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9/18 22:46:20
Name 마치강물처럼
Subject (허접단편) 오! 필승 코리아 #4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속에서, 오직 키보드를 누르는 소리와,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그들을 바라보는 재균의 눈에는 예전의 카리스마가 그대로 묻어있다.

아니 예전의 카리스마와 함께 녹아든 세월의 깊이가 더욱더 그의 눈을 빛나게 한다.

재균은 아무런 불평없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훈련을 잘 참아내주고 있는 선수들이 그저 고맙고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그가 그런 내색을 조금이라도 비춘다면, 나이어린 이들이 흔들릴지도 모른다. 재균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먹으며, 호되게 질책하고 선수들을 담금질 한다.

'내가 원망스럽고 밉더라도 조금만 참아다오. 너희들은 미래를 짊어지고 있을뿐 아니라 과거의 꿈을 부활시키고 있다. 너희들이 미래를 열고, 과거를 다시 찾아오는 그 날 모든 원망과 비난은 내가 모두 감수하마.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아다오. 너희 스스로를 위해서, 너희들을 흔쾌히 나에게 맡겨준 너희의 부모님을 위해, 전 재산을 털어서 연습실과 숙소를 마련해준 재경형님을 위해, 암울한 이 나라에 희망을 가진 모든이들을 위해'

언제나 마음속에 품고 있고, 몇 번이고 입가에서 맴돌던 말이었지만 재균은 끝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루중 18시간을 연습에만 몰두하는 선수들은 그야말로 생지옥 이었다. 부모님의 울타리안에서 철없이 곱게만 자라온 터라, 이처럼 혹독한 훈련을 견디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언제나 믿음직하고 건실한 힘토도, 단단하고 굳건함의 상징이던 일 격이도 모두 흐트러져 가고 있었다. 재기발랄하고 선천적인 활발함을 가진 강 타도 말이 없어졌고, 포커페이스 화남이도 표정이 일그러져 가고 있었다. 가냘픈 소녀 마리는 그저 소리없이 눈물만 흘리기도 했다. 다른건 몰라도 먹는건 잘 먹어야 한다고 늘 주장하며, 편의점에서 산 간식거리 3만원 어치를 혼자서 해치우던 지지도 간신히 3천원 어치를 먹을 뿐이었다.


한 달이 지나고, 또 한달이 지나고....
죽을것만 같은 고통이 이들에겐 이젠 너무도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렸다.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반을 풍미하던 문구인 '피할수 없는 고통이라면 차라리 즐겨라'(주로 독서실 책상이나, 군부대 화장실에서 많이 볼수 있었다)는 그들의 요 몇달 그들의 삶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피할수도 견딜수도 없을것 같은 고통을 이겨냈고, 드디어 그것을 즐기기 시작했다. 아마도 모두다 부친의 피를 이어받은 타고난 승부욕과 명예이리라. 서로 나누는 대화는 없었지만,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고 감싸주며 그들은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고,발전하고 있었고, 전사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이제 더 이상 이들은 온실속의 화초가 아니었다. 비바람에 시달리고 사람에게 밟혀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홀로 소박하지만 고귀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들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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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1년.. 월드 스타리그의 일정이 잡히면서, 대한민국 정부는 또 한번 참담함을 느끼게 된다. 전년도 월드 스타리그 지역예선 참가 자격 미달 국가라는 불명예를 당하고, 국가의 정치, 경제, 문화적 상황이 국제적으로 고립되자 황망히 스타 부활정책 기획안을 입법, 상정하였으나, 지난날 위정자들의 어처구니 없는 '긴급조치 21호'에 의해 말살된 스타가 그렇게 졸속한 입법안 하나로 되살아 날리 만무했던 것이다. 올 해도 지역예선 참가 자격 미달이란 결과가 나온다면, 그야말로 나라는 영원히 고립되어 버리고 말것이다.
국무부에서는 지역예선 2달을 남겨두고, '월드 스타리그 대책 특별반'을 구성하여, 스타를 할 줄 아는 모든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실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지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하였고, 그나마 지원자들의 실력은 컴퓨터와의 경기에서 조차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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삘릴리 삘릴리~~ 이 재균 님으로 부터의 화상전화가 왔습니다.

