭도 매우 넓고, 이니시, 운영, 스플릿, 한타 그 어디에서 어디하나 두어도 약점을 딱히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훌륭한 탑신병자입니다. CLG가 이기는 게임을 보면 항상 그 스노우볼의 시작은 자이온스파르탄에서 나온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슬램덩크 해남의 이정환정도?
Q. 해남의 이정환이라고요?? 엄청난 평가 아닌가요?
A. 물론 CLG가 해남만큼의 실력이냐고 하면 그건 아니지만, 적어도 자이온스파르탄이 그만큼 CLG의 큰 기둥인 사실은 분명합니다. 거기에다가 갱플랭크/피오라/다리우스등 많은 새로운 탑 챔피언들이 탑티어에 등극한 지금, 자이언스파르탄의 유연성은 분명히 CLG의 변수를 만들수 있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것입니다.
Q. 그럼 더블리프트는요? 그냥 퇴물...은 아니고 보통 원딜인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굳이 왜 해남 비유를 했냐고하면, 더블리프트의 팀내에서의 역할은 신준섭에 가깝기 때문에 그렇기도 합니다. 이정환(자이언스파르탄)을 필두로한 팀 멤버들이 훌륭한 어그로 핑퐁을 해준다는 가정하에, 더블리프트는 북미에서 프리딜을 가장 잘 넣는 원딜로 알려져있습니다. 그가 선호하는 징크스/애쉬/트리스타나등만 보더라도 긴 사정거리를 이용한 카이팅에 능하고, 최대한 몸을 사리면서 앞라인 제거후 서서히 뒷라인을 녹이는 딜링을 선호합니다. 베인으로 유명해진 그지만, 요즘의 그의 챔프선택에서는 최대한의 안정감을 유지하려하고, 상대팀들은 그것을 주의해야 할것입니다.
Q. 다른 선수들에 대한 평가도 듣고싶습니다. CLG에 한국선수는 없다고 들었는데... 유진 박? 바이올린 켜는 아재아닌가요?
A. 동명이인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CLG의 미드라이너 포벨터(본명 유진 박)는 북미에서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늘 고통받던 영고라인 미드라이너였는데, 이번 썸머시즌 CLG에 합류하면서 그 한을 풀면서 롤드컵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화려한 플레이를 자랑하는건 아니지만 정확하게 본인이 어떤 플레이를 해야하는지 잘 이해하고 있으며, 특히 한타에서의 움직임이 매우 훌륭한 미드라이너입니다. 솔랭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는것으로 알려져있기에, 정상급의 미드라이너를 만나더라도 충분히 5대5싸움을 끌고갈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입니다.
Q. 말 나온김에 다른 두 선수도 얘기해주시죠. 써포터 아프로무, 정글 엑스미시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A. 아프로무는 북미에서 가장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는 써포터라고 볼수 있습니다. 더블리프트가 프리딜을 넣는데는 이 선수의 기여도가 당연히 엄청나죠. 논타겟스킬을 매우 잘맞추며, 따라서 쓰레쉬/모르가나부터 바드까지 다양한 챔피언에 대한 숙련도가 뛰어난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옛날 한국의 매드라이프같은 써폿의 위상을 현재 북미의 아프로무가 가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그의 실력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비자문제가 해결된 엑스미시(Xmithie)의 경우는 스스로가 플레이가 만든다기 보다는 시야 장악이나 수비적인 플레이로 스노우볼을 조금씩 굴려나가는 커버형 정글러에 가까웠는데, 따라서 혹자들은 정글이 CLG의 약점이 아니냐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합니다. 다만 플레이오프때 들고나온 에코 정글이 대박을 치면서 하드캐리하는 모습을 몇번 보였고, 무엇보다도 플레이오프때의 유기적인 모습이 팀에 완벽하게 융화되어보였기 때문에, 롤드컵때 어떤 챔프를 들고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갈려질것 같습니다.
Q. CLG에 대한 평가가 매우 후하신것 같은데요? 너님 혹시 CLG빠?
A. 그렇진 않습니다만, CLG가 마지막으로 공식전을 치룬 NA LCS 결승에서 TSM을 3대0으로 압살했을때, 그 경기력 자체가 워낙에 좋아서 칭찬을 안할수가 없긴 합니다.
CLG의 가장 큰 장점은 라이너들 개개인의 기량이 롤드컵에서 통할정도의 능력을 가졌다는 건데요. 그래서 라인전부터 지고가는 경우는 딱히 없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거기에 챔프폭 또한 넓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밴픽/초반단계의 체급은 탈북미급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거기에 스크림 성적도 좋다는 후문이 솔솔 돌고 있는 지금, 서부권팀중 프나틱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팀은 CLG라고 생각합니다.
CLG에 대한 또다른 호재 하나는 아무래도 꿀조 A조에 편성되었다는 건데요. 저는 CLG가 여차하면 조 1위를 할 잠재력이 있다고 보여지고, 그렇게 되면 8강에서 2위팀을 만나기 때문에 적어도 가장 4강에 가까운 북미팀을 꼽으라하면 저는 주저없이 CLG를 꼽고 싶습니다. 4강이라는게 가장 잘하는 4팀이 아니라, 대진빨도 중요하거든요.
Q. 그럼 CLG의 예상성적은 4강?
A. 노노. 그래도 8강, 더 못하면 조별 광탈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CLG는 애초에 워낙 기대치를 부풀려놨다가 광탈하는 전과가 많아서, 이렇게 고평가 했다가 충분히 떨어질수도 있다고 봅니다. 아무리 한번 우승했다고 해도 이 팀이 CLG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됩니다! 굳이 돈을 걸라면, 조 1위로 8강진출해서 중국팀 만나서 3:2로 안타깝게 탈락.
Q. 조 1위면 KOO는 잡는다는건가요??
A. 1승1패할것 같습니다. 이건 과학적 근거는 없고 그냥 감이라 넘어갈게요.
Q. 뭐야 이 사람... 이왕 이렇게 글쓰고 간거 남들은 잘 몰랐던 CLG에 대한 팩트하나만 알려주고 가시죠.
A. CLG는 오브젝트 출현 이전에 크게 한번 싸우고 크게 한탕챙기는걸 좋아합니다. 그러니까 용 뜨기 한 30초전쯤부터 이니시걸고 자신들이 먼저 싸움을 거는거죠. 역시 이런 하드이니시가 가능한 것에는 탑과 써폿의 능력이 큽니다. 이게 성공하면 한타도 잡고 용이나 바론도 챙기면서 스노우볼을 한번에 크게 굴러나가는 거죠. 그러나 그 반대로 괜히 자신감있게 똭 이니시 걸었다가 이상하게 한타가 터져서 이겨야할 한타를 참패하는, 어이없이 역전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Q. CLG에 대한 한줄평가를 하자면?
A. "사건을 만들 잠재력은 있다. 예전의 CLG의 모습으로 회귀하지만 않는다면"
Q. 롤드컵 3일남았고, 15팀 남았는데, 이거 더 하실껀가요?
A. 노노. 시간이 없어요.... 대신 제가 북미롤 많이 챙겨보니까 TSM과 C9에 대한 프리뷰는 적을까 합니다. 댓글로 TSM이나 C9에 대한 궁금한점이 있으면, 적어주시면 최대한 제가 아는 한도에서 답변할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CLG에 관한 궁금한 점/혹은 본인의 생각을 적어주시는것도 환영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