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05/06/09 23:50:46
Name 총알이 모자라.
Subject 가식
전 지금은 조그만 건설회사에 근무합니다. 대충 2년쯤 되는군요.

처음 회사에 들어오니 미수채권이 상당한 액수가 되더군요.

그래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준비를 했습니다. 어차피 말로는 해결이 안 되는 문제들이었

지만 직접 채무자들을 만나고 내용정리를 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는데 만 거의 6개월이

걸렸습니다.

채무자들을 만날 때마다 전 간도 쓸개도 다 빼줄 것처럼 말하고 행동합니다. 그래야 상대

방이 저를 우습게 생각하니까요. 방심한 틈을 이용해 전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고 채무자들

의 재산 상태를 파악합니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고 한 달 후 채무자들에게 법원의 지급명령이 떨어지고 저는 바

로 경매 절차를 밟았습니다.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저에게 찾아온 채무자들에

게 저는 단 한마디만 했습니다.

"돈 가져오세요.."

네, 전 이런 일을 합니다. 사람들이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 중에 하나요. 채무자들의

약점을 잡아내고 우리의 약점은 커버를 하면서 우리에게 유리한 권리관계를 만들어 일을

해결합니다.

전 누구보다 냉정하고 차갑습니다. 저 자신에겐 게으르지만 업무 적인 부분은 거의 피도

눈물도 없이 일을 처리합니다. 그래도 저는 제가 하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어떠한

관계에서 자신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이 불법적인 것이 아

니라면 더더욱 그렇죠. 게다가 채권회수도 이젠 거의 끝났으니 저도 채무자들 괴롭힐 일

은 없겠지만 말입니다.


제가 쓰는 글들을 보고 어느 분이 그러시더군요. 성인군자인척 하지 말라고..

맞습니다. 전 성인군자도 아니고 하는 일도 그저 그런 사람입니다.

제 일에 관한 한 전 배려보다는 유, 불리를 따지고, 정보단 권리관계를 명확히 합니다. 그

런 제가 배려를 중시하고 이해를 중시하는 글을 쓴다는 건 가식적인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죠. 우리는 살아가며 크고 작은 관계를 만들며 살아갑니다. 그

런 조직들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무엇일까요? 바로 조직 구성원들이 배려하며 상대를

이해해주려고 노력하는 조직이 아닐까요?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결

코 물러터지거나 착해서가 아닌 그것이 가장 좋은 방향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조직의 규칙

과 규정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규칙이나 법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

리고 배려와 이해가 있는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규칙도 잘 지킵니다. 이것은 이상론이 아닙

니다.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방법론일 뿐입니다.



제 소문을 듣고 어느 사장님이 오셨습니다. 벌써 6년전에 꿔준 돈을 못 받아서 오셨습니

다. 그 일을 대충 해결한 뒤 그 사장님께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사람들이 그러죠? 우리 사이에 무슨 서류냐고... 그럼 이렇게 말씀하세요. 우리 사이에 서

류도 못 써주냐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My name is J
05/06/09 23:51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친하게 지내요...수줍.
으하하하-(달려간다!)
입뿐것*
05/06/09 23:55
수정 아이콘
총알님.. 제 추측이 맞다면.. 양비론이군요; 양쪽 모두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조금씩만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05/06/09 23:58
수정 아이콘
게시판 관리에도 조금만 피와 눈물을 줄여주시길 바라는건...그냥 제 잡상이겠죠. 요즘 자게가 좀 시끄러웠는데 이제 차차 괜찮아지겠지요. 순리대로 풀려갈거라 믿습니다.
Deathly.Angel
05/06/09 23:59
수정 아이콘
타인에 대한 배려가 조금 아쉬운것 같습니다.
차이는 인정해야할 것이지, 배척해야할 것이 아닙니다.
두번죽는랜덤
05/06/10 00:00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같네요.그런데......제목부터 내용까지 이해가 잘 안되네요.
무식한 제잘못이네요. ㅠ.ㅠ
카탈리
05/06/10 00:33
수정 아이콘
우와.. 멋지네요.. 저도 프로가 되고 싶음
sliver star
05/06/10 00:40
수정 아이콘
가끔은 가식이 정말로 필요할때도 있지요.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이글을 읽고 나니 갑자기 총알님이 너무 뵙구 싶어 지네요^^;;
토마토
05/06/10 02:20
수정 아이콘
저도 카드사에서 채권일 한적이 있는데 총알님도 하셨다니 왠지 반가운 느낌^^
그리고 운영진 된 이후로 글을 잘 안쓰시던데 요즘 다시 쓰시는것 같아서 감사^^
GraySoldier
05/06/10 04:07
수정 아이콘
흔히들 드는 생각이 채권자=강자, 채무자=약자 라는 등식이죠.
오늘 어떤 선배가 그러더군요.(법원에서 일하는 양반) 채무자가 강자라고.. 당장 돈 꿔준 사람이 돈 받으려면 순식간에 약자가 된다라고.
들으면서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었는데.. 가끔 정말 큰 돈은 아니지만 빌려간 사람이 딱 잡아 땔때는 그 말 이상 진리는 없겠더군요.
관계란 게 가끔은 참 따스하게 얽히는 경우도 있고.. 차라리 얽히지 말았을 것을 하는 경우도 있고.. 얽힐까 말까 그러다 보면 '가면'을 써야 할 때도 있고..
그런게 사는 것, 살아가는 것 아닌 가 싶습니다.
어차피 'down-to-earth'.
초콜렛
05/06/10 05:13
수정 아이콘
일단 일을 냉정하게 하는 것과 성인군자에 가까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왜 공존할 수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누군가 글쓴이에게 넌 냉정한 주제에 성인군자같은 소리를 하고 있어서 가식적이다.라고 한 모양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것들이 굉장히 엉터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성인군자 같은 사람은 인자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무작정 판단하는 것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생각해봐도 왜 '올바른 가치관을 피력하는 사람 = 마음씨가 고운 사람'이 되는지는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마음씨가 고운 사람이지만 올바르지 못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을 수도 있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만 냉정한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거니까요.

