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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11/29 00:38:19
Name 소현
Subject 테테전, 두뇌 싸움의 미학
최근 들어서 테테전을 몇 판 해 봤습니다.
공방에서 테란 잡고 붙어보는 건 처음... 어제 오늘 합쳐서 도합 6승 9패. 1패는 토스전, 나머지 6승 8패가 테란전.
아, 방제에는 '초보'라는 말이 들어갔기 때문에 실제로 여러분과 붙었을 때는... 아마 테막이라는 소리 나오겠죠-_-;;;


어렵더군요.
투팩토리 땡시즈 이런 건 간혹 먹히지만,
그런 올인전략은 사실 승보다 패가 더 많고...

머리가 다 아프더군요.
무엇보다도 저저전에 비해서 빌드가 꽤 많고,
그 빌드도 경기양상에 따라서 엄청나게 갈린다는 점에서,

확실히, 저그보다는 어렵더군요.
(그렇다고 테란으로 저그전 하자니 그 놈의 럴커 때문에...)

2팩 벌쳐 아머리, 3팩 벌쳐, 1팩 더블, 1팩 1스타, 1팩 2스타, 2팩 골리앗 탱크, 2팩 1스타 패스트 4골리앗 드롭...

제 경기를 가만히 3초간 곱씹어 보면 대개 두 가지 이유로 지더군요.
자리를 못 잡던가(특히 넓은 센터를 가진 맵에서), 아니면 드랍쉽을 못 쓰던가.

드랍쉽 문제는 첫 술에 배부르랴... 조금은 나아졌지만,
자리잡는 문제는 역시 여전히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저그전에서 항상 있었던 돈 안 쓰는 안습물량... 이것도 상당히 고치기 힘들었구요.

센터에서 자리잡을 시간을 내준다는 게 참 큰 것 같네요.
첫 판을 졌을 때 지나치게 들이대다가 져서 센터에 나가는 게 별로 자신감이 없어서 그랬는지...
미리 자리잡은 병력에 자꾸 들이받다가 지는 경우가 다반사더군요.

그렇게 직접 플레이해 보고, 직접 테테전을 보고(진영수선수와 박성균선수, 이영호선수의 플레이를 자주 봅니다),
느낀 바를 분석해 봅니다.


1. 테테전 - 초반엔 수비가 장땡.
유연한 수비라면 들이대는 적보다 두 발짝 정도는 앞서갈 수 있더군요.
2팩인 거 확인하면 벙커 하나 짓고 나와 있던 마린 2기 넣고 탱크로 막고.
필요하면 SCV도 한두 기 붙여주고.
다만 골리앗 드롭이 좀 문제인데, 터렛이 빠르지 않아서 1팩 더블을 가면 휘둘리는 경우가 많더군요...
(이상하다... 그런데 왜 빌드 상성이 우위일까요?)
아무튼 공격적으로 나오면 수비하면 된다, 이건 모든 경기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테란의 최고의 미덕이 "수비"인 이상... 초반에는 수비적으로 제게는 1팩 더블을 가는 게 가장 맞더군요.
사실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2. 멀티 1 - 앞마당만 먹어도 최소 6팩은 돌릴 수 있어야 한다. 가스가 부족하면 멀티 고고싱.
이게 문제더군요-_-
팩토리 늘릴 타이밍을 아직 잘 못 잡다 보니까 미네랄은 1000씩 남는 경우가 허다...
개스는 탱크만 주구장창 뽑다 보니 (4:1 정도로 탱크:골리앗이 되더군요) 앞마당 가지고는 택도 없고...
이럴 때 멀티를 늘려야 하는데, 사실 겁이 나더군요.
망할 놈의 드랍쉽...
게다가 팩토리는 왜 자꾸 개스 부족으로 정전인지...
앞마당만 먹어도 물량이 꽤 나오기는 하는데, 멀티가 없으니까, 가스가 고파서 미치겠더군요...

3. 멀티 2 - 한 군데를 더 내줬다가는 멀리 간다. 안드로 직행.
오늘, 배틀크루져 봤거든요. 클로킹 레이스로 꽤 잡아 주긴 했는데,
지상군을 들이받고, 엎어지는 테란을 공략할 방법이 없어서 GG.
안전빵 테란이 정말 짜증나는 건 테테전에서도 여전했습니다.
멀티를 저는 4군데, 상대방은 5군데를 돌렸는데...
아, 힘 차이가 정말 엄청나더군요...

4. 정보력에서 앞선다 = 승리.
오늘 뼈저리게 깨달은 사실입니다.
아까 배틀크루져를 전혀 예상할 수 없었고(스캔을 안 달았다는 치명적인 실수를...)
상대방은 제 주력이 탱크인 걸 보고 미리 자리잡고 배틀 체제로 가니까,
나중에서야 허겁지겁 레이스 체제로 전환한다고 해서 상대가 됩니까.

5. 자리잡기, 그 1%의 오묘한 차이
사실 해설자께서 센터를 잡아야 한다 센터를 잡아야 한다 할 때
저그로 플레이할 때는 필요성을 거의 못 느꼈던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테란으로 플레이해 보니까... 이건 뭐, 센터 못 잡으면 봉쇄 후 막멀티를 가 버리니...
게다가 병력 배치 이상하게 하면 드랍쉽+탱크 콤보로 상대방이 걷어내 버리니까 배치도 잘 해야 하고,
병력 비율도 땡시즈 이런 것보다는 적당히 섞어 주는 게 당연히 좋기는 한데 문제는 비율을 잘 모르겠고...
자리를 잡아도 잘 잡아야 하는데 어떻게 잡는 것이 잘 잡는 건지도 헷갈리고...

6. 드랍쉽 활용은 승부를 가를 만한 플레이.
좀 밀린다 싶은 경기를 드랍쉽으로 역전해 버린 케이스도 있었고...
역으로 드랍쉽을 못 쓸 때의 그 답답하고 미치겠던 심정은 뭐 한 다섯 판쯤 그렇게 당해 봤으니까...
왜, 그 있잖습니까, 박성균선수 대 주현준선수 로키.
드랍쉽을 활용을 못하니까 주현준선수가 결국 유리한 경기를 역전패했는데,
아, 주현준선수의 심정을 정말 알겠더군요.




이 모든 걸 다 생각하려니까 정말 테테전이 어렵긴 어렵더군요...

그래서 테테전에 더욱 재미가 들리는가 봅니다.
자리 싸움, 드랍쉽 싸움, 정보력, 물량, 조합, 업글(이건 나름 충실히 해 주고 있어요)...
테크도 타이밍, 전술도 타이밍, 방어도 타이밍, 공격도 타이밍.

진짜, 테테전이야말로 두뇌 싸움과 전투력의 조화가 필요한 게임이라고 봅니다.
흠... 탑 커맨더, 갑자기 송병구선수가 떠오르기는 합니다마는,
제갈량과 사마의가 수하 장수를 부리면서 승리를 위해서 치고 받고 하는 게 생각나는군요.

보는 게 재미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마는...
개인적으로 느끼는 바지만 진영수선수와 박성균선수의 테테전은 정말 재미있죠.
일단 테테전에 흥미를 붙여 준 두 선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전략과 전술을 잘 배합해야만 이기는 테테전.
힘싸움보다도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하는 두뇌 싸움의 결정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전투력으로 잘 짜온 판을 뒤집어 버리는 케이스도 있습니다만(두 선수가 로키에서 붙었을 때 이야기)...



한줄요약.
테테전, 5판만 해보세요. 두통을 느끼실 거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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