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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8/15 21:46:11
Name felmarion
Subject 夏日憶..요환
 
이백이여 당신의 시는 적이 없다
속세를 초월해서 생각은 뛰어난다
맑음에 있어서는 유개부의 시와 같고
뛰어남에 있어서는 포참군의 시와 같다
나는 지금 위북땅, 봄하늘의 나무밑에 있지만
당신은 강동땅, 해 지는 구룸속
언젠가 항아리 하나 앞에 두고
다시 함께 자세하게 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구나

杜甫[두보] [春日憶李白"춘일억리백"]



사람과 사람사이의 마음의 끌림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에게서 부터 또 다른 마음을 전달을 받고는 합니다.

때로 그 끌림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또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는 하지만 그렇게 나와 너, 일대일의 관계가 아닌 일대 다수 혹은 다수대 일의 관계에서도 그러한 마음을 느낄수가 있습니다.

지난 월드컵때 24인의 태극 전사들의 경기가 그랬고 지금 우리가 열광하고 또 마음을 졸이며 바라보고 있는 수 많은 프로게이머들간의 경기또한 그렇습니다.

오늘, 25살의 나이가 무색하게 경기를 보는 내내 눈시울이 젖어들었었습니다.

임요환, 많은 사람들이 그의 플레이를 사랑하고 아끼는 만큼 또 많은 사람들이 그의
플레이를 싫어하고 고개를 가로젓고는 합니다.

사실, 그런것은 당연한 모습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가 존재하지도 않고 또 그런 진리가 존재한다고 해도 사람에게서 사람을 향한 마음마저 가늠할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싫어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그를 좋아하라고 할수가 없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싫어하라 한다는 것은 사람의 마음속에 하나의 커다란 장벽을 세워놓고서 통행료를 받는 징수원의 모습으로 다가올테니까요.

그렇지만, 오늘 만큼은 그냥 아무런 말 없이 그의 승리에 기뻐하고 즐거워 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기내내 시종일관 불리한 모습.
그러한 모습속에서 종횡무진 날아다니며 본진과 멀티를 방어하던 드랍쉽이 하나 둘씩 터져나갈때마다 제 마음또한 터져나갔고, 앞으로는 한동안 그의 모습을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에 끝가지 텔레비젼을 바라볼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몇번이고 TV리모콘의 전원 버튼을 누르려고 손을 수없이 가져다 대었지만 그의 마지막 모습일런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끝까지 억눌렀습니다.

사실, 저처럼 선수들의 경기를 바라보기만 하고 직접 하기에는 어려운 초보들에게는
그 경기가 어떻게 해서 이길수 있었고 또 질수 있었던 것인지를 설명하라 한다면 막막한 마음에 그저 "그 선수가 잘했으니까, 상대 선수가 더 잘했으니까" 라는 너무나 당연한
말밖에는 할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처럼 좋아하는 선수가 승리했을때는 아무런 말없이 같이 그의 승리를 기뻐하고 또 그가 패배를 한 날에는 마음으로 그의 패배를 안타까워 하는 것이 전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그래서는 안되겠다고 자꾸만 마음속에서 소리가 들리기에 이렇게 쑥쓰러운 마음을 머금은체 모니터 앞에서 그의 승리를 축하는 글을 쓰고 있나 봅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앞으로는 그의 경기가 보고 싶지않을것 같습니다.
오늘처럼 경기가 진행되는 내내 하얗게 타들어가는 마음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다음 그의 경기에 다시한번 마음 졸여가며 뚫어지게 텔레비젼을 바라볼 제 모습이 떠오름은 착각일까요?


"세상 사람들에게 묻노니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과 사를 함께 하도록 하는가?"



