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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11/19 04:01:15
Name hardyz
Subject 수필 - 메가웹[원작 : 자장면]
스타는 메가웹에서 봐야 맛이 난다.

그 방은 퍽 찾기에 힘드니, 될 수 있는 대로 찾아가기 편해야 한다,
자리가 없으면 바깥에도 사람들이 꽉 차 있어야 어울린다.
의자는 벤치식으로 줄줄이 만든 인구밀도 집중형이 좋고,
그 위엔 "자리있음"이라는 박순희들의 종이 쪼가리와
"완전소중강민" , "완전사랑정석"
등의 애정이 둠뿍어린 플랜카드가 어우러져야 맛이다.
선수는 화장이 잘 먹어 간지가 날 듯하고 엔트리를 공개하면
단번에 쩍 하고 와 닿는 것이어야 보기에 마음이 편하다.

세팅 시간은 되도록 단축되면 좋고 채팅이나 세레모니를 하면 더욱 운치가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경기내용은 자신의 기량을 맘껏 보여주면 좋겠다.
경기 중간중간의 광고도 짧게 끼여 있어야 가벼운 마음으로 경기를 즐길 수 있다.
보통 2경기 끝나고 3경기째에 신작 게임 동영상및
위클리 통신이 무한반복으로 나오는데
할 수 있으면 화장실좀 가게 언제쯤 끝나는지 알려주면 좋겠다.

그리고 그 해설은 뚱뚱해야 한다. 머리엔 곱게 가르마를 타고
인심 좋은 입담으로 5:5를 외치면서,
가끔 옆 해설과 만담인지 말다툼인지 모를 이야기를 해야 제 맛이다.
나는 그가 까꿍의 완결판을 내기를 바라지만
지금은 명 해설가가 되었으니 그분의 언변을 듣는 것으로 참아두자.
어떻든 찾아간 곳에서 명해설에 명경기를 보고 나오면 언제나 마음이 편안하다.

내가 케이블을 달고 최초로 대면한 게이머가 임요환이고
(임요환이 정말 프로게이머의 1세대인지 어떤지는 따지지 말자.),
내가 맨 처음 본 게임리그가 한빛소프트배이고,
이따금 드랍쉽을 저그의 올 멀티에 떨구며 “이거 먹어해, 헤헤헤.”
하던 테란의 황제가 그런 사람이어서, 나는 프로게이머라면
우선 임요환을 생각했고 프로게이머가 되려면 으례
그런 플레이를 하는 줄로만 알고 컸다.

스물 여섯살 적 메가웹에 처음 왔을 때 나는 오영종을 잘 몰랐었는데,
그 물량이나 전략, 그 질럿의 컨트롤, 비록 캐리어는 나오지 않았으나
그 선수의 모습은 내 처음 본 그 우승자, 그 임요환
그 황제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스폰이 없어서였을까? 해서
그가 포르테에서 으리으리한 게이트 그 엄청난 공방3업 질드템으로 메카닉을
쳐부수자 나는 그것들이 온통 사신같았고 놀라웠다.

군대 갔다온 동안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실력있는 선수들이 많이도 불어났다.
물량, 운영, 컨트롤, 전략, 또 무슨 방식이 더 있는지 모른다.
몸값이 비싼 선수도 있고 보통이라는 선수도 있고 싼 듯한 선수도 있다.
비싼 선수는 잘 모르지만 보통이라는 선수는 막 응원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우승좀 하고 인기좀 얻고 실력이 좀 늘으면 바로 대기업에서 스카웃하여
한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크게 성장하는 것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내가 그래도 마음놓고 갈 수 있는 것은
그런 선수들이 결국은 실력으로 여론을 잠재우고, 그 싼 듯한 곳 중에선
여지없이 또 새로운 거물급 신예가 등장하여 팀을 구원해 주기 때문이다.
(국적이 다른 선수가 오려면 돈받는 팀으로 가지
가난한 팀으로는 안 오려 할 것이다).

그러기에 내 친애하는 케스파 임원 여러분도 자꾸만 이 판을
넓히고 키워서 새 시설을 갖추는 모양이다.
돈을 벌고 나보다 훌륭한 고객을 맞고,
그리하여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것이야 물론 그분들의
정당한 소원이겠지만, 그러나 적어도 프로리그 에서는 모든 팀이
전부 나왔으면 하고, 모든 팀들에게 크고작은 스폰이 생겨
오래오래 라면만 먹지 않게 해주었으면 한다.

그러면 나는 어느 금요일 저녁때 혹은 토요일 점심때 호기있게
내 아이들을 인솔하고  서울 삼성동 그 메가웹으로 갈 것이다.
아내도 그때만은 잠시 바가지를 잊고 흔쾌히 따라나설 것이다.
아이들은 입술에다 볼에다 임요환 홧팅을 그리고 깔깔대며 재미있게
구경 할 것이고, 아내는 홍진호 만세를 외치면서 역시 재미있게 보낼 것이다.
그러면 나는 모처럼 유능한 가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퇴근길에 친구를 만나면 나는 그의 손을 이끌고 내 직장과 상관없는
그 메가웹으로 선뜻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는 버거킹 세트에 1500원 짜리 반페트 콜라를 들고,
또는 화끈한 18금 메가박스 영화표를 집어들고 “자~ 난 박성준에 이만원”
하며 쌈짓돈 내기를 한 다음 함께 관광을 갈 것이다.
내 친구도 배틀넷을 아시아에서 공방천민으로 사는 사람이니 나를 보고
그나마 벗겨먹을 친구라고 할 것 아닌가.

스타는 메가웹에서 봐야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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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구요
05/11/19 07:00
수정 아이콘
메가웹에 가본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내용이네요.,.^^
소원이있다면.. 제발.. 경기소리 끄지않았으면 좋겠다는 ㅠㅠ..
메가웹이 좁아 ;;
유신영
05/11/19 10:11
수정 아이콘
으하하핫~^^
이뿌니사과
05/11/19 10:49
수정 아이콘
마음편히 읽히는 글이네요 ^-^
오타 하나 알려드립니다. 으례 -> 으레 가 표준말이죠~~
05/11/28 15:26
수정 아이콘
뒤늦은 댓글이지만, 정말 잘 읽었습니다. 원작을 생각하며 읽으니 웃음이 절로 나오네요. 구절구절 너무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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