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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2/14 19:45:24
Name INTJ
출처 fmkorea
Subject [기타] 게이머들의 세이브 스컴 증상
image.png 게이머들의 세이브 스컴 증상

내 아내는 게임에서 선택지가 나올 때마다 완전히 얼어버려요.

우리 처음으로 같이 한 어드벤처 게임이 저니였는데, 그 이후로는 모든 어드벤처 게임에서 최고의 결과를 얻으려고 애쓰면서 허둥대기 시작했어요. 폴아웃 3뉴 베가스아우터 와일즈위쳐파이널 판타지 XV 등등…


심지어 할로우 나이트조차도 그녀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어요. 선택을 내려야 하는 게임을 아예 못 해요. 

발더스 게이트 3? 아직도 1막을 못 벗어났어요. 모든 동료를 살리는 방법을 모르겠다고요.

이 사람이 게임을 안 해본 것도 아니에요. 저보다 경력이 훨씬 많아요. 

그런데 이제는 같이 게임을 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뭔가를 망칠 수도 있거든요…


(수정) 몇몇 사람들이 이 글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데, 우리 여전히 같이 게임해요. 그냥 과장해서 쓴 거예요. 아니, 포털 러너도 깰 수 있는 사람이라고요. 단순히 게임 속 선택에 대한 얘기를 재미있게 해보려던 거예요.


요즘 게임에서 선택을 내리는 게 진짜 고역이에요! 특정 콘텐츠에 잠기거나(혹은 배제되거나), 아니면 같은 걸 다시 플레이해야 하죠. 거기에 나이 들면서 시간이 부족해지는 문제까지 겹치면…

네, 아내가 허둥대긴 하지만, 무슨 상담이 필요하다거나 이상한 사람이라는 소리는 너무 나간 거 아닌가요? 


게임에서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


세이브 스컴(Save Scum)은 게임에서 중요한 선택을 하기 전에 세이브를 해두고,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로드해서 반복하는 행위


최적의 결과를 원해서 – 나쁜 선택을 하고 후회하는 게 싫어서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반복
놓치는 걸 못 참아서 – 특정 아이템, 스토리, 대사 등을 놓치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성향
게임 시간을 절약하려고 – 실수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거나 불리한 상황을 감수해야 하니까

패배를 인정하기 싫어서 – 전투나 선택에서 실패하는 걸 용납 못 하고 무조건 이기려고


한국어 표현으로는 세이브로드=세로신공


image.png 게이머들의 세이브 스컴 증상


아내분은 게임에서 "최적의 결과" 를 원하다 보니, 

세이브 스컴(save scumming)이나 공략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필요할 것 같네요.

근데 사실 게임은 실수하면서 배워가는 것도 재미의 일부잖아요. 그 과정도 여행의 일부라고 볼 수 있고요.

-

저도 이 말에 완전 공감해요. 평생 게임 최적화에 집착하는 만성 세이브 스컴러입니다. 

게임에서 뭔가 놓치는 걸 못 참는 타입이죠.

예를 들면, 페르소나 5를 90시간이나 했는데, 모든 커뮤(Confidant)를 