[댓글]

이 글이 임요환 선수를 좋아하지 않는, 그런 분들께 언짢은 마음으로 다가서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저, 한 팬이 그가 좋아하는 선수의 승리를 좋아하는 그런 글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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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니스
03/08/15 21:49
수정 아이콘
태어나서 처음으로 임요환선수 경기보면서 펑펑 울어보긴 처음이군요..
남자가 왜 우냐고 막 뭐라하는데.. 마지막 이겼다는 메세지가 보일때
왜.. 눈에서 물이 계속 나오고 멈추질 않을까요.. 임요환선수..
아.. 오늘밤 자긴 글렀내요..
나라당
03/08/15 21:49
수정 아이콘
말이 필요없습니다.......그는 테란의 황제입니다....
미소천사
03/08/15 21:53
수정 아이콘
정말 더 재밌는건
문자중계하는 글에 임요환vs도진광 경기하는 부분 리플 달린거 보면 더 재밌네요^^
아 거의 다 졌네요 이런 식의 리플에서 갑자기 전환된다는^^
03/08/15 21:53
수정 아이콘
정말 눈물나게 만드는 경기였습니다..
mbc게임에서도 예선탈락한 임요환 선수..
만에 하나 이번에 온게임넷 16강에서도 떨어져버린다면 정말 오랫동안 보기 힘들텐데..
그리고 누구나 이제는 한계라고 생각할텐데..
그 마지막 순간에 해내었습니다..
우아한패가수
03/08/15 21:53
수정 아이콘
차마 TV로 경기를 못보고 문자중계로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임요환선수가 gg 칠 것 같다는 글을 보고 이제 정말 임요환선수의 경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몇 번 없을 것 같아 가슴이 아팠습니다. 4경기를 보려고 다시 TV를 켜고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끝까지 임요환선수를 믿고 경기를 보지 못한 자신이 답답할 뿐이네요... 그 감동을 재방송으로 빨리 확인했야겠죠~~~
은빛사막
03/08/15 21:54
수정 아이콘
오늘같은날 맘같아선 요환선수 만나서 없는 돈에 소주와 삼겹살이라도 왕창 사주고 싶네요 허허허허
그리움..
03/08/15 21:57
수정 아이콘
그의 경기를 보기전에 청심환이라도 준비해 놓았어야 하는건데... 매번 청심환이 필요해필요해.. 하면서 오늘도 역시 심장에 무리가 가는군요....
-_-;;;; 암튼 최고로 아름다운 밤이에요~!! 쿨럭;;
푸른숲속이슬
03/08/15 21:57
수정 아이콘
누구나가 봐도 멋진경기였어요. ^^
두번의 가을
03/08/15 21:59
수정 아이콘
하하 은빛사막님 그 맘 정말 동감입니다
Canna님// 말씀처럼 임요환선수 온겜넷마져 16강에서 떨어지면...이제 정말 힘든가 하고 생각했으나 요환선수는 제가 그런생각을 이제 다시는 가지지 말라고 충고하는거 같네요 ^^너무 행복했습니다 3경기
03/08/15 21:59
수정 아이콘
참.. 그리고 이 글도 경기 못지 않게 멋진 글입니다..^^
은빛사막
03/08/15 22:05
수정 아이콘
아 맞다 글에 대한 칭찬을 까먹고 있었네요... 문학도 이신가요? 글이 멋져요 허허허 ^^
리렌시아
03/08/15 22:09
수정 아이콘
저도 임요환선수를 아주 많이 좋아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참 많이 싫어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보면서 양 손을 맞잡고 기도했습니다, 제발 이기라고. 그리고 끝나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고 정말 눈물이 주체가 되질 않더군요. 재방송을 봐도, 못 믿을 것 같습니다. 이게 정말 저 사람이 이긴 경기던가. 아는 동생이 징크스 때문에 경기를 못 봐서 연락해주면서 우황청심환 꼭 챙겨먹으라고 했습니다.
아.. 그리고... 글 너무 멋집니다..^^
안전제일
03/08/15 22:09
수정 아이콘
스타리그를 보면서 이렇게 많이 울어봤던 적이 있나 싶습니다.
안타까움도 억울함도 아닌 순수한 감동이었습니다.
그를 가장 좋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금 미안합니다.
그를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펴지고 울음이 나왔습니다.
임요환 선수 고맙습니다. 멋진경기 너무 감사했습니다.
당신의 다음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오늘 당신은 그러한 나에게 아직은 아니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당신이 현재 그자리에 있는 한 당신은 언제나 그 자리의 주인이요 주인공입니다.