저번 입시때 수험생들의 부정행위에 대해서 시간이 지나자 아직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 벌이 과하다. 안됐으니까 처벌을 가볍게 해야 한다. 이런 여론이 있었죠. 인정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나이가 어리니까 아마 덜 악질적일 것이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강아지 변에 연루되었던(-_-) 아가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지나자 그녀를 비난하지 말자.라는 분위기가 생기는걸 봤는데요. 정확하게 말해서는 그녀를 비난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고 비난하지 말자고 하는 것도 말이 안됩니다. 재수가 없어서 일이 확대된 그녀의 개인 사정을 옹호해줘야 할 이유는 없지만 비난하는 쪽이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도 보기 좋지는 않다.라는 것 뿐이죠.

뭐 괜히 얘기가 길어졌습니다만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잘못되었다.라는 기준은 사실 머리가 아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과도 좀 비슷한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사람이 왜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이 나쁜 건지 몰랐던 때도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것들이 옳다.라고 쉽게 판단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옳고 그름은 호, 불호와는 상관없는 것이니까요.

글쓴이가 가식이라고 스스로 조금 위악적으로 표현하셨는데요. 전 가식이 나쁘지 않다.라고 생각 하지는 않습니다. 가식은 확실히 불쾌한 것입니다. 그러나 글쓴이가 말하는 것은 가식이 아니라 오히려 예의에 가까운 것이겠지요. 상대를 배려하고 또 나 역시 배려를 받겠다는 생각이 아닐까요?

(간만에 와서 주저리 주저리 말이 많군요. 실은 김동수 해설이 왜 그만뒀을까 이곳과 관계 있다고 해서 오지랍 넓게 찾아 왔다가 리플만 왕창 달고 가네요.-_-a)
05/06/10 09:47
수정 아이콘
사람은 누구나 한 모서리쯤은 가식이란 가면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가끔 총알 님한테서 풍기는 날카로움이 왜 그런지 알 듯도 하네요.
뭐, 그래도 총알 님이야 확고하게 자기를 끌어가시는 분이니까요.
성인군자는 아닐지라도 일은 확실히 하고 사람들은 좋아하고, 그게 총알 님인 거겠죠.^^
05/06/10 09:48
수정 아이콘
아, 그리고 저도 프로의 자세는 배우고 싶어요.ㅜ.ㅜ
05/06/10 12:52
수정 아이콘
총알이 모자라님 글을 보면은 언제나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05/06/10 14:25
수정 아이콘
총알님... 저 농담 아니고 진짜로 받아야 할 돈이 있는데 좀 도와주세요. ㅠ.ㅠ
총알이 모자라.
05/06/10 14:40
수정 아이콘
상담은 해드릴수...쪽지를 주세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596 [영화만담] 연애의 목적 (스포일러 無) [9] 체게바라형님4621 05/06/10 4621 0
13593 [여름대비긴급]싱글 탈출법 [22] 초콜렛4811 05/06/10 4811 0
13592 우연히 보게된 고교야구. [17] 최유형4427 05/06/10 4427 0
13591 실수가 과연 어찌될지.. [3] CooL4285 05/06/10 4285 0
13590 [용서]용서를 빌고 싶은데 여러분 도와주세요 [41] [NC]...TesTER4367 05/06/10 4367 0
13589 에버 스타리그 4강전... 몇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37] fUry..And..Permanent4141 05/06/10 4141 0
13588 버스기다리며 생긴 사소한 에피소드 [8] 호수청년4947 05/06/10 4947 0
13587 [잡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쁘지는 않네요. [14] My name is J4305 05/06/10 4305 0
13585 En Taro Adun! - 나의 서시. [7] 뉴[SuhmT]4902 05/06/10 4902 0
13584 김동수 해설의 진실이란? [73] Sad_Prophet9601 05/06/10 9601 0
13582 레퀴엠이 방송 경기 최다전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합니다. [36] 이지아6507 05/06/10 6507 0
13581 대한민국이 XX의 왕국이냐? [34] Timeless5924 05/06/10 5924 0
13579 잠깐 생각 [7] Dostoevskii4166 05/06/10 4166 0
13578 가식 [15] 총알이 모자라.4592 05/06/09 4592 0
13573 서지훈선수... 정말 난전의 대가인가요... [51] mw_ss_ri6331 05/06/09 6331 0
13572 전태규선수는 역시 안전제일?(스포일러) [49] F만피하자5977 05/06/09 5977 0
13570 엠겜. 컴퓨터 문제에 관해. [59] Toast Salad Man5978 05/06/09 5978 0
13569 오늘 고1분들~ 모의고사 점수가 궁금합니다. [48] mw_ss_ri4603 05/06/09 4603 0
13568 변태! 변태하다!! (본격 바이오테크놀러지를 가장한 소설) [10] 어둠의오랑캐4202 05/06/09 4202 0
13567 ...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표현이 좋은걸까요? [75] 정테란4625 05/06/09 4625 0
13566 이동국의 모든것(퍼옴) [70] swflying6360 05/06/09 6360 0
13563 맵핵을 쓰는 사람을 과연 이길수 있을까??? [59] 랩퍼친구똥퍼5197 05/06/09 5197 0
13562 2006 독일월드컵 대륙별 최종예선 상황!! 파트2 - 북미&카리브해,남미,오세아니아 [18] hyun52804536 05/06/09 4536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