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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5/06/21 12:51:25
Name 형광등™
Subject [잡담] 착취가 당연시되는 한국사회...
안녕하세요 형광등입니다.
어른 분들이 이런 말씀 잘하시죠.
"요새 것들은 힘든 일을 안할려고해. 정신상태가 나약해서리..."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예전보다 사람들이 힘든 일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긴 하죠.

그러나... 단순히 힘든 일을 기피만 하려고 한다고 여기기 전에, 한가지 중요하고도
무서운 놈이 숨어있습니다.
너무나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당연시되는... 착취죠.
힘든 일을 기피한다고 젊은이들을 비난하기 이전에, 반드시 먼저 해결되어야 할것이
착취문제인데... 요새 것들 운운하시는 그런 분들이 꼭 그런 면은 눈을 감으시더군요.

제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전 운전직에서 일했는데... 하루에 열한시간씩 운전하고 거기에다 무겁고 위험한
쇳덩어리를 날랐습니다. 다치는건 일상사였고 힘든 건 뭐 말로 표현하기 힘든 정도였지만
솔직히 일이 힘든건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절 가장 힘들게 했던건... 수시로 드는 착취당하고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 1명과 늘상 나누는 대화는 똑같았죠.

"일이 힘든거야 사회생활이 원래 다 그런거 아니냐 하지만 견디기 힘든건 일한만큼의
최소한의 댓가는 줘야하는거 아니냐 푼돈주면서 부려먹으니 누가 버티겠냐구"

실제로 제가 일했던 곳은 직원들이 몇달만 일하고 그만두기로 소문난 곳이었습니다.
차를 운행하는 곳에서 최소한의 정비를 해주지않아 항상 위험했습니다.
사이드브레이크가 고장났는데 몇번을 고쳐달라고해도 무시해서 그냥 탔습니다.
주차할땐 언덕에서 기어를 넣고요. 운전하시는 분이라면 얼마나 위험한건지 아실겁니다.
악셀이 고장났는데 그것도 손을 안봐서 몇달을 그냥 밟았더니 다리가 이상이 오더군요.

고작 백만원남짓의 월급을 주면서 우리를 부리는 사장은... 그 업계에선 독점적인
위치라서 몇천만원이 넘는 막대한 이익을 매달 봤죠.
그런데 제가 살아오면서 악덕착취를 일삼는 사장을 여럿 만났는데 희한하게 그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먹는 것에는 돈을 안아끼더군요.
단돈 몇만원이지만 사람생명이 달려있는 차량정비는 안해주면서 돈 십만원이 우습게
깨지는 고급요리들을 하루가 멀다하고 먹고다니는걸 보면서 드는 기분은 참...

그 직장 이전에도 착취를 일삼는 직장에서 일하다가 왼쪽다리가 고장났습니다.
위에서 말한 직장에서 일하다가 오른쪽 다리마저... 맛이 갔구요.
요새 하도 먹고 살기 힘드니 착취당한다는거 알면서도 묵묵히 일했죠.
그런데 말이죠. 돈 적게 받는것보다 훨씬 무서운 착취의 결과로... 몸이 망가지더군요.
착취를 계속 당해서 익숙해지는게 아니라 몸이 망가져버리니 나중엔 착취를 당하고 싶어도 당할수 없는... 이게 정말 무서운 거죠.

제가 여태껏 살아오면서 직장동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봤지만 일 자체가 정말 힘들다고
그걸 문제삼아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들은 극소수입니다.
나머지 대다수는 어차피 사회생활 힘든거 아니까 일이 힘든건 거의 당연하다고 생각하죠.
저도 그렇구요. 하지만 착취에다 몸까지 망가지면 그건 정말 힘들더군요.
일단 몸이 성해야 착취를 당하든 안당하든 할거아닙니까.
어르신들 생각만큼은 요새 젊은이들이 힘든 일, 절대로 기피하지 않는 편입니다.
오히려 정당한 댓가가 따른다고 생각하면... 무지 힘들어도 즐겁게 일하는 경우도 많구요.
요새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기피하는건,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착취때문이고 또 예전엔
착취당하는걸 자연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으나 요새는 고용당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질 않죠. 그래서인것 같습니다.

