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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김민재 단독 인터뷰
김민재 선수에 대해 단독 인터뷰가 기사 3개로 나뉘어서 상세하게 올라왔더군요. 인상적인 몇개만 가져와봤습니다. 전문은 링크로.
- 그동안 지켜본 바로는 팀 바꿀 때마다 '여기서 주전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긴장감과 '될 것 같다'는 자신감이 늘 공존하는 것 같은데, 오늘은 두 기분의 비율이 몇 대 몇인가요?
밖으로는 표현을 안 하지만 에이전트들은 제가 많이 괴롭혀서 잘 알아요. 늘 그 생각을 해요. '이런 팀에서 뛸 수 있을까?' 지금은 긴장이 7, 자신감이 3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어제 기자회견에서도 '괴물' '3번' 등이 부각됐는데 그럴 때마다 오는 압박감이 있죠. 예전에는 단기적 목표와 장기적 목표를 따로 정하곤 했는데 이번엔 장기 목표는 없어요. 일단 경기장에 나가야 뭐라도 하는 거잖아요. 그것만이 목표죠. 못 나가면 제가 누군지 보여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어느 팀을 가든 항상 긴장하는 것 같아요.
- 바이에른은 오랫동안 꾸준히 구애한 팀은 아니죠. 유럽 이적시장을 세 번 겪어보니, 오랫동안 구애한 팀으로 간 적은 한 번도 없네요. 다 뒤늦게 나타난 팀이 채가는 식이었는데. 그래서 매번 더 얼떨떨하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갑자기 들어온 팀의 러브콜이 매번 제일 와 닿았어요. 페네르바체 빼면 나폴리와 바이에른 모두 기존 선수가 나가면서 러브콜이 왔어요. 그러니까 팀 입장에서도 좀 더 간절했겠죠. 나폴리는 칼리두 쿨리발리, 바이에른은 뤼카 에르난데스가 나가면서 빈자리를 메워야 했을 거예요. 그리고 감독과 미팅을 했을 때 좋았어요. 올해의 경우 토마스 투헬 감독님과 이야기할 때 가장 와 닿는 말을 했어요. 물론 이적했을 때 경쟁이 가장 힘든 팀은 뮌헨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긴 뮌헨이니까 갈 수 있을 때 가야죠. 그리고 구단이 보여준 태도가 너무 좋았고요.
- 투헬 감독이 어떤 면에서 감명을 줬는지 약간 이야기해준다면?
전술 이야기 같은 건 거의 안 했어요. 대신 제 장점이 뭔지 이야기하는데 굉장히 세밀했어요. 저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과 비슷했고요. 날 잘 아는 감독이라는 느낌이 강했죠.
- 한국 선수들은 잉글랜드를 대체로 선호하고, 김민재 선수도 잉글랜드행이 목표라고 말한 기억이 있는데요.
그건 일종의 목표였죠. 관심이 높고 경기가 빡센 곳이니까 목표로 세웠던 거지, 다른 빅 리그는 싫다는 게 아니었어요. 그리고 사실 잉글랜드 구단이 원해야 가죠. 물론 매년 원하긴 했지만(웃음) 결국 오퍼가 오지 않거나 딜이 성사되지 않거나 했죠. 올여름은 바이에른 이적이 너무 일사천리로 진행돼서 잉글랜드 팀들이 오퍼할 시간도 없었던 것 같아요.
- 나폴리 시절 특히 인상적이었던 동료를 칭찬한다면?
일단 다들 좋은 선수고, 전 모두 리스펙트 해요. 저도 리스펙트 받았고. 다 좋았던 선수 중에서도 한 명 꼽으라면 디로렌초 선수. 제가 두 번째인가 많이 뛰었는데(실제로는 필드플레이어 중 조반니 디로렌초, 스타니슬라프 로보트카에 이어 3위) 저보다 많이 뛴 선수가 디로렌초에요. 저는 힘들다는 말도 하고 어필도 했는데, 디로렌초는 매번 열심히 하고 늘 태도가 똑같아요. 저는 가끔 사람들 있는 곳에서 힘들다는 티를 내는데 디로렌초는 절대 안 내요. 따로 다가가서 물어봐야 힘들다고 하지. 아예 못 쉰 선수가 매 경기 성실하게 뛰고, 경기와 똑같은 강도로 훈련하는 걸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저도 훈련 열심히 하는 편인데도요. 불평불만 할 수 없다는 걸 배웠죠.
- 가장 아쉬웠던 시기는 언제인가요?
11월. 월드컵 직전. 그때 몸이 좀 '갔다'고 할까요. 체력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죠. 그정도로 높은 강도로 매 경기 뛴 적이 없다보니까 빨리 퍼졌어요. 제 실수로 골을 먹기도 했던 시기죠.
