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11/06 12:16:55
Name 폐인아님
Subject 단 하나뿐인 그 분.
99PKO 때부터 스타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땐 제 스타 실력도 형편없었고, 도대체 게임을 왜 TV에서 중계하는지도 이해못했지만

그저 재미있고 신기하기만 했드랬죠.

그러다 한빛소프트배에서 그분을 처음보게 되었고, 그 이후로 저는 지금까지 그분에게

올인 해 왔습니다. 물론 다른 모든 게이머님들도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마린하나, 벌쳐하나가 사라질때마다 가슴아프고 눈물이 나는건 오직 '그분' 뿐이죠.






예전엔 그분의 화려한 모습에 반했었습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전략과 컨트롤들, 그리고 그에따른 압도적인 승률까지,

저는 그분의 '최고의 모습' 에만 반하고 즐거워했던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분의 오래된 팬들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 절대 찾아오지 않을것만

같았던 패배들도 조금씩 익숙해져가고..

'이젠 늙었다. 끝났다. ' 와 같은 팬인 제가 봐도 가슴아픈 글들을 넷상에서 보면서,

정말 많이 울기도 했지만, 오직 '그 분' 이기에 믿고 또 믿으며,

여기까지 오게됐습니다.







오늘 그분은 결승전을 치루셨습니다.

그리고.. 졌죠. ^^

근데 오늘은 이상하게 예전처럼 가슴이 많이 아프지 않습니다.

눈물이 찔끔 나긴 했지만, 예전에 억울해하던 그 것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죠.

그냥 그 무대에 그분이 서있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조금 났습니다.

이기고 지고, 멋진승부고 뭐고, 아무것도 필요없었구요.. 그저,

저 큰 무대, 예전에 멋있게 우승으로 호령했던 그 무대에 '그냥 서있는' 모습만으로,

눈물이 조금 났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그분이 소감을 말씀하실때,

"결승전 자주 올라오겠다" 는 그 말이 가슴에 와서 박혔습니다.

그리고 그 말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다음번엔 꼭 우승하겠습니다."  도 아닌, "자주 올라오겠다." 는 그 말이요.







사람들은 늘 '예상' 을 합니다.

저번 결승전때도 그랬지만,

오늘도 결승전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말을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임요환 아쉽다, 다시 올라오기 힘들것 같은데.."

그런데 그분은 '마지막' 이라는 불안감도 없는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 손도 느려져서 예전 실력이 안나올꺼라고들 하는데,

그분은 그런것따위 신경도 안쓰는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보다 훨씬 더 먼곳을 보고 있습니다.

'다음대회에 최선을 다해서 우승하겠다' 가 아닌,

'앞으로 결승전 더 자주 올라오겠다.' 는 말로, 우리에게 보다 긴 약속을 합니다.

우리가 당장 오늘있었던 결승전 결과에 집착하고,

'다음대회에도 이만큼 할수 있을까' 를 걱정할때.

그분은 저 멀리를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늘 그랬듯이) '많은 사람들의 예상' 을 깰 준비를 하시겠지요.

불가능할 것 같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또다시 힘을내는게 '그분' 이니까요.








이제 저는 그분이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모습만 봐도 행복합니다.

예전처럼 드랍쉽이 화려하지 않아도,

마린과 메딕 몇기로 춤을추듯 럴커의 가시를 피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당연히, '우승'만을 목매어 기다리지도 않습니다.

"열심히 하서서, 다음대회 꼭 우승하세요." 이런말은 하지도 않겠습니다.

30대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그 약속도, 꼭 지키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29살에 그만두신다고 하셔도 박수치며, 눈물흘리며 보내드릴 겁니다.







다만, 아직까지 님의 마음이 마우스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맙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비난과, '이젠 안된다' 며 의지를 꺾어버리는 말들..

그리고 예전과 같지 않은 성적.

그 모든 말들과 스트레스들을 이겨내고, 모니터 앞에 앉아서 마우스를 꼭 움켜쥐고

있는 모습만으로 충분히 고맙고 행복합니다.

게임중계를 볼때 화면 윗부분에 나오는 선수 이름을 보지않고 게임만 볼때가 있는데요,

한참을 보다가,

"저 벌쳐 어디서 많이 본것같은데.."  "저 마린 움직이는게 낯이 익은데.."

