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전술이 최대한 간격을 넓게 벌린 상태에서 볼 돌리며 상대 체력을 빼는 것을 목표로 했던 거 같은데, 요르단이 황인범-박용우 사이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숫적 우위를 점하니, 손흥민도 볼을 받으러 많이 내려왔고, 설영우의 턴오버, 이기제는 겨우 흐름 쫓아가는 수준이다 보니 전반을 확실히 조졌습니다. 우승을 목표로 하다보니 쓸데없이 너무 힘빼려 하지 않기 위함인 건 알겠는데, 그러다가 일본이 바로 어제 개박살이 났었죠.
요르단은 전반에 계왕권 쓰면서 최대한 많이 뛰다보니 세컨볼을 계속 따내면서 전반 내내 주도하는 흐름을 가져갔는데, 황인범-박용우 투미들 조합이 심하게 압박을 받다보니 이재성이 올라가는 것을 자제하고 중앙에서 수비가담을 해줬고, 이강인은 공격을 위해 상대적으로 수비가담을 자제했는데 이로인해 전방으로 볼 전달이 쉽지 않았고, 중앙에선 매번 숫자싸움에서 지다보니 조규성을 향한 롱볼만 날아갔고, 그나마 겨우 생겼던 찬스에서 조규성은 똥볼을 차면서 경기가 매우 어려워졌죠.
전반은 못한 선수들도 개별적으로 있었지만, 코칭스태프의 명백한 전술 실패 였습니다.
조규성을 확실히 활용하려고 했다면 리드상황에서 이재성-이강인의 진출을 자제시키고, 손흥민을 통한 역습을 노렸어야 했는데, 추가골에 대한 욕심때문에 중앙미들 두명에게 너무 많은 수비적 짐을 지우게 했다는 겁니다. 특히 이기제가 알타마리를 제어하는 게 힘들어 보이자 이재성이 자진해서 수비가담을 많이 했던 거 같은데, 그 와중에 공수간격은 더더욱 벌어지게 되면서 세컨볼을 전부 뺐겼죠.
실점 상황만 본다면 두 점 모두 요르단에 상당한 운이 따라준 게 맞지만, 애초에 그 시점까지 경기는 요르단이 지배했던 게 맞죠.
후반에 그나마 잘했던 건 계왕권 10배를 썼던 요르단이 지치고, 라인을 내릴께 뻔했기 때문에 기동력이 떨어지는 박용우를 재빨리 빼준겁니다. 실제로 홍현석이 빠릿빠릿 뛰어다니면서 전반에 비해서 공간을 많이 메꿔주니 중앙 세컨볼 싸움에서 주도할 수 있었고, 김태환이 들어와서 직선적인 오버래핑을 해주니 이강인이 살아났지요.
지금 이기제를 쓰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단 김태환이 34세의 노장이라 저 폼을 90분 내내 유지할 수 없다는 게 클 겁니다. 거기에 김진수가 부상 회복이 안 된 것이 크죠. 그렇다고 발이 느리고, 수비력이 좋지 않은 이기제를 킥하나 보고 수비에 쓰는 것은 더 무리수가 있기 때문에 선발로 쓰는 건데, 클린스만이 남은 경기들에서 성과를 내고 싶다면 이기제를 과감히 내리는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당장 이기제의 고점은 21-22 시즌이었고, 23 시즌 이전 두 시즌을 굴려진터라 폼저하가 극심해서 상대팀들은 이기제 방향으로 닥돌했던 상황인지라 초보감독 염기훈에게 조차 선택 받지 못한게 이기제 였습니다. 즉, 클린스만이 K리그를 안 본다는 이야기죠. 차라리 홍철을 뽑는게 더 나은 선택지였는데 글쎄요...
조규성이 꽤 많은 찬스를 날려먹고 있는데, 좀 더 침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경기내내 상대 수비들과 몸싸움을 해주면서 골까지 넣어준다면 지금 뛰는 곳이 미트윌란은 아니었겠죠. 다만 지금 클린스만 자체가 조규성을 정말 못써먹고 있습니다. 황희찬이 돌아오면 나아질 부분이긴 한데, 문선민 처럼 쓰지도 않고 뽑았을 거면 차라리 나상호를 그자리에 뽑는게 나았을 텐데 이재성은 공수 전반에서 소금 같이 뛰지만, 직선적인 공격에서는 뛰어난 유형이 아닌지라 상대 수비를 끌어내는데 한계가 있죠. 대부분 조규성이 골찬스에서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볼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벤투호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습니다. 즉, 공격에서 짜여진 전술에 맞춰 뛸때 선수가, 다소 프리하게 돌아가는 유형의 선수들과 뛰다 보니 공간활용을 잘 못하는 약점이 드러난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