달리는 차안에서 재경은 재균의 전화를 받았다. 모니터로 비춰진 재균의 얼굴은 며칠전에 보았던 얼굴보다 더욱더 독기에 차 있었다. 재경은 섬짓해짐을 느꼈다.

"재경형님 오늘 서류를 접수하러 가겠습니다."

"오! 이 감독 드디어 결심을 했구만.. 사실 증오스럽기야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서 뛰어난 실력을 가졌다고 해도, 정부를 통하지 않고서 '월드 스타리그'에 나갈수는 없어. 잘 생각했네 이 감독! 그럼 나도 지금 그쪽으로 가지."

"예. 형님 그럼 거기서 뵙죠."

재균은  '월드 스타리그 특별대책반' 지원 서류와 함께 자필로 적은 계약서 한장을 챙겼다. 선수들 연습실을 한번 둘러보고는 조용히 빠져나온다. '월드 스타리그 특별대책반'으로 향하는 그의 얼굴에 묘한 웃음이 비친다.

"어이 이 감독 이제 도착하는구만."

"재경형님 먼저 와 계셨군요. 들어가시죠."

횡하니 발걸음을 옮기는 재균을 보며, 재경은 의아하다.

'저 친구 꼭 뭔가 사고를 칠거같은 기분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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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요.. 당신 지금 제정신으로 이따위의 종이조각을 내미는 거요?"

흥분한 정부 관계자가 이마에 핏대를 세우고 침을 튀겨가며 소리를 지른다.

"이 내용에서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절대로 참여하지 않을겁니다."

대답을 하는 재균의 표정은 단호하다.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 당당한 거야 당신. 당신 도대체 누구야! 엉!"

"후..후.. 절 잊으셨나보군요.. 하긴 높으신 분이 저 같은 사람을 아직 기억할리 없으시겠지요. 30년 전에 몸소 저를 쫓아 다니시고 수배까지 내려주셨던 '이재균'입니다. 이제 기억이 나십니까?"

"뭐... 뭐요.. '이 재균'... 그럼 당신이  프로게임팀 감독을 했던, 그  '이 재균'이란 말이오?"

"예. 맞습니다. 그 '이 재균'입니다. 이건 저희 애들 연습장면 리플파일 입니다. 아시아 강국이라는 대만선수들을 상대로 한건데 마음에 드실런지 모르겠습니다. 보시고 나서 생각이 바뀌시면 연락하십시오. 그럼 이만...  재경 형님 가시죠."

"어.. 어 그래."

"아니. 이 감독! 도대체 지원서랑 같이 준 서류의 내용이 뭐길래 저 양반이 저렇게 길길이 날뛰나?"

"궁금하십니까 형님? 한번 보십시오 그럼...후 훗!"

서류를 읽어보던 재경은 파안대소를 한다.

"하하하하하.. 이 감독! 역시 자네답네.. 이렇게 통쾌하고 가슴 후련할 수가.. 이건 정말.. "

"아마 이틀안에 연락이 올겁니다. 답답한 건 자기네들이니까."

대체 재균이 준 서류의 내용은 무엇일까? 대충 요약해 보면 이렇다.

1.'월드 스타리그 특별대책반'의 전권을 엄 재경에게 위임한다.
2.'감독 이 재균 외 6명의 선수에게 최고의 환경에서 오직 훈련에만 몰두할 수 있는 제반의 지원을 제공한다.
3.예전에 활동했다가 강제 징집당하고 명예가 실추된 프로게이머들의 명예회복 및 복권, 기타 피해보상을 보장한다.
4.소속팀 선수 6명의 신분 및 안정, 생활을 절대적으로 보장한다.
5.폐지된 게임방송사와 게임리그의 부활에 적극 노력을 기한다.
6.향후 리그 활성화 시, 신진 발굴, 등장하는 프로게이머의 신분 및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한다.
7.스타 대중화 및 활성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 3 - 8 의 사항은 '월드 스타리그' 본선 진출시부터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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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균의 말대로 이틀 후, 특별대책반으로 부터 전화가 왔고,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달았다. 각 언론사에서는 앞다투어 취재에 열을 올렸고, 급기야 공식 인터뷰의 자리를 맞이하게 되었다.