하는 느낌이 들어 위를 보면 항상 그 분의 이름이 있습니다.

그러면 저도 모르게 조용히 미소를 띄게 됩니다.

저 사람, 이제 그만두고 싶을때도 됐는데..

지금까지 쌓은 명성만으로 충분히 황제일수 있는데..

또 저렇게 앉아서, 모니터를 노려보고 한 기의 마린을 살릴려고 애쓰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 가슴이 짠 해지기도 하죠.







앞으로 선수 생활 끝내실때 까지 우승 한번도 못한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100전 100패를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이제 저에게 그분의 경기는 승, 패를 떠나서 그저 하나의 '게임' 입니다.

빨간피가 되어서도 끝까지 움직이는 마린하나,

단 한기남은 벌쳐로 마인 비비기를 하며 포지를 넘어가는 그 모습.

그게 그분의 마음이고,

그걸로 됐습니다.







언젠가 정말 많은 시간이 지난뒤에, 그때도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이 남아있다면,

제 삶이 힘들고, 고달프고, 지쳐서 쓰러질것 같을때,

이젠 진짜 끝났다..고 모든걸 포기하고 싶을때가 오면,

마린 한 기, 벌쳐 한 기의 움직임에서 '그 분'을 떠올리겠습니다.

기지가 불타고, 자원이 마르고,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할때

'질 생각' 같은건 하지도 않는 듯이 모니터를 쏘아보던,

그 눈빛을 기억해 내겠습니다.

그리고 힘을내서 한발 앞으로 나갈겁니다.

세상이 저에게 먼저 GG 를 칠때까지요.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본인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만해도 미안한.. 결승전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울지않고, 땀흘리며 웃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역시.. 그분에겐 '눈물' 보다 '땀' 이 어울리니까요.








또 하나의 안좋은 소식이 들려서 가슴이 아픕니다만..

발칙한 팬으로서 유일하게 바라는게 있다면,

모두 잊고, 며칠간 푹 주무셨으면 좋겠다는것, 그것 뿐이네요.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임요환 선수.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xxxxVIPERxxxx
05/11/06 12:37
수정 아이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임요환선수.
당신의 팬인것이 너무나 자랑스러운 하루였습니다.
김명진
05/11/06 12:39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개념 확실히 잡히고
길지만, 금방 읽을 수 있는 좋은 글.
잘봤습니다.
홍승식
05/11/06 13:04
수정 아이콘
정말 이번 결승전에서 임요환 선수가 가장 멋지게 느껴졌던 것이 바로 그 인터뷰 때였습니다.
"자주 올라오겠습니다."
그렇죠.
자주 올라오다 보면 우승도 할 수 있을테니까요.
준우승도 충분히 좋은 성적이라구요.
정말 이제 임요환 선수가 성숙했고 더 이상 경기력 때문에 흔들리는 황제를 보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일에 의한 심리적인 타격은 걱정이 되네요.
임요환 선수 어머님 쾌차하시길...
Grateful Days~
05/11/06 13:12
수정 아이콘
오직 하나뿐인 그분~ ㅜ.ㅜ
강가딘
05/11/06 13:26
수정 아이콘
추계로..
유신영
05/11/06 13:47
수정 아이콘
임요환 선수는 자주 올라올 역량이 있죠~
된장국사랑
05/11/06 13:51
수정 아이콘
추게행!!!!
그분 짱짱짱짱짱짱~~~!!!
05/11/06 13:59
수정 아이콘
최연성 선수와 결승때, 전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임요환 선수.. 당신에게 이번 결승이 마지막 일 수 있습니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을 보면 아무리 뛰어난 컨트롤과 전략으로 승부하는 당신이라도 더 이상 우승의 기회를 잡기는 불가능 할 것입니다. 제자이자 팀 동료인 최연성 선수를 이기고 꼭 우승하세요."
하지만 임요환 선수는 졌고, 저는 임요환 선수에 대한 아쉬움을 가진체 다신 우승 할 수 없을 꺼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황제는 또 다시 결승에 올라왔습니다. 비록 한 발짝만 더 나가면 끝이나는 계단에서 멈춰버렸지만, 전 예전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 또 아쉽게 준우승이네.. 하지만 다음에 또 올라와서 우승하면 되겠지.."

