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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1/26 19:12:54
Name 비롱투유
Subject [그냥]
[그냥]

한 글자를 써놓고 계속 바라보면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이 단어가 원래 이런 뜻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고 처음보는 외국어처럼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그냥이라는 단어가 지금 꼭 그렇습니다.

꼭 떠나간 과거처럼 낯설게만 느껴지는 "그냥"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무책임 합니다.
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건지
왜 사람은 누구나 죽는건지

사실 요즘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세상을 마음껏 재단하며 하나 하나 위치를 선정하고 내가 나아가야할 길을 만들었던 예전의 무지와 오만이 그리울 정도로 혼란스럽습니다.
눈앞의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보이지도 않는 곳을 마음에 품고 있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태산도 한걸음 부터 오르면 다 오를 수 있다고 합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니까요.
그런데 그 한걸음이 쉽지 않습니다.
한 걸음부터 시작해 오르고 또 올라야 하는 것인데 그 한걸음이 쉽지가 않더라 말입니다.

왜 눈앞에 존재하는 저 거대한 태산에 올라야 하는 것인지.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뒷걸음질쳐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는건지.
끝없는 사념의 늪에 사로잡혀 걸음을 앞으로 한걸음 내딛기가 불가능했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자신에게 해답을 구하라고 하더군요.
가만히 자신에게 물어봤습니다.
답은 역시나 "그냥"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태산에게 물었습니다.
왜 너를 올라야 하는지?
그 위에는 무엇이 있는지?                

태산의 답도 같았습니다.                  
"그냥".

오랜지쥬스와 보드카에 취한 선문답의 끝은 여기입니다.
그리고 결론은 "그냥 올라보자"입니다.

태산에 매달린 수많은 개미처럼 이유도 모른채 "그냥" 오르는 것입니다.
그 위에 올라서면 해답이 있을지 없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태산도 모를 것입니다.

오르는 것은 단지 그곳에 산이 있어서 일테니까요.

돌이켜 생각하면 세상에 태어난 그 순간부터 거대한 산에 매달려 조금씩 조금씩 오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가운데 잠시 멈추어 서서 눈앞에 놓인 커다란 봉우리를 보며 고뇌하고 괴로워한다 해도 결국은 다시 그 봉우리를 향해 한발 내놓는 수 밖에 없습니다.

멈추어설 수 있게된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길을 걸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























ps 1 :  참 오랜만에 쓰는 글 같습니다.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어 한 글자 한 문장 한 단락도 쓰지 못한채 머리 속에 맴도는 생각들을 허공으로 날려버린 시간이 꽤 길었습니다.

ps 2 :  마지막 문장을 두고 오랜 시간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얻어진게 한 단어 [우리]입니다.
그 뒤는 아직 쓸 수 없더군요.

ps 3 :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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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탐구자
06/11/26 19:30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얻어진 답은 '뭐 어때'였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같습니다'라고 쓴 이유는 저도 인식하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 제 생활로 굳어진, 그리고 타인에 의해 인식된 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뭐 어때'를 언제다시 '그냥'으로 변할지도 모르는 '왜'로 다시 바꾸려 합니다....'왜'의 대상은 님처럼, 하지만 님과 같은 의미인지는 잘 모르는 '우리'고요......
올빼미
06/11/27 00:36
수정 아이콘
이와 같은 고민을 안해본이가 있을까요..? 전 지금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냥이 아니기위해선..무언가를 끌어와야하죠. a하는 이유는 b때문이지. 하는 식으로요. 그럼 b는 왜? ... 결론이 나기힘들죠. 그레서 전 의문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의문이 생기는 순간 잠시 멈출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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