그래도 얘길해보면, 전 나은 경우더군요. 비록 몸은 망가졌지만 돈은 제때 받았으니까요.
최고의 악질은... 착취를 하면서 월급도 제때 안줍니다. 돈이 있으면서도요.
돈이 없어서 못주는거면 당연히 이해하죠. 그런데 있으면서도 안주는 인간들, 여럿
봤습니다. 유흥비는 있어도 월급은 없더군요. 아니면 있어도 반만 줍니다.
그래서 착취를 당해도 월급만 제때주면 고맙다고 일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근데 착취란게... 필요악이라고 봅니다. 막말로 대한민국 모든 기업, 가게 착취 안하는곳
없죠. 또 착취를 해야 돈을 벌죠. 그런건 당연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필요악은 최소한이어야 합니다. 그게 최소한에 머물지 않으면 그건 그냥 악이 되버리죠. 이미 악이 되버린 착취가 곳곳에서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죠.

제 주변분들 얘기들어보면, 한국에선 힘들일이나 3D업종에서 일해도 일한만큼의 대우를
해주는 곳이 거의 없으니 능력만 되면 외국(선진국)을 나가는게 좋다고 말씀하십니다.
어차피 힘들게 일하는게 똑같다면... 정당한 대우를 받는 곳으로 가는게 좋지 않냐구요.

제가 아는 몇몇 분이 한국에서 그렇게 일하면 몸만 힘들고 돈안되는 일들을 하셔서
기반을 잡으셨더군요. 그런거 볼때마다 나도 능력을 키워야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외국나가서 고된일해도 대우 제대로 받으면, 그것도 능력이죠.

그래도 요새는 노동부도 있고 예전과는 다르다고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고 봅니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능력을 키워서 착취를 면하는 길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회는 모든 사람이 능력이 충만할 수 없으니 ,그게 참 힘든 일 같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항상 하는 다짐이 있습니다.
"빨리 성공해서... 내가 착취당해서 서러웠던만큼 나는 나중에 누구를 착취하지 않도록
노력하자." 뭐 사람이 화장실 갈때와 올때 마음이 다르다고 하지만 앞으로도 저는
이런 초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나름대로 노력하렵니다.

피지알 가족 여러분들도... 나중에 성공하시고 밑에 사람도 두게되면 노력해서 얻은 성공의 열매를 독식하시지 말고 밑에 사람도 나누어주는 여유를 가지셨으면 합니다.
사회가 바뀌려면 개개인이 바뀌어야 하니까요.
착취가 만연화된 한국사회가 서서히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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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
05/06/21 12:55
수정 아이콘
몸/건강 조심하세요. 그리고 좋은 생각 언제나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Find the Way
05/06/21 12:57
수정 아이콘
사회 생활이 다 그렇긴 하지만.. 힘든 만큼 최소한의 대가는 줘야 하는데.. 그걸 안 주는 사장들이 많은게 문제이죠.. 심지어 봉급 미뤄가면서 주는 사람도 많고..
[必 勝]무한초
05/06/21 13:00
수정 아이콘
저는 이와는 비슷한 이유로 노조를 지지합니다....
제가 다녔던 모 회사에서는(일명 귀족노조들이 많다고 소문난...생산직 초봉이 3200만원이라는....사실이긴 합니다)

근무 15년차 생산직 근로자가 세금 다 떼고 200만원 딱! 받더군요.

하루 12시간 근무 하는 조건입니다.

(그럼 어떻게 위의 3200만원이 나오냐구요? 주 7일 근무에,
2주 주간근무, 2주 야간근무입니다. 이렇게 일하면 3200나온답니다)

이건 사람이 사는 환경이 아닙니다.

아직도 귀족노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그 회사가서 일해보시죠.
이건 당연한 노동력 착취입니다.
이 회사, 매출 5년동안 3배 늘었습니다.