다른 사람들에겐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저에게만은 영원한 황제입니다. 우승은 하나의 부산물일 뿐.. 당신의 플레이가 너무 좋습니다.
그믐달
05/11/06 14:33
수정 아이콘
너무나 공감가는 글입니다..한마디 한마디 어쩜 제 마음과 그리도 똑같은지...임요환선수 계속 지켜볼 수 있는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합니다..
05/11/06 14:55
수정 아이콘
"저 마린 움직이는게 낯이 익은데.." 정말 무한 공감입니다ㅠ
lilkim80
05/11/06 15:16
수정 아이콘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제마음 같은 글이네요...
이제 4번입니다 4전 5기가 됬든 7전 8기가 됬든 그분을 믿고 끝까지 따라가보려구요...
어제 무대에서 임요환선수는 승패와 상관없이 참 빛나보이더군요...
마지막 그 웃음은 허탈한 웃음이 아니 내일을 기약하는 웃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무지 고생해서 살짝 몸살기운이 있지만 그래도 보러가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중이네요..

더불어 임요환선수 어머님의 병환이 별일이 아니길 빕니다. 얼른 쾌차하시길..
AttackDDang
05/11/06 15:39
수정 아이콘
Slayer's_BoxeR... 당신에게 끝이란것은 없습니다....
그언제까지나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임요환 화이팅~~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8126 So1 스타리그 맵별 최고의 명경기는? Part 1 라이드 오브 발키리즈 [33] 꿈을드리고사4418 05/11/06 4418 0
18125 친구의 4가지 유형.. [5] 성의준3484 05/11/06 3484 0
18123 단 하나뿐인 그 분. [12] 폐인아님3797 05/11/06 3797 0
18122 조금 때늦은 결승 경기 분석 [11] 4thrace3653 05/11/06 3653 0
18119 의류업체의 스폰에 관한 저의 생각 [18] 박서야힘내라4000 05/11/06 4000 0
18118 원희룡의원님..순간 임요환선수와의 관계를 의심했었습니다.^^ [62] 김호철6510 05/11/06 6510 0
18117 SO1 OSL 총정리 (진기록 모음집) [8] 초보랜덤4093 05/11/06 4093 0
18116 이번 시즌의 숨은 공로자. [35] Sulla-Felix5739 05/11/06 5739 0
18113 Hero. [3] DeaDBirD4593 05/11/06 4593 0
18112 황제가 제로벨에게 패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14] Kai ed A.7001 05/11/06 7001 0
18111 가려져버린 줄라이와 옐로우의 탈락.. [18] 벙커링4262 05/11/06 4262 0
18110 지금 밖에는 추적추적 새벽비가 내리네요 [10] 풍류랑4131 05/11/06 4131 0
18109 오영종선수의 우승으로 플러스에게도 스폰서가? [20] MinaM[CPA]3844 05/11/06 3844 0
18108 이번시즌은 오영종선수의 시즌 다음시즌은 SKT T1의 시즌? [34] 초보랜덤4557 05/11/06 4557 0
18107 임요환..가을의 전설의 진정한 주인공?? [16] 김호철3958 05/11/06 3958 0
18106 제가 오영종선수를 왜 좋아했는지 아십니까? [13] EclipseSDK3571 05/11/06 3571 0
18105 우리 옐로우에게도 관심을... [12] 3895 05/11/06 3895 0
18104 결승전 리뷰.. 및 축하글 [6] Solo_me3725 05/11/06 3725 0
18103 황제...... 그는...... [9] SKY924969 05/11/06 4969 0
18102 신성의 탄생을 보며... [8] My name is J3826 05/11/06 3826 0
18101 황제가 가을에 약한 것이 아니라, 프로토스가 가을에 강한 것이다. [7] 미센4233 05/11/06 4233 0
18100 S급과 A급의 차이 [81] 라이포겐7328 05/11/06 7328 0
18099 임요환 선수 보다 박정석 선수가 잘해줬음 좋겠습니다. [14] 정팔토스4140 05/11/06 414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