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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6/02 20:13:16
Name PENATEN
Subject [일반] 정답이 없는 시험 문제
우리는 또 민주주의 시험을 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다른 시험들도 있었지만 이번 시험이 가장 큰 시험이죠. 3년만입니다. 조금 빨랐네요.

6지선다의 문제. 저는 선택지를 천천히 살펴봅니다.

3년 전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때 저는 기표소에 들어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이미 몇 번 답을 고를지 정하고 들어갔지만 선뜻 도장을 찍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게 정답이 아닌 것 같아. 1번도, 2번도, 3번도... 정답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차라리 이 문제가 서술형 문제라면 어땠을까요? 제 소망을 한줄 한줄 적어서 전달하고 싶은데 말이죠. 학교 다닐 때는 서술형 문제가 참 싫었는데 지금은 서술형 문제가 간절하네요.

정답이 없음.

저는 빈 시험지를 반으로 접었습니다. 아무래도 선생님이 문제를 잘못낸 것 같네요. 밖으로 나가 선거사무원에게 이의를 제기해야 할까요? 아니야. 찍기라도 해야지. 어쩌면 맞을지도 몰라. 저는 시험지를 다시 펴서 저의 답을 골라 보았습니다.

올해의 시험은 조금 더 쉬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정답이 무엇인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뭐가 오답인지는 알 것 같았거든요. 저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지를 받고 시험지를 펼쳤습니다. 1번, 2번, 4번, 5번... 보기를 한 번 더 살펴봅니다. 뭐가 정답이었더라?

오답을 보기에서 지운다 한들 정답을 찾는 것은 여전히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내가 생각한 오답이 사실 정답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도장을 들고 잠시 고민해 봅니다. 그래. 도장을 찍고 시험지를 접어 봉투에 넣고 잘 봉합니다. 아무도 나의 답을 볼 수 없게. 제가 고른 답은 내일 열릴 겁니다. 이번 저의 답은 정답일까요?

저는 이렇게 올해의 시험 문제를 풀었습니다. 정답이 없는 시험문제. 그래도 제 답이 정답이길 바래봅니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 몫의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러면 이제는 당신이 문제를 풀 차례네요.

이르면 내일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게 되겠죠. 한 번 봉투를 열어보세요. 그 속에 우리가 푼 시험 문제가 들어있습니다. 이제는 그걸 당신이 풀 차례에요.

당신이 풀 그 문제는 그래도 좀 쉬운 문제에요. 물론 실제로는 굉장히 어렵겠죠. 나는 못 풀 것 같아요. 그래도 그 문제는 정답이 있는 문제잖아요. 우리가 푼 문제는 정답이 없는 문제였거든요. 뭘 골라도 틀리는 문제, 우린 그런 문제를 풀고 있어요. 하지만 당신이 풀 문제는 정답이 있는 문제에요.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답도 이미 주어진 문제라는 거죠.

바로 우리가 그 정답을 알려줬거든요. 당신이 펼친 그 시험지에 우리가 정답을 다 적어줬거든요. 우리가 몇 달동안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치고박고 싸우며 고른 이 답을, 당신에게 공짜로 보여줍니다.

정답은 당신이 아닙니다.
당선되었다는 것은, 당신이 정답이란 뜻이 아닙니다. 그걸 몰랐던 그 친구는 낙제에요. 퇴학입니다.

정답은 우리가 고른 모든 답들입니다.


이재명김문수이준석권영국(황교안)송진호 렛츠고 화이팅입니다.

모두 최소 한 표씩은 받으셨죠? 우리가 이 소중한 한 표를, 어쩌면 뺏겨버릴 뻔했으나 겨우 지켜낸 이 한 표를 당신들에게 드립니다.

그러니 우리가 고른 답이, 정답 없는 시험문제의 답이, 모두 정답이 되게 만들어 주세요.

이제 당신이 문제를 풀 차례입니다.


- 사전투표를 마치고 든 소회를 소망을 담아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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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타이칸
25/06/02 20:3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음.. 정답은 없어도.. 오답은 확실히 있죠... 이번 문제의 오답이 사실 정답일리가 절대 없습니다(아니.. 내란이 정답이라니...)

솔직히 난 도저히 김문수, 이준석, 황교안한테는 파이팅을 외치지 못하겠네요.
슬래쉬
25/06/02 20:32
수정 아이콘
직전 시험보단 이번이 그래도 결정은 쉬웠던듯요
다람쥐룰루
25/06/02 20:36
수정 아이콘
국민이 곧 나라의 주인이라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공허하고 허황되게 들릴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농담같은 이야기일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쓸모없는 이야기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의 모든 국민이 곧 이 나라의 주인이기 위해 피 혹은 땀 그리고 노력을 쏟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박수를 보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알바척결
25/06/02 20:57
수정 아이콘
하루 남았네요, 심적으로 너무 견디기 힘든 지난 6개월이었습니다.
25/06/02 21:10
수정 아이콘
저는 내란 심판 이 네글자 걸려있으면 반은 정답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왜 지금 투표를 하게 됐는지 생각해보면 말이죠
25/06/02 21:35
수정 아이콘
다른 선거에서라면 또 모를까 이 정도로 해답지가 거의 공개된 선거에서조차 정답이 안보이면, 문제를 제대로 풀 생각이 없는거죠.
틀림과 다름
25/06/03 07:11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세상을보고올게
25/06/03 09:10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스테비아
25/06/02 21:44
수정 아이콘
누구든 당선된 사람은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항상 의식하고 협치하길 바랍니다. 선게라 추천이 없네..
25/06/02 22:21
수정 아이콘
이번 시험은 사실 물수능 급이라...
2001년 수능이 생각나는 급입니다.
25/06/02 22:35
수정 아이콘
모후보가 정답이라고 하시는 분들 많지만 모두 오답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 오답이냐 덜 오답이냐 차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오답만 있는 문제도 많으니까요.

3지선다 시험이라고 가정하고 제 기준에서 오답을 하나씩 제거해나가면 '왜 조기대선이지?' 음 하나 지우고... '아 얘는 좀' 또 하나 지우고... 마지막에 딱 남는 분있는데 이분도 최소 N개의 사법리스크가 억울한 탄압이라고 생각하시는 지지자분들 많지만 문제가 실제로 있을 것이고 결론이 못 난 이유는 정치적 방탄이었다 생각하는 저로서는 뽑을 수 없었습니다. 조국사건도 사실 그거 금방 유죄받고 끝날 단순한 문제를 정쟁으로 비화되는 바람에 국회의원 뱃지를 달 때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고 아주 오래걸린 것처럼요.

모든 후보의 득표율을 낮추면 다들 조금이라도 깨닫는 게 있길 바라면 무효표 행사했습니다. 물론 접전이었다면 괴롭지만 상대평가 투표 했을것 같긴 합니다.
25/06/02 22:44
수정 아이콘
이럴 때면 사우스 파크의 에피소드 하나가 생각나더군요.

https://neetsvault.tistory.com/entry/South-Park-S08E08-Douche-And-Turd
안군시대
25/06/02 23:45
수정 아이콘
황교안은 사퇴했어요 일단 답안이 아닙니다요~
세상을보고올게
25/06/03 09:11
수정 아이콘
답을 잘 모르겠으면 오답을 하나씩 제거하세요
이번 문제는 꽤 명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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