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게임넷 스타 홈페이지 게시판의 게시판지기님이 개인적인 입장에서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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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입장을 밝히며...(이근택 박경태 선수에 관해...)
이름 : 운영자 (jaykidd) 작성일자 : 2001-07-22 오전 5:55:02 조회수 : 496
이럴 때는 운영자라는 아이디가 참 부담스럽습니다만, 제가 아는 사실에 관해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이렇게 용기를 내어 글을 올립니다. 물론 지금부터 서술되는 내용은 온게임넷 자체의 입장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개인의 입장임을 미리 밝혀 둡니다.
저는 예선전 때부터 선수들을 직접 지켜보았구요, 그 때의 현장스케치도 저와 다른 직원이 직접 찍어왔지요. 이전 한빛소프트배 대회처럼 기존 강호가 대거 탈락하고 신진 선수들이 진출하는 상황을 직접 지켜보면서 기대를 많이 했었지요.
당시 처음 만났던 선수들과는 상당히 서먹서먹해서 스케치나 선수소개를 따기도 상당히 어려웠습니다.(ㅡ.ㅡ++) 저도 이미 나이를 먹은 기성세대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서지도 못하였고, 그들도 저를 단지 스탭으로만 대했었습니다.
처음 보았던 근택이에게서 받았던 인상은 동네에서 좀 노는 여자 아이(저는 스타리그 사상 첨으로 여성 프로게이머가 본선에 진출한 줄 알았습니다. ㅡ.ㅡ++)..태민이는 수줍음 많이 타는 어린 소년, 귀엽게 생긴 창훈이, 싸납게 느껴지는 준모, 털털한 정석이, 무서운 길섭이(ㅡ.ㅡ++), 후까시 임성춘, 길섭이보다 더 무서운 정현이, 순박한 진호, 더불어 순박한 운재,착한 신덕이, 말없이 썰렁해보이는 경태...인상도 참으로 다양했지요..
그들과 함께 하며(물론 여러분과 함께 하면서..^^) 스타리그는 진행되었습니다. 서먹하게만 느껴지던 그들에게도 친한척 하면서 다가 설 수 있었구요. 많은 선입견 또한 지워나갔습니다. 저 또한 한 명의 팬의 입장으로서 그들의 플레이에 여러분과 함께 감탄하였구요, 같이 마음 졸였습니다. 그들이 전에 어떠한 사람(!)이었던 간에 저한테는 모두 똑같이 소중한 친구들이었구요,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이었습니다.
첫 경기에서 허무하게 패한 뒤 허탈해하며 경기석을 떠나지 못하는 성춘이의 모습에 정말 가슴아팠지요. 진호와의 경기에 지고나서 안타까워하던 정민이의 모습이나, 첫경기에서 길섭이에게 패한 뒤 고개를 연신 갸우뚱거리던 진남이의 모습 모두가 사랑스러웠습니다.
아뭏든,
여러분이 관심을 가져주신 경태와 근택이의 경기가 있던 날, 저도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경기 시작 전에 대부분의 선수를 만났지요. 선수들의 자기소개 화면이나 현장스케치를 담으면서 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방송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그들의 숨겨진 인간적인 모습을 조금은 알기에 저도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 만큼이나 가슴이 떨렸습니다. 경기를 치르게 될 상대와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는 운재나 진남이를 보면서 참 좋은 때다라는 생각도 했었지요(^^).
하지만 그들보다는 탈락이 확정된 정민이나 태민이, 경태를 보면서 가슴 한구석에 느껴지는 안타까움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그들도 자신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었지만 결과가 않좋았기 때문에, 그들을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난감한 부분이었죠.
처음 태민이를 봤을 때 태민이에게 물었습니다.
"연습 많이 했어?"
"네...."
"이겨야지..."
"전패할 수는 없잖아요.."
표정이 어두운 태민이한테 힘내라는 말을 던져주고는 돌아섰습니다.
준모의 재경기가 걸린 문제이기는 했지만, 준모가 있는 자리에서 자신있게 꼭 이기라는 말을 했습니다. 둘다 저에게는 소중한 사람들이니까요..
경태와 근택이의 경우는 좀 특이합니다. 두 선수가 조 배정을 받고 나서 마지막 경기가 벌어질 맵에서 연습을 치열하게 했다구 하더군요..하지만 첫 경기를 치른 뒤 둘이서는 더 이상 연습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신의 전략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해서였겠지요..그 만큼 승부의 세계는 그들 사이에서도 냉정합니다.
근택이가 경태와의 연습경기에서는 많이 패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근택이가 전략을 세우고 생각 할 시간이 많았겠지요. 경태도 나름대로 많은 연습을 했겠지만, 근택이 또한 자기 전략의 단점을 많이 보완 할 수가 있었겠지요.
경태에게 경기 전에 물어봤습니다. 연습 많이 했느냐고...많이 못했다고 했습니다.
사실 경태 참 많이 노력하는 선수입니다. 메가 웹 스테이션에 도착해서도 구석 자리에 앉아 경기 전까지 혼자서 연습하는 선수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저주려고 연습안한거냐고 물어봤습니다. 평소 경태를 여리게만 보아 온 저로서는 바보같은 질문을 한거였지요.
경태는 져줄 생각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연습도 많이 안하고 어떻게 이길거냐고 물어봤지요...
그랬더니 경태는 근택이와의 연습경기에서 승리의 발판이었던 드랍쉽과 핵을 쓸거라고 했지요. 나름대로 구상도 세우고 적응훈련도 했다고 했습니다. 겸손한(때로는 너무 지나쳐서 자신감이 부족해 보이는^^) 경태였기에 많은 연습을 했겠거니 하고 생각했지요.
게다가 준모의 경기가 끝나자마자 어떤 게시판에는 태민이가 경기를 저줬다는 글이 올라왔다는 말을 누군가가 준모에게 해주더군요. 물론 열심히 최선을 다해 경기를 마친 선수에게는 더할 수 없는 커다란 상처를 주는 말이었지요. 경태도 그 예기를 같이 들었구요.
어찌되었든 경기는 당황한 경태의 완패로 끝이 났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상황을 뒤집어보려는 경태의 노력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저로서는 그의 경기가 허접했다고 그를 비난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수고했다고 진심으로 말을 건넸지만 경태의 모습은 애처롭기만 했습니다.
누구든지 그를 비난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보여지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며, 그 내부에는 여러분께서 미쳐 알지 못할 수도 있는 점이 있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 D조의 다른 선수들을 응원하시는 많은 분들께서는 그 날의 경기로 인해서 재경기가 치러지게 된 점에 못마땅해 하시는 부분도 있으시겠지만...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먼저 건네주세요..온게임넷 스타리그는 여러분들에 의해서 성장하는 대회이고, 선수들은 여러분의 바램을 몸소 그려내주는 대리인들 이잖아요..
이번일로 인해서 아직은 어려만 보이는 선수들이 상쳐입을까봐,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서툴고 어색한 글솜씨이지만, 여러분처럼 선수들을 아끼는 입장에서 이렇게 글을 남기구요...온게임넷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전혀 무관한 개인으로서의 입장임을 다시 한 번 밝혀 둡니다.
재경기에 오르신 선수들에게는 위로와 축하의 말을 동시에 건네고 싶고요, 조금 더 힘내시라는 말씀을 꼬옥 드리고 싶네요...
엉성한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온게임넷 스타리그 많이 사랑해주세요.
여러분들의 대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