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안 좋아하지만 이거 하나는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안철수의 전략은 매우 뛰어났다는 걸요.

원래 이 선거는 문재인과 반기문의 양자대결이었습니다. 안철수는 기회가 없었어요. 문과 반 양자구도 속에서 10퍼센트 확보하는게 다였을 거예요. 그런데 최순실 사태가 터졌고 보수는 와해되어 버렸죠. 안철수에게 온 기회였어요.

안철수는 자신에게 온 기회를 확실히 잡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적으로 독자노선을 주장한 것, 그러면서도 문재인의 대항마라는 자신의 위치를 끓임없이 강조한 것은 매우 뛰어난 전략이었습니다. 독자노선으로 진보 보수당 다 싫어하는 자신의 코어지지층을 유지하면서도 문재인의 대항마라는 위치를 통해 보수표를 끌어들인다, 잘 먹혔어요. 여기에 언론이 바람을 넣어주니 뭔가 될듯해보이기도 했죠.

그런데 선거가 전쟁이라면 선거 구도를 잡는 능력은 전략이고 사람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후보의 말과 행동은 전술이겠죠. 말과 말이 부딪치는 티비 토론회는 회전이겠고요. 안철수는 전략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전술적으로는 실패했어요. 유치원에서 시작된 실언은 그만좀 괴롭혀요, 엠비 아바타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자기 손으로 모은 표를 자기 손으로 날려먹었어요.

뭐 실언을 하지 않았다면 안철수가 이겼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래도 불리했겠죠. 하지만 어째든 안철수의 강점과 약점 동시에 본 것 같습니다. 전략적인 머리는 있지만 감정적이고 그릇이 작습니다. 자기도 실컷 네거티브를 했으면서 내가 이렇게 네거티브를 당해서 억울하다고 외치는 모습을 보니 참...나라를 이끌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대통령이 아니라 참모 직 같은걸 했으면 나름 잘했을 사람 같은데. 괜히 헛된 대통령 꿈만 꿔서 욕을 보는군요.


여담으로 유승민은 안철수와 정반대인 것 같아요. 전략적으로는 실패했는데 전술적으로는 성공하는. 티비 토론에서 나와서 말은 뻔드르르 하게 했죠. 하지만 전략적으로 보앗을때 유승민이 택한 전략은 완전히 망하는 구도였어요. 개혁과 진보를 내세우지만 토론 나와서는 진보세력이 지긋지긋해 하는 빨갱이 타령이나 하는데 표줄 마음이 생기겠습니까.그렇다고 보수가 배신자인 유승민에게 표를 줄 것도 아니고, 이쪽도 잡지 못하고 저쪽도 잡지 못하는 거죠. 전형적인 소인배고 이빨만 잘까지 실속은 없는 인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