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스위스 정도는 당연히 이겨야 하는 상대이며 승리는 기정사실화 하는듯한
붕뜬 분위기가 흡사 WBC 일본과의 마지막 대결전야 같다.
대회 시작하기전만 해도 일본한테는 한수 접어주고 대만한테 승리하며 본선 진출하는게
시나리오였는데. 이승엽의 홈런에 힘입어 일본에게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두고
본선에서도 미국, 일본에게 연거푸 승리를 거두면서 한국 야구는 일본정도는 가볍게
눌러줄수 있다는 범국민적 착각은 수십만 인파의 야외 응원을 일으키게 했다.
객관적 전력을 봐서도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앞서 있으며 예닐곱번 싸워서 두번정도
이기는 경우의 수가 맨처음 두번 우연찮게 터진 상황이 전국민을 행복한 패닉으로
몰고 가버린것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앞서 두경기에서 한두점 차이로 허덕거리며 이겼던 한국은
6대떡으로 깨지는 대패를 한것이다. 확 달아오른 WBC 열기는 슬그머니 가라앉고
그대로 결승까지 진출한 일본이 우승을 거머쥔 소식은 애써 고통스런 무관심으로
흘려들었던 날이 오래전일도 아니다. 불과 석달전이다.

우리가 그 일본전 만큼이나 자신만만해하는 스위스가 어떤 나라인가?
우리 태극전사로서는 기적과도 같은. 90분 경기 내내 웅크리고 있다가 두번의
유효슈팅 끝에 걸려든 카운터 펀치로 가까스로 만든. 온갖 잡음이 들리긴 하지만
어쨋든 프랑스와의 영광스런 그 무승부를 지역예선 포함해서 세번이나 해낸 팀이다.
물론 프랑스와 대등 혹은 우세하게 경기를 펼친끝에 나온 데이터이다.
한명을 퇴장시켜(부당한 퇴장이란뜻은 절대 아니다) 골돌리기 묘기끝에
가까스로 토고에게 한점차 역전한 한국팀과 2:0 으로 그 토고를 누른팀과
객관적으로 비교를 해보자.
박지성, 이영표만큼 유명한 선수가 없는 팀쯤이야? 빅리그에 변변히 뛰는 선수 없이
홈 어드밴티지를 이용해서 하늘 같은 스타들이 즐비한 포루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격침시키고 4강에 올랐던 나라에서 나올 소리는 아닌듯하다.
유럽에서 최약체로 꼽힌다고? 이번 월드컵에서 도대체 어떤 아시아 국가가 유럽국가를
한게임이라도 이겼던가? 한심스런 경기력으로 그나마 몇장 없던 아시아 배당 티켓도
줄어든다는 소문이 흉흉한 판이다.

그 와중에 예상결과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의견을 내놓는 사람들은 매국노고
패배주의자로 몰아가는 이 분위기가 어찌 정상인가.

한국이 스위스에 진다는 얘기가 아니다. 어찌됐건 공은 둥글고, 한국팀은 그동안
아스트랄한 성과를 내 왔으니. 그러나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인 한국은 좀더 겸허하게
그 결과를 기대하고 응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스위스쯤은 당연히 이겨야 하는 상대로 알고 불같이 응원했다가 행여 좋지 않은
결과라도 나오면 그 화살이 다 어디로 갈것인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뭐든지 적당한게 좋다. 지금은 너무 들뜨고 지나치게 낙관적인
분위기에 흥청이는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