"예전에 명문 프로게임팀 감독을 하셨는데, 지금도 그 때 처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요?"

"예. 지금 우리는 분명히 스타 약체 국가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지역예선이 50일 남은 지금 우리는 50%의 수준입니다. 앞으로 하루에 1%씩 성장해서, 지역예선에서는 100%의 실력으로 나설것입니다. 50일 후에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겠습니다."





p.s 1 : 며칠을 끌어오다가 결국은 4편을 썼습니다. 어제 과음과 수면부족으로 인해 내용의 전개가 힘들었네요.. 더 끌다가는 저의 귀차니즘으로 인해 끝을 맺지 못할거 같아서.. 사실 5편까지 쓰려고 했으나 밀려오는 피곤함에 여기 까지만 씁니다.

p.s 2 : 혹시나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5편의 내용을 살짝 공개합니다. 왜 드라마에 보면 다음편 예고 같은거 있잖아요 ^^ 혹시 이렇게 하면 조회수가 올라갈까 하는 얍삽한 마음에..그럼 허접한 글 재미나게 읽어 주십시요.



(5편 예고) : 월드 스타리그는 두가지의 경기 방식으로 치뤄진다. 2명이 한 팀을 이루어 펼쳐지는 팀 밀리 경기에는 오직 8개 국가만이 출전권을 가지게 되어 지역 예선의 치열함이 극에 달한다. 그러나 32명의 전사들이 참가하여, 최후의 생존자 1인이 남을때 까지의 사투를 벌이는 개인전은 월드 스타리그의 백미이며 꽃이다. 단 한번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이 세기의 대결은 월드 스타리그 개인전 공식맵인 32인용 맵<welcome to the hell>에서 펼쳐진다. 지난 월드 스타리그에서 펼쳐진 개인전은 무려 5시간 40분의 혈투끝에, 현 스타 최강국임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Elky NO.1 레스토랑 선수가 차지했다. 그는 현 프랑스 스타계의 명실상부한 지존이며, '처절한 Elky류 테란'의 창시자인 베르트랑의 2대 직전 제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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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강물처럼
02/09/18 23:02
수정 아이콘
언제나 허접한 글에 관심을 보여주시는 영선님 감사합니다(_ _)
피곤해서 거의 죽을 지경이라는..
이제 수면모드로 들어갑니다..
02/09/18 23:41
수정 아이콘
내용이 방대해 지는게, 단편이 아니라 거의 중편 이상은 될것 같군요. ^^
강물님께서 상당히 힘드시겠다 싶어서... 걍,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아무래도, 손주녀석 이름을 힘토로 심각히 고려해 봐야 겠는데요?
근데 만약 첫딸을 낳았는데, 지네들이 하나로만 만족하고 말겠다면... 힘순이... ㅠㅠ;;; 하하
아트 블래키
02/09/19 00:26
수정 아이콘
바꾸신다던 32인용 맵을 그대로 쓰시는군여.^^;;
역쉬 귀차니즘으로 인한.......;;
이젠 예고편까지..... 조회수 엄청날겁니다. 작전성공하셨어여^^
강물님 존글 연이어 부탁드립니다.(_"_)
AIR_Carter[15]
02/09/19 06:22
수정 아이콘
그..그래도 여자애 이름을 힘순이로.. -0-;
히딩크 감독이 했던말을 패러디 하시다니.. 재미나군요.
5편 빨리 안 올려주시면, 데이트 신청할겁니다. :)
02/09/19 08:17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보고 있습니다.32인용 맵이라니 쿨럭~
제 기대를 져버리지 않으시는군요.
귀차니즘의 화신이라 말씀하고 계시지만... 저같은 독자를 위해서 희생하셔야 겠네요. 5편 기대~!!
후니...
02/09/19 12:41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글 감사드립니다.. 강물님.. (_ _)
어제 피곤하셨을텐데.. 노고가 많으시네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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