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9/08 20:54:33
Name Apatheia
Subject [잡담] for granted.
세상에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따위는 없다.

부모라 해서 무조건 자식을 살리고 대신 죽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제자라 해서 무조건 스승의 말씀에 토를 달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며

한 나라의 국민이라 해서 무조건 그 나라의 원수를 사모하고 지지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지극히 당연하다고 여기는 그 수많은 것들 중에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의외로 전혀 당연하지 않은 것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

나는 한 게이머의 팬이다.

팬된 입장에서 응원하는 사람이 지는데 속상하지 않다면

그건 팬으로서의 자격미달임이 분명하다.

나 또한 얼마간 계속되어오는 그의 컨디션 난조를 보며 분명 꽤나 마음이 상했었고

이제 한물갔나...는 식의 성급하고 생각없는 글들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정도로 화가 났었다.

그리고 그 이전에, 도대체 왜 이런 말이 나오게끔 하는 건지

이런 모습 보이는 일이라곤 없던 사람이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하는 원망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하면 그건 또 거짓말이겠다.



네이트배 16강, 스카이배 8강...

게이머의 이름만을 가리고 이런 성적표만을 내보였을 때

그친구 슬럼프로군 하는 말을 들을 게이머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정도면 됐지, 뭘 더 바라냐고 면박을 주는 사람이 훨씬 더 많지 않을까?

게임방 한구석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메이저 무대의 꿈을 키우는 게이머들에 관해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해진 무대, 정해진 상금...

그 빠듯한 공간 안에서 저 정도의 결과라도 일구어낸다는 것은

어쨌든 쉽지만은 않은 일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도대체 왜 이러느냐는 걱정을 듣는 이유는 오직 하나,

그가 '김정민'이기 때문에, 그가 TheMarine이기 때문에...

단지 그 뿐이다.



자신이 하는 일을 남들이 당연시하는 것을 즐겨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니까...

하지만 동시에,

나 또한 그간 그의 성적과 노고를 지나치게 당연시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당신은 원래 그 정도는 해줘야 하는 사람이라고

내 마음대로 못박고 있었던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문득 해 본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는데도.

브라질도 월드컵 결승에서 3:0으로 질 수 있고

윈저공이 왕위를 버리고 심프슨 부인을 택할 수도 있는 건데도.

잘해야 본전, 못하면 밑지는 장사...

그는 어쩌면, 그간 그런 생각을 가지고 게임에 임해왔던 게 아닐까.



세상에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따위는 없다.

어쩌면 지난 얼마간 그의 게임을 보며 느꼈던 그 도에 지나친 안타까움은

내 마음대로 그를 기본 몇 강 이상의 게이머로 규정해 버린데서

출발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내 마음에서 그를 조금은 풀어주어야 하지 않나 싶다.

그토록이나 극심한 경쟁 속에서의 16강, 8강...

그건 결코, 당신 요즘 왜 그래 라는 말을 들을 성적이 아닌 탓에.

프로에게 있어 자기만족은 곧 자멸이라지만

그에 대한 컨트롤은 어디까지나 그의 몫일 뿐, 바라보는 팬의 할 일은 아니기에.


-Apatheia, the Stable Spirit.


PS. 8강이 슬럼프라고 불릴 수 있는,

예선탈락이 뉴스거리가 되는 몇 안 되는 게이머 중의 한 사람...

그것이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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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련
02/09/08 21:11
수정 아이콘
요즘 김정민선수에 대한 글들이 많이 보이네요. 사실 임요환선수를 제외한다면 가장 주목을 받아왔고, 받고 있는 프로겜머라서 그럴까요? 분명 16강, 8강은 높은 성적입니다. 하지만 김정민은 최소한 결승전에는 가야하는 인물이다...라는 여러분들 스스로의 선입견으로 인해 그의 요즘이 슬럼프로 보이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1위를 차지하는 선수도, 본선 16강에 든 선수도 실력차는 종이한장 차이라고들 합니다. 오늘 16강이라도 내일 1위를 할 수도 있고, 오늘 내일 모두 중간성적만 낼 수도 있습니다.
정말 김정민 선수의 팬이라면, 묵묵히 지켜봐주는 것도 좋을 듯 한데...
위의 글 쓰신분의 ps글이 참 동감이 가네요...
8강이 슬럼프라고 불리울 수 있는 선수... 서너명 정도 될라나...?
천승희
02/09/08 21:55
수정 아이콘
오늘 이달의 게이머 홍진호선수 편에서 왕중왕전 정글스토리 경기를 보았는데 그때와 이번에 버티고에서 진 패턴이 비슷하더군요
초반에 유리하게 나가다가 단 한번에 실수 or 홍진호 선수의 센스플레이로 경기 분위기가 순식간에 반전되는..그러면서 조금씩 조금씩 패배의 국면으로 가버리는 그런 패턴 말이죠. 스카1배 크림슨 아일즈 경기도 그렇구요..
02/09/08 21:56
수정 아이콘
16강, 8강이 슬럼프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닐 겁니다. 네이트배의 16강 이후 듀얼 토너먼트만을 거친 스카이배에서의 8강 탈락을 제외한 다른 대회.. 아이티브이, 겜비씨, 겜티비리그에서의 잇단 예선탈락으로 그답지 않은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유일하게 본선에 오른 온게임넷에서 보여준 최근의 모습은 사실 이전과 같은 강력함이 보이지 않기도 하구요.

