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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8/25 15:03:51
Name 김연우2
Subject "함사세요~!"

"....함사세요~!!"
움... 밖에서 들려오는 저 소리..
잠에 들려고 했던 나는 잠시 일어나서 창문밖을 내다보았다.
밖에는 술에 거나하게 취하신듯한(?) 양복입으신 아저씨들이 넥타이를 이마에 둘러메고
어디 옛날 저녁 주막에서나 봤었을법한 연등을 들고 아파트 앞에서 꽥꽥 소리치고 있었다.
"아... 저게 뭐하는 짓이야.. 이 야밤중에.."
결국 잘려던 마음을 없애고 부엌에 나와 물 한잔을 마셨다.
물 한잔을 마시는데 문득 나의 눈길이 거실의 한복판에 걸려있는 큰 액자로 향했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분들의 모습과 나와 동생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휴... 피곤하다... 어서자야하는데..

하지만 밖에서 아직껏 들려오는 "함사세요~!"라는 소리가 나의 귀를 거슬리게 하였다.
.... 뭐 가끔은 이렇게 잠안자고 밤을 지새우는것도 나쁜일은 아니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거실 서랍에 있던 사진첩을 꺼내들었다.
윽... 이런.. 먼지가 꽤나 꼈네..
휴지로 먼지를 닦고 사진첩을 열자 그곳에서 풍기는 그윽한 예전 냄새가 나를 반겼다.
가장 앞장에 있던 사진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혼사진이었다.
음....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하셨을때를 생각하면서 잠시 명상을 하다가 밖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릴수 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스치는 생각...
...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하셨을때도 저런 분들이 "함사세요~"하고 외치셨을까?

잠시 상상해 보았다.
신혼여행을 마치셨을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밖에서 들려오는 친구들의 목소리...
얼마나 행복했을까?
두 부부의 행복은 비단 그들만의 행복이 아니었기에..
비록 시끄럽게 해서 잠을 청할수는 없었겠지만 그들의 외침이 두 부부간의 긴 시간을 외롭지 않게 해주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저 소리도 꽤나 반갑군...

예전에는 이런 행위가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결혼한 부부의 친한 사람들이 가서 패물을 들고 "함사세요~!"라고 외치는 그 말은
곧 축하의 의미였고, 그들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기원이자, 다른 이웃들에게도 그런 행복한 소식을 나눠주기 위한 꿈같은 목소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이 "함사세요~" 라는 목소리를 듣기는 매우 힘들다.
자는 사람들 괜히 깨울 필요가 뭐있냐며 아파트 경비아저씨와 한무리의 아저씨들의 싸움은 어린 내가 봤을때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 그깟 잠 좀 못자면 어때서?
물론 이 많은 아파트단지의 사람들이 한사람한사람 결혼할때마다 이런 행사를 거치는건 번거롭고 폐를 끼치는 일이 될수도 있다.
하지만 "함사세요~"라는 그 행복을 부르는 목소리가 그렇게 개개인의 귀에 거슬릴 이유는 없잖은가.
결국 화를 내는 그 자신들도 예전에 그 소리를 들으며 신혼생활을 했었기에..

혹이나 밖에서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잠을 깼다면,
우선 화부터 내지 말고 옆에서 누워 자고있을(혹은 먼저 깨서 불평을 하고있을) 내 인생의 파트너를 살살 깨워서 여유를 가지고 이야기 해보자.
우리도 결혼했을때 저랬잖아~ 그때는 참 행복했었는데...
이런식으로 대화를 하다보면 그게 곧 꿈의 대화고 부부사이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매개체가 되어 줄 것이다.


사진첩을 보면서, 안방에 계신 부모님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때 당신 참 예뻤는데... 후후, 우리 연우도 키워서 장가보내면 내 친구놈들 데려다가 함팔으라고 시켜야겠어..

후훗, 요즘에 안좋은 일로 부모님간의 사이가 약간 틀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일로 반환점을 찾게되어 참으로 기뻤다.

... 사진첩을 훑어본 후에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꽤나 긴 밤이 될것같다.
가끔씩 저런분들이 오셔서 "함사세요~"를 외칠때는 전혀 거부감 없이 그들을 맞아들일수 있을듯 하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 소리를 들었을때도 가물가물하니깐... 아마 다시는 못들을수도 있겠지..?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함사세요~"라는 소리가 한밤중에 들려오기를 나는 기다리고 있을것이다.
그 소리를 들으면서, 행복했었을 우리 부모님을 상상하며 홀로 밤을 지새우는것은 우리 가족 중에서 나만이 가진 특권이기 때문이다.
                                    
                                             2004년 5월 18일 내가 썼던 일기 中  



휴..
예전 일기를 훑어보다가 이 내용을 읽고 씁쓸해서 한번 써봤습니다.
많이는 말고 아주 가끔씩 이런 소리 들려온다면 참 좋을텐데..
이 이후로 들은적이 없어서 정말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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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코어
06/08/25 15:15
수정 아이콘
함사세요~! 이 소리를 그러고 보니 중학교 2학년이후로 들어본적이 없네요.. 그당시에 전 아 시끄럽다 하면서도 베란다에서 지켜보던 그 활기차고 웃음이 오고가는 그 분위기가 좋아보였는데 이젠 보기 힘드네요^^
예아나무
06/08/25 15:18
수정 아이콘
신랑 친구들이 신부집에 함을 파는 거죠? 제 친구 장가 갈때 함 좀 팔아야겠어요;
06/08/25 15:18
수정 아이콘
도만 넘치지않는다면 함파는 모습 보는거 참 즐거운 일이었죠.. 그러고나서보니 저도 친구들때 보고는 본지가 무지하게 오래되었네요... 소리도 들은적이 거의 없나?
글루미선데이
06/08/25 15:30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우리나라 특성상 어지간하면 그냥 글쓴님처럼 같이 웃어주고 넘기는데
아니...함팔다가 술취해 싸움은 왜 하는건지 원-_-
함파는 문화가 문제라기보다 말썽일으키는 인간들 때문에 각박해진 듯..

ps:함팔다가 온동네방네 다 들으라는 듯이 쌍욕하는 인간들도!! 문제입니다
피플스_스터너
06/08/25 15:31
수정 아이콘
예전에 삼촌 결혼하실 때, 함팔고 있는데 주위에 어떤 집에서 아주머니가 빼꼼이 내다보시며 하는 말씀...

'고3이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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