도진광 선수 오늘 멋진경기 감사합니다.
훌륭한 게임과 깨끗한 매너..오늘의 명승부의 절반은 당신의 것입니다.
03/08/15 22:12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_-b 오늘은 정말 임요환 선수 팬이 부럽네요. 만약 제가 좋아하는 선수에게 이런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면 전 아마 지금도 동네를 뛰어다니며 만세를 외치고 다니고 있을것 같네요. 이탈리아전때 그랬던 것처럼^^
하토르-라디
03/08/15 22:14
수정 아이콘
아, 두 선수의 팬이 아니더라도, 정말 이번경기를 보면서 두 선수에게 감동받고 박수를 보낼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정말 감동적인 경기네요. 그의 인기나 인지도나 과거의 성적을 다 떠나서도 한 경기하나하나의 내용에 감동하게 되네요.
JazzNJoy
03/08/15 22:14
수정 아이콘
저는 팔짱끼고 '음.. 도진광 선수가 이기겠네..'하면서 봤습니다.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저 뿐만이 아니죠?)
스스로 중립자(?)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오늘만은 제게 감동의 글썽임을 선물한 임선수에게 온몸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마찬가지로 멋진 승부 함께한 도진광선수에게도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멋진 글이네요^^
03/08/15 22:21
수정 아이콘
네 저도 임요환 선수 팬은 아니었지만 너무 감동적이고 눈물나는 경기더군요. (전 왠지 항상 지고있는 선수 입장에서 경기를 보게되더라구요-_-;) 자꾸 돋는 소름때문에 제가 징그러워질 정도였습니다.
03/08/15 22:21
수정 아이콘
멋진글입니다.
오늘 임요환선수가 눈물을 글썽이며 팔을 치켜들었을때,
제가 메가웹에 있었다면 아마 현장이 떠나가라 소리지르지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현장에 계신분들, 정말 좋으셨겠습니다. 부러워요!!
SpaceCowboy
03/08/15 22:28
수정 아이콘
felmarion님 멋진 글 감사합니다.
스타경기를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는 처음인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멋진 경기를 보여준 임요환선수와 도진광선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아르푸
03/08/15 23:10
수정 아이콘
맨 마지막 부분 김용선생님의 신조협려에 나왔던 시(?)노래(?) 맞져?
아마도 이막수가 말했던 것 같은데,,, 그리고 글 잘쓰시네요^^
몽땅패하는랜
03/08/15 23:19
수정 아이콘
felmarion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요사이 댓글이나 이런 저런 글을 별다른 생각의 여과과정 없이 써내려간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정말 피지알에 필요한, 아니 스타크래프트 팬들이 읽고 생각해볼만한 좋은 글을 써주셨군요. 감사합니다.
도진광 선수, 당신이 있었기에 오늘 임요환 선수의 승리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임요환 선수도 오늘같은 경기를 또 하라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지을 정도로 도진광 선수 당신의 오늘 경기는 진실로 빛났습니다. 다만, 행운이랄까 운명이 오늘은 당신의 편이 아니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오늘의 아쉬움이 기쁨의 눈물로 보답받을 날이 있을 것입니다.
-참, 다음주 월요일 이후 vod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임요환 선수의 격정에 찬 세레모니와 도진광 선수의 붉은 눈동자를 마주치는 순간. 정말 바보같지만 저도 눈물을 쏟을 것 같기에. 그리고 그것밖에 선수들에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이 원망스러울 것 같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Endless_No.1
03/08/15 23:47
수정 아이콘
올만에 저를 로그인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멋진 경기만큼이나 멋진글입니다.
많은 분들이 읽어보았으면 하는마음에서 추케로...
안개사용자
03/08/16 00:29
수정 아이콘
Boxer...
화려한 플레이에 비해 빈약해보이던 맷집에 대한 수많은 비판들...
타리그에서의 갑작스런 예선 탈락...
마치 금박이라도 침몰할 것만 같았던 그의 모습들...
그러나 누구도 그의 승리를 쉽게 점치지 못했던 도진광선수와의 경기에서 그는 다시 한번 일을 저지르고 만다.
사람의 감정을 주무르는 듯한 영화같은 경기...
그가 선사하는 드라미틱하고, 환상적이고, 가슴 뜨겁게 하고, 심장박동을 압박하는 짜릿한 카타르시스...
오늘도 어김없이 그 쾌감에 중독되어 허우적대는 나...