얼마전 대학입시 준비한다는 소식 들릴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긴 합니다. 게임과 해설을 병행, 혹은 스타와 다른 게임을 병행하는 것과
게임과 입시를 병행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겠지요. 두 가지를 다
성실히 준비한다고 가정한다면 말입니다. 얼마전 은퇴의사를 밝히던 김동준 님이 '하루에 10시간 씩 연습하는 게이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을때
은퇴했어야 했다' 라고 이야기 한 걸 본적이 있습니다. 요즘의 게이머들 사이에서 성적 내려면 그런 노력은 필수적인 것 같더군요. 그냥 평범하게 공부해서 대학가고 취직한 저로선.. 하루에 그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일과 '무언가 또 다른' 것을 병행한다는 것이 사실 엄두도 안 납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1세대 게이머라고 불려도 좋을 김정민 선수. 다른 게임에도 거의 눈을 돌리지 않고 스타만 해온 것으로 압니다. 08패치 전후한 시기에 한없는 부진을 보이던 변성철 선수가 '스타가 너무도 지겹고..하기 싫다' 라고 토로하던 기억이 납니다. 4년 째 취미로 해오는 우리 같은 사람도 때론 질리는데 그 긴 시간동안 직업으로 게임해온 이들의 '고통'은 상상 이상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99년부터 준프로로 활동, 2000년 4월에 프로 인증을 얻었다는 임테란이 아직까지도 스타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무한한 전략과 기술개발의 가능성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그의 마인드는.. 어찌보면 그가 보여주는 경이적인 컨트롤과 전략보다도 더 놀라운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계속 게이머로 남아 탄성을 자아내는 플레이를 보여준다면.. 보는 우리야 무척 고마운 일입니다만.. 본인의 인생설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된 지금, '팬'의 욕심만을 내세우기엔 척박한 계임계의 현실이 너무도 걸리지요. 어떤 선택을 하든.. 게이머로 활동하며 보여준 그 열정으로 임한다면 무슨 일이든 잘 해낼수 있겠지요.
02/09/08 22:29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느낌을 가졌었지요...
그런데 저는 팬들의 이런 반응 역시 김정민 선수에 대한 또다른 사랑과 관심의 표현이라고 느끼는 걸까요...^^;
김정민 선수는 참 행복한 선수가 아닐까 느껴집니다...
스타나라
02/09/08 22:56
수정 아이콘
전에 그랬었죠...
임선수가 SKY배에서 준우승했을때도...KPGA1차투어에서 우승했을때도...
모두들 그에게 슬럼프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렇게보면..어떤 일정한 수준이 기대되는 게이머에게 기대 이하의수준이 보여진다면...시청자 그리고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면 슬럼프라는 이야기일까요?
이번 김정민선수...16강은 통과했습니다..근데8강에서의 2패라는 결과에 모두들 슬럼프라고들하죠...
그렇다면 한빛배에서8강탈락한 홍진호선수나 코크배에서 4위하고도 그이후로 잘 보이지않는 이근택선수에게는 거의 밑바닥의 수준이 기대되는것일까요?(홍선수는 그때 당시기준입니다.)
.
.
.
지금이곳, PGR게시판에 올라와있는글들을 볼 프로게이머들...어쩌면 자신이 슬럼프라는 팬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심할 수도 있습니다.물론 더 분발하여 잘 할수도 있는거고요...
P.S.그런데...저번네이트배에서와 요번SKY배에서 시드받은 선수중에 탈락한 선수들은 왜 슬럼프라는 이야기를 듣지않는건지..(다른곳에서는 잘해서인가요?)
응삼이
02/09/08 23:21
수정 아이콘
슬럼프니 뭐니해서 선수를 난도질하는 일부팬들이 문제겠죠.
자신의 추측 또는 관점으로 잣대를 재는.....
아파님글은 정민선수 부진할때나 볼수있나요?
그럼 안돼는데........ㅠㅠ
02/09/08 23:26
수정 아이콘
항상 따라다니는 이번 대회 '우승후보'란 말.
때론 그것이 더 무거운 짐이 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네요.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게이머들에게는 꿈의 무대라는 온게임넷 본선.
그 무섭다는 예선을 깨치고 본선에 들기를 수차례.
그런 것들이 점점 김정민선수는 그게 당연하다는 인식을 가지게 한것은 아닌지.
글재주가 없어서 뭐라고 잘 표현은 안 되지만 너무나 대단하고 강한 선수죠.
02/09/08 23:30
수정 아이콘
김정민 선수의 부진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것이 어찌 스타나라 님이 언급하신 그런 게이머 들에 대한 비하가 되겠습니까. 세상에 당연한 게 없다지만 우리가 그간 지켜보아 오던 선수들의 실력이 있는데.. '차등화된 기대치' 가 당연히 존재하지요. 적어도 이곳 피지알에서 김정민 한물갔네. 마우스 놔라. 수준의 저급한 이야기 안 나오지 않습니까? 본인의 부진에 대한 지적이 분발의 동기가 될 지언정 김정민 선수가 언짢아 하실리도 그럴 이유도 없는 것이지요. 물론 우리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김정민 선수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그의 인생은 그의 의지대로 설계되어야지요.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실 필요 없으실듯~
스타나라
02/09/09 00:08
수정 아이콘
하긴...그렇긴합니다...--;
괜히 머쓱해지는군요...
하지만...격려의 메세지라도 슬럼프라는것은...좀 그렇지않나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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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는 '스티브 블래스'라고 불리는 병이 있습니다.
투수가 갑자기 스트라이크를 못던지거나 사사구를 남발하는경우에 이런말을 자주 사용하죠...한마디로 증상은 명확한데 치료법이없는 병이죠...
이 병은 스티브블래스라는 미국야구선수가 처음 증상을 보였는데요..
1971년 19승을하면서 월드시리즈 MVP를 받으면서 주목을 받았는데 그 다음시즌부터 이상하게 야구를 못하더라는 거죠...
물론 김정민선수에게 치료법이 없는건 아니지만...(엄청난 연습...-_-;)
그 병과 원인이 비슷한거 같아요...
자신감 결여...지금의 정민선수는 자신감이 너무결여되어있는듯 싶습니다..
연습량...물론 적은거압니다...하지만...저번 kpga 1차리그에서 임요환선수처럼 필살승부수와 엄청난 자신감으로 무장하신다면...수능이 끝나기 전까지는 그래도 일정성적 이상은 유지하실것같습니다...
어찌되었건...김정민선수가 스타계의"스티브블래스"가 되길 원치는 않습니다. 김동수 선수가 그랬던 것처럼 김정민선수도 부활하는모습을 보여주시면요...어쩜 임요환선수보다 더 무서운선수가될지도 모를일이군요...