아~ 물론 이것보다 못 받는 회사도 많습니다.
전 다른것을 이야기 하려는게 아니라 현재 대한민국 사회구조가
뭔가 이상하다는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다른 회사보다는 많지 않느냐~ 라고 말하고 싶으신 분들,
당연히 많이 받습니다.
아니, 그나마 조금 더 받습니다.

저도 이번에 대기업에 취직하여 내년 2월 입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거기 들어가면 노조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취할지도 모릅니다.
그 회사...노조가 없습니다...(대충 짐작하실듯....)

가슴 아픈 현실인거 같습니다...
(에공...써놓고 무슨 말인지...토익공부나 하러 휘리릭~)
Zakk Wylde
05/06/21 13:05
수정 아이콘
365일일하는 회사도 있나봐요??
그렇게 따지면 연봉 3200이라도 착취죠..

뭐..대기업 입사하는게 제일 좋다고 봅니다..
삼성맨..되는게 저도 꿈입니다..
[必 勝]무한초
05/06/21 13:07
수정 아이콘
옆에서 봤으니까요...고충도 들어보고... 밖에서 보면 [돈 많이 받는 넘들이 더 gr이야~]라고 말하겠지만, 옆에서 본 저는 안타깝기만 하네요.
형광등™
05/06/21 13:11
수정 아이콘
Zakk Wylde님/ 물론 대기업입사하는게 제일 좋겠죠. 하지만 비율로 따져본다면 정말 극소수겠죠.
어딜 가서 힘든 일을 해도, 그만큼의 대우를 할 여력이 있다면 주는 것이 당연시되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길일 테니까요.
05/06/21 13:12
수정 아이콘
디시 모 갤러리에서 어떤 분이 하시던 말이 생각나는군요.