그 쾌락에 대한 기대감이 나로 하여금 영원히 그에 대한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하지 않을 것이다.
03/08/16 00:37
수정 아이콘
사부 : 임군.... 낭만 때문에 테란을 한다고 했는데.... 낭만이란게 도대체 뭔가?
( 기다렸다는 듯이 임씨 )
임씨; 아.... 그건요.
임씨 : ..... 설령 이기지 못한다고 해도 ..... 멋지게 플레이한 유저는 박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 아시죠?
사부 : 그렇지.
임씨 : .... 바로 낭만이란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사부 : .....
임씨 : 노력하고..... 거기에 감동하는 것.
( 사부 임씨를 신기하게 바라보면... 임씨는 웃고 있다. 매우 화사한 얼굴로.... )

오늘 또다시 환상의 테란을 보았습니다.
경기 결과가 나오는 순간 붉어지는 눈가를 닦아내며, 이 글을 떠올렸습니다.
이 글이 나온 게 벌써 몇 년 전이지만, 아직도 제 하드엔 이 글이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주변의 상황이 마음같이 돌아가 주지 않아서 답답할 때, 저는 요즘도 이 글을 다시 읽어봅니다.
처음엔 유머글을 읽는 기분으로 시작하지만 늘 글의 끝부분에선 콧망울이 찡해지지요.
노력하고...거기에 감동하는 것,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코 희망을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는 것..
돌아온 환상의 테란, 반갑습니다.


덧붙임. 그리고 위의 글처럼, 설령 이기진 못했지만 멋지게 플레이한 도진광 선수에게도 거듭 박수를 보냅니다.
03/08/16 00:56
수정 아이콘
그가 승리하기를 늘 기원하지만, 이기기 때문에 응원한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습니다. 그날, 타방송국 스타리그 예선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속이 상했던것은 경기가 굉장히 일찍 끝났었다...라는 얘기....경기에 지던 이기던 그는 늘 나에게 최선이라는 단어를 주었었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던 얘기더군요. 오늘 제가 가장 기뻤던것은 그의 결과론적인 승리보다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던 바로 그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리시더군요....메가웹....또 한번 가슴으로 경기를 볼 수 있다는 느낌을 주었던 하루 였습니다. 그런 경기를 보여준 그에게, 그리고 그런 경기를 만들어 줄 수 있도록 더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 도진광 선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두분 모두 너무 수고 많으셨습니다. 덧붙여, 오늘 경기를 치루신 모든 선수들께도 좋은 경기 잘 보았다는 인사말씀 드립니다.
felmarion님의 좋은 글 도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십시요.
조준혁
03/08/16 01:3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tongtong
03/08/16 03:27
수정 아이콘
멋지고 감동적인 글 감사합니다. 추천게시판으로 고고
박서희
03/08/16 22:45
수정 아이콘
저도 눈물을 흘린 사람중에 하나입니다. 임요환 선수의 경기를 보며 단지 그냥 대단한 경기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보다 더 한층 작은 일에도 쉽게 포기하는 저에 대해 많은 반성을 했죠... 정말 임요환 선수로 인해 오늘 절 다시 돌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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