- 어느 팀을 가든 장기적 목표를 정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세리에A에서는 최우수 수비상이었던 건가요?
시즌 도중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베스트일레븐에 드는 거였는데, 전반기를 치르다보니까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우승으로 바꿨고. 하다보니까 모든 걸 이룰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수비상을 추가한 거죠.
- 동기부여를 위해서 시즌 도중 더 높은 목표를 계속 추가했다는 거군요?
선수는 축구장 안의 동기부여 요소가 있어야 돼요. 심지어 경기하다가 사소한 실수 하나 하면 자신에게 '야, 이래서 수비상 받겠냐? 정신 차려라'라는 말을 속으로 했어요. 그냥 '집중하자'보다 모티베이션이 잘 되거든요.
- 이렇게 우승이 당연한 팀의 분위기는 특별한가요?
그런 건 없어요. 다만 우승이 익숙한 팀은 동기부여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시기 쉬운데, 저는 '못하면 큰일 난다'가 '꼭 해야지'보다 더 큰 동기부여인 것 같아요. 성공보다 실패가 더 무서운 사람이라서. 당연히 성공하는 팀에서 해내지 못하는 게 더 문제죠.
- 토마스 투헬 감독은 구자철, 박주호 선수가 겪어봤습니다. 박주호 선수는 유독 친분이 두텁잖아요. 조언은 없었나요?
이적 과정에서 어느 팀으로 가면 좋을지 물어봤어요. 근데 형들이 다 제 생각과 똑같이 '감독이 원하는 팀으로 가라'고 말했어요. 물론 감독들이 접촉해 와서 비디오 미팅을 하고 그런 일이 있죠. 그 중에는 말 그대로 접촉만 하고 이적 이야기는 안할 때도 많기 때문에, 말의 내용이 아니라 날 원한다는 느낌만 전달받곤 해요. 비디오를 녹화해서 지인에게 공유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최종 선택은 온전히 스스로 해야죠.
- 말씀대로 감독들이 접촉해 온 건 아무도 모르게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면 주제 무리뉴 현 AS로마 감독 같은 경우에는 김민재와 영상통화를 여러 번 했는데 토트넘홋스퍼가 안 사줬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재밌죠. 그렇게 공개적으로 말해주는 게 선수로서는 좋은 일이죠. 물론 저보다는 토트넘 구단에 대해 말하고 싶으셨던 것 같지만, 어떤 맥락이든 언급해주는 건 고마운 일이죠.
- 분데스리가에서 만날 공격수들에 대해서 조사해본 적은 있나요?
저는 시즌 전에는 물론 경기 준비할 때도 공격수 분석은 안 하는 편이에요. 오히려 선수 특성에 집착하면 집중력이 깨지거든요. 훈련에서도 오시멘에게 너무 집착하면 집중이 힘들더라고요. 또한 공격수들에게는 하이라이트에 드러나지 않는 특징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헷갈릴 수도 있고요. 예를 들어서 나폴리 시절에는 경기 직전에 라흐마니(동료 센터백)에게 '쟤 어때?'라고 물어보기만 하고, 그 뒤는 자신에게 맡겨요. 상대 스트라이커와 오른쪽 윙어의 특성 정도만 간단하게 알고 들어가요. 최소한의 특성은 알아야 하죠. 예를 들어 그 선수가 아주 빠른데 제가 속도로 이기려고 들면 안 되니까, 이 정도만.
- 보통 나간 선수 자리를 그대로 받는 경우가 많은데요. 라커룸 자리를 비롯해서요.
뤼카 에르난데스가 쓰던 주차 자리는 제가 받았어요. 그런데 팀내 입지는 물려받을 수 없었던 게 에르난데스가 지난 시즌 부상이 많았어요. 주전은 더리흐트와 우파메카노였고요. 뤼카의 자리를 이어받는다고 하기가 뭣하죠. 작년 나폴리는 주전 센터백이 나가고 제가 들어간 거였잖아요. 이번엔 '찐경쟁'이죠.
- 에이전트가 김민재 선수에게 조언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우승을 꼭 해야 하는 바이에른에 왔으니, 앞으로는 결승전이 몰려있는 시즌 막판까지 몸 상태를 잘 조절해야 한다고요. 나폴리 시절처럼 중요한 시기에 퍼지지 않도록.
에이, 전 그 생각하기에 일러요. 경기를 일단 뛰어야죠. 기대감을 낮춰드리려고 하는 멘트가 아니고 진짜 첫 경기부터 뛸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죠.
- 그래서 올해는 장기적인 목표도 없는 거군요.
네. 일단 5경기 정도 뛸 수 있다면 그때 세우는 거죠.
- 독일은 수비수 개인상이 없지만 축구전문지 '키커'의 반기별 선수평가, 일명 랑리스테를 목표로 세우실 만한데요.
지금 저에게는 의식할 여유가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