`배가 너무나 고파서 일을 죽도록 했습니다. 그래도 배가 고픕니다. 아무리 일을 해도 배고픔이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뱃속의 기생충이 영양분을 모조리 빨아먹고 있었던 것입니다.`
형광등™
05/06/21 13:20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그곳이 노동력착취하는건 맞습니다만, 그래도 연봉 3200이니 착취가 희석되는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사실 전국 대다수의 생산직 2교대는 연봉이 이천이 안되는 곳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기피하는 원인이 되구요.
六道熱火
05/06/21 13:26
수정 아이콘
삼성이야말로 대기업중 착취의 1인자인데요... 삼성 밀레니엄 반도체 라인 있던 친구가 머리털 숭숭 빠지고 얼굴 반쪽이 된거보고 경악했습니다.
형광등™
05/06/21 13:45
수정 아이콘
저도 노조는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근무여건등을 볼때 정말 노조가 필요한 곳은 협소한 규모등으로 인해서 없는 곳이 더 많아요.
노조가 모든 회사에 있을수 없는 만큼 정부에서 해줄 몫이 있는건데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사용자의 입장쪽에 기울어져 있으니... 앞으로 더 많이 바뀌어야죠.
콘토스
05/06/21 14:02
수정 아이콘
六道熱火/헉 충격이네요.. 머리털이 숭숭빠지고 얼굴이 반쪽이되다니--;
Soulchild
05/06/21 14:18
수정 아이콘
이론상으로는 분명히 회사가 일한 만큼의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 사람들이 불만이 쌓인다 =>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이 속출한다 => 새로운 사람이 충원된다 => 또 그만둔다 => 회사에 좋지 않은 평판들이 쌓인다 => 아무도 그 회사를 안들어가려 한다 => 회사가 운영되지 않는다 => 회사가 망한다.. 이렇게 되어야 정상 아닌가요? 그런데 참 우스운 건 저런 회사가 떵떵거리면서 잘 돌아간다는거죠 --;;; 그만큼 노동력이 끊임없이 제공되어진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가스만먹자_-ㅁ
05/06/21 14:32
수정 아이콘
한국이야 가진게 사람밖에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나라죠. 무한 공급입니다 ...
매트리스
05/06/21 14:34
수정 아이콘
자본주의가 원래 그렇죠~ 헤게모니가 갈수록 교묘해져서 그렇지 비단 자본주의만의 탓이 아니라 인간사회에서 착취와 계급이란 끊임없이 있어왔습니다~ 아주 조금씩이지만 서서히 그 낮은자들이 대우받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여기 계신 분들이라도 아주 조금씩이라도 노력했음 좋겠네용~
05/06/21 14:40
수정 아이콘
글 쓰신 분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얘기일 수 있겠지만, 개인의 도덕심에 호소한다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겠지요. 유럽사람들이 착해서 사회복지가 잘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강력한 노조가 존재하는 사회가 강력한 사회복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노동자는 자본가에 비해 약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약자들이 노조라는 이름으로 집단화 되지 못하고 개인으로서만 존재한다면 영원히 착취의 대상일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헌법적인 차원에서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하위법들을 통해 침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니 안타까운 일이지요.
형광등™
05/06/21 14:51
수정 아이콘
루저님 말씀에 동감하며 또 중요한 것이 근로시간인 것 같습니다. 요새는 한가지 일로는 감당이 안되서 투잡을 하시는 분들이 많죠. 저도 항상 투잡을 하고싶지만 그럴 여건을 만들고 유지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선진국에선 칼출근 칼퇴근 문화가 정착되있어서 투잡이 원활한데 우리나라에선 칼퇴근을 용납못하는 곳이 많죠. 초과근무를 당연시하는 것도 중요한 착취사항중에 하나죠. 정부 특히 노동부에서는 이런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형광등™
05/06/21 14:56
수정 아이콘
그리고 작은 사업장쪽으로 갈수록 법이 미치는 효력은 줄어듭니다. 노조도 있을수 없는곳이 많구요. 그런 소규모사업장에서는 사업주 개인의 도덕성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개인의 도덕성에 호소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전반적인 사업주 개개인의 인식의 변화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부나 노조가 해줄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pandahouse
05/06/21 15:21
수정 아이콘
삼성은 돈걱정은 안시키지만 사람 은근히 잡습니다. 개인 시간이 없어서 혜택을 못봅니다. 싱글에게는 괜찮지만, 결혼후에는 안좋은 회삽니다.
TheInferno [FAS]
05/06/21 16:05
수정 아이콘
미국 최대의 비인간적 노동지대라는 실리콘밸리에서도
한국기업들은 일 많이 시킨다고 소문났다더군요 -_-;;
05/06/21 17:18
수정 아이콘
댓글에 노조얘기가 있어 조금 적습니다.
지금 공적인 입장에서 노조에 대한 업무를 보고있습니다. 보통 노조간부와 접촉할 일이 많은데..하는 짓보면 정치인들과 다를게없습니다.
대학생때는 시위도 해봤었고, 노조=사회정의실현, 뭐 이런 감정적인 공식도 머릿속에 박혀있던 저로서는 환상이 완전 깨져버렸죠.
실질적으로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추진해야하는데, 어떻게든 돈 받아서 복지관같은 건물하나 번지르르하게 짓고, 단체로 해외연수명목으로 여행가고.
지금 현재로선 노조는 필요악일 뿐이지요. 진정 노동자 착취를 막으려면 노조부터 변해야합니다.
(힘들게 노력하시는 몇몇 노조관계자분들께는 죄송합니다만;;)
지금처럼 소수 노조간부가 권력을 독점하고있는 노조형태라면
실리없는 강경투쟁노선만 되풀이 될 뿐입니다.
몽키매직
05/06/21 20:02
수정 아이콘
제가 본 극히 일부의 현실일지 모르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노조가 힘이 없는 것이 아니라, 노조 대표라고 나와있는 사람들이 노조를 대변해주지 못하고 자기주장만하고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죠. 노사 협상에서 노조 대표가 엉뚱한 소리하고, 고용자 입장에서 노조 대표란 사람이 엉뚱한 소리만 하니까 자꾸 결렬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발 노조가 체계화되어서 정말로 노조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노조대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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