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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1/11/11 18:34:25 |
Name |
PoeticWolf |
Subject |
프리더의 3단 변신에 맥이 빠졌었다 |
지금 생각해보면 1:다수의 다구리였고, 전혀 정의롭지 않은 싸움이었는데도 프리더의 편에서 한 번도 그 싸움을 판단하지 못한 저는 , 네, 비겁한 왕따쟁이였습니다. 그래서 벌을 받나 봅니다. 영어로 밥을 벌어 먹고 산 지 10년째인데도 아직 프리더의 3단계에 머물러 2단, 3단계 초사이언이 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중1때 처음 만난 프리더는 전용 탈 것 위 꼬꼬마였습니다. 국민학교 때부터 그 녀석 - 영어라는 외계어 – 이 대단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아직 그 속에 감춰져 있는 위용을 잘 몰랐고, 진리의 성문 영어 시리즈가 제 옆을 든든히 지켜주었기 때문에 상대하는 것이 차라리 즐거웠습니다. Apple이 사과라는 걸 외우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었고, 동사 사이에는 무조건 to를 쓴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두 권의 책으로 전용 의자에서 손가락만 까닥까닥하던 프리더를 땅으로 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프리더가 변신을 하더군요. 뿔이 자랐어요. ‘동사의 시제만 알면 영어는 반을 한거다.’라는 영어 선생님 말만 철석같이 믿었었는데 프리더의 몸 속에는 전치사라는 자잘한 뿔들이 숨어 있었어요.
제리 맥과이어의 아내가 You had me at hello라고 하며 용서를 하는데, 그때 그 at이 I’m at school의 at과 같다네요. 그건 그렇다고 쳤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영작을 해보려니 You had me at hello와 같이 매끄럽고 맛스러운 문장은 하나도 나오지 않고 죄다 I forgave you when you said hello만 되는 겁니다. 조금 더 공부하니 가뜩이나 진부하고 촌스런 문장에 already가 하나 더 붙었을 뿐이에요. 그래도 꾸역꾸역 공부했더니 when이 as가 되고, 조금 더 했더니 as you said가 at이 되긴 되었습니다.
프리더가 갑자기 뒤통수를 끔찍하게 늘렸습니다. 에일리언이 되었습니다. 이제 좀 감을 잡았나 했던 영어가 본격적으로 외계어의 영역에 들어섰습니다. 문제는 바로 관사. 프리더 의자에서 손가락으로 외계인 부리던 시절, 성문책으로 공방을 적절히 펼칠 수 있던 때에 거들떠 보지도 않던 녀석인데, 이게 생각보다 강력한 무기가 되어서 저에게 치명타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성이 있으면 the, 그 중 하나를 무작위로 말하는 것이면 a, 이게 다가 아니더라고요. I love working for this company, but the team I’m in sucks. I like to be in a group but not this one.이라고 하니 the의 대표성은 a로 넘어갑니다. 사전에 있는 U, C 라는 표기가 무색할 만큼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통상 a를 써야 맞는 곳에 the가 나오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많았습니다. 아, 우리나라말만 아름답고 영어는 기계어인줄 알았는데 영어에도 뉘앙스가 있구나… 뉘앙스라 사전에서 일일이 정의하지 못하는구나. 그랬구나. 이제야 알겠다…
그래도 꾸역꾸역 싸웠더니 기세가 한풀 꺾입니다. A와 the를 혼동하는 경우보다 차라리 an을 깜빡 잊고 a apple로 써서 틀리는 경우가 더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랬더니 프리더가 다시 포즈를 취합니다. 아, 이번엔 또 어떻게 변할까요. 그런데 프리더의 3단계 모습에는 별다른 포스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전 단계보다 곱상하고 작은 모습이었지요.
베지터도 웃고 저도 웃었습니다. 그러나 빛보다 빠른 속도로 베지터의 심장이 곧 뚫리고 저도 순식간에 두손 두발을 다 들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없어지는 관사들 때문이었습니다. 2단계에서 ‘어느 뉘앙스에 어느 관사를 써야해!’를 고민해왔더니 이제는 ‘어느 뉘앙스에서는 관사를 빼야해!’가 있더란 말입니다. 워크 2에서 휴먼과 오크의 밸런스를 잘 맞췄던 블리자드가, 스타가 되면서, 단지 한 종족이 더 추가되었을 뿐인데도 고전을 면치 못하듯, 저도 다 잡았다고 생각한 관사를 ‘생략 용법’ 때문에 다 놓쳐버리는 듯 했습니다.
A를 쓸까, the를 쓸까, 아, 맞다, 빠질 수도 있겠다.
A라, the 모르겠다.(어라 더모르겠다…)
사실 아직도 어느 순간에 the를 빼는지는 가물가물한 감이 오고는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a를 빼는 경우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영어는 하면 할수록 까마득한 외계어입니다. 저의 프리더는 아직 살아있고, 셀이 등장하기 한참 전 적에게 머물러 있는 전 아직 초사이언 2단계, 3단계는 꿈도 못 꾸고 있습니다. 꼭 필요한 변신이긴 한데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살수록 겉이 요란하고 무서워보이는 녀석들에 안도합니다. 하지만 더 살수록 절 변신시켜 줄 녀석들이 반갑습니다. 이 말도 안되는 ‘생략을 통한 뉘앙스’만 때려 눕히면 순간이동을 배울 수 있겠죠… 제발, 그래야 할텐데.
* OrBef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1-1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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