p.s.김정민선수! 1년만 기다렸다가 저랑 같이 수능보는건 어떠세요?
^_^;(타다다당~~~!!!)
*.#으흑~ㅁ나ㅜㄹ니ㅏㅜ먛뮘이ㅏ훙마ㅜㅎㅇㅁ햐ㅁ니어러미ㅏ러먇젛
02/09/09 00:12
수정 아이콘
헉~ 스티브 블래스까지 나오다니^^ 김정민 선수가 보면 정말 기죽겠습니다.^^ 그 답지 않은 플레이를 보인다.. 라고 저도 위에 썼지만 기본적으로는 미래의 설계에 따른 심리적 부담, 연습량 부족 때문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스타 실력 자체를 논하기엔 그간 우리가 보아왔듯, 너무도 탄탄한 선수 아닙니까^^ 아마 자신감 결여나.. 그런 우려는 안해도 좋을 듯 합니다. 다시 스타에 집중만 한다면 언제든지 다시 최고클래스의 성적 올릴수 있을걸로 생각됩니다.
스타나라
02/09/09 00:22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김정민선수...
.
.
.
.
.
저랑같이 수능보자니까요!!!!!!(슥!슥!ㅡㅅㅡ;이젠 닥템까지 나를...)
스타나라
02/09/09 00:22
수정 아이콘
참! 이말을않했군요...안틸로우님! 스티브블래스병을 아시는것같은데...
혹시 야구매니아?
02/09/09 01:58
수정 아이콘
모.. 야구 무지 좋아하긴 합니다.^^
어제 온게임넷 라이벌 리벤지 김 테란 대 박정석 경기 재방 잠시 봤습니다. 맵은 네오 정글. 김창선 님이 김 테란의 이야길 잠시 해설중에 언급하더군요. 드랍쉽 왜 안 쓰냐고 묻는 사람들 많은데.. 이 맵에서 드랍쉽 쓰면 장기전 가고 재미없는 경기 나온다고.. 그냥 힘으로 뚫는게 낫다고^^
스타나라 님의 바램처럼, 모든 팬들의 바램처럼 이전의 위용을 다시 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다소 무리한 바램일지 모르지만.. 게임과 입시 두 마리 토끼 다 잡아주셨으면 하는^^
박민영
02/09/09 03:06
수정 아이콘
김정민 선수의 슬럼프 얘긴..단지 예선탈락..문제가 아니라..정석 테란이라고 까지 불리는 선수가 눈에 보이는 실수를 하고 있다는데 있겠죠..사실 리플레이를 자세히 살펴 보지 않는한..실수를 발견하기 힘든데..게임중계를 볼때 실수가 한두개씩 보이잖아요..그리고..김정민하면..안정감인데..유리한 경기에서 뒤집히는 경우도 자주 보이고요..

김정민 선수는 물론 이 슬럼프는 극복하고나서요..해설자를 하면 잘할듯합니다..예전에 잠시 해설하는거 보니까 말 참 또박또박 잘하더군요.다른 게이머들은 약간씩 말이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김정민선수는 말을 진짜..정돈해서 하더군요...놀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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