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날 마킹으로 유명한 마이클 콕스가 제수스의 리그 두자리수 득점 기록을 계기로 디 애슬레틱에 썼던 아스날 칼럼을 정리/요약한 글입니다.
올시즌 리그 타이틀 경쟁을 벌였던 아르테타의 아스날과 펩의 시티는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은 팀입니다. 하지만 두 팀의 선수들간 득점 분포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첼시전에서 제수스가 득점하면서 올시즌 아스날은 네번째 리그 두자리수 득점 선수(마르티넬리 15, 외데고르 14, 사카 13, 제수스 10)가 나온 반면 시티는 홀란드가 35골로 기록을 갈아치웠지만 두자리수 득점은 역시 이번에 필 포든이 골을 넣으면서 합류한게 다입니다. 이는 한명의 공격수에 대한 득점 편중이 선수가 팀의 공격력을 끌어올린 것인가, 팀이 선수를 받쳐줘서 나온 결과인가라는 전술적이면서 철학적인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제수스의 득점으로 아스날이 기록한 4명의 리그 두자리수 득점 기록은 PL에서 8번째 나온 기록입니다. 재밌게도 이 8번의 기록은 아스날, 첼시, 유나이티드, 시티가 각각 2번씩 기록했습니다. 다른 특기할만한 점은 프리미어리그 첫 17시즌 동안은 단 한번 나왔던 기록이었지만 이후 14 시즌 동안에는 7번이나 나왔다는 겁니다. 90년대나 00년대의 축구보다 10년대 20년대 축구가 더 유기적이고 창의적인 공격루트를 많이 찾고있다는 점의 방증이기도 할 겁니다. 8번의 기록을 살펴보면 각각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최초의 기록은 95/96 시즌 유나이티드입니다. 이 시즌 챔피언이 됐던 맨유는 에릭 칸토나, 앤디 콜,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가 두자리수 득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폴 스콜스의 10골은 대부분 에릭 칸토나가 셀허스트 파크에서 관중 폭행으로 출장정지를 받고있던 기간에 에릭 칸토나 자리에서 뛰면서 만들었다는 데에서 전방에 의존하는 경향이 더 강했던 과거의 프리미어리그 트렌드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첼시의 두번 기록은 안첼로티 때 나왔습니다. 09/10 시즌에 램파드와 드록바는 각각 20골을 넘기면서 (램파드의 골중 10골은 PK긴 하지만) 챔피언이 되었지만 10/11 시즌에는 팀내 최다득점자가 13골의 말루다가 되면서 겨울이적시장에 첼시는 페르난도 토레스를 영입하고 맙니다.
아스날은 지난 기록은 12/13 시즌이었습니다. 득점 분포가 골고루 나뉘는게 나은지, 편중되는게 나은지에 대한 논쟁의 한 예시로도 볼 수 있는 시즌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전 시즌인 11/12 시즌에는 리그 30골로 최다득점자였던 선수가 있었고 그 다음이 8골이었던 월콧이었기 때문입니다. 최다득점자였던 선수가 팀을 떠나면서 12/13 시즌 아스날의 최다득점은 14골의 월콧이 됐고, 그 뒤를 신입인 카솔라, 포돌스키 지루가 받칩니다. 이 선수들은 각각 12, 11, 11골씩을 기록했습니다. 30골을 넣은 선수가 팀을 떠났지만 팀 전체적으로는 득점이 단 2골 줄었고 승점은 오히려 3점이 늘었던 케이스입니다.
과르디올라의 시티가 또 두번을 기록해서 이름을 올렸습니다. 17/18 시즌 리그를 들어올릴때 아게로 21, 스털링 18, 제수스 13에 사네까지 10골을 넣었습니다. 앞선 12/13 시즌의 아스날은 네명의 선수들이 동시에 4-2-3-1에서 전방 네명이었지만, 시티는 이 네명이 같이 뛰는 일이 없었습니다. 제수스만 하더라도 시즌 초반에는 3-5-2에서 아게로의 파트너였다가 아게로의 백업, 측면에 서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었습니다.
그리고 전무후무한 5명의 리그 두자리수 득점을 기록한 19/20 시즌의 펩시티가 있습니다. 스털링 20, 아게로 16, 제수스 14, 데브라이너 13, 마레즈가 11골을 넣었습니다. 이 유일했던 기록에 올해 아스날이 도전하려면 제수스 다음 득점자인 쟈카가 5골을 더 넣거나 은케티아가 6골을 더 넣어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겁니다.
칸토나 시절 이후 맨유의 두번째 기록은 18/19 시즌이었습니다. 포그바가 13, 루카쿠 12, 마샬, 래시포드가 각각 10골을 기록했습니다. 재밌는건 그 다음 시즌 루카쿠가 떠나면서 마샬과 래시포드는 둘다 17골로 득점 기록이 늘어난다는 건데 주전 공격수가 떠나고 다른 공격진 선수들이 한단계 스텝업한 케이스로 보입니다.
이제 다시 22/23 시즌의 아스날로 돌아오겠습니다. 외데고르는 첼시전 득점에서 보여줬듯이 왼쪽 측면에서 오는 패스를 왼발로 처리하는 능력이 좋아지면서 득점력이 비약했습니다. 사카와 마르티넬리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들어가거나 측면으로 벌리거나 하면서 모두 위협적인 슈팅이 가능한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더 주목받아야할 선수는 제수스일지도 모릅니다. 제수스의 이타심이나 연계 플레이, 다른 선수들을 위해 공간을 열어주는 능력까지 본인의 득점 만큼이나 팀에 공헌하고 있는 선수입니다. 30년 역사상 단 8번밖에 없던 기록에 제수스는 팀을 옮겨가면서 3번이나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도 느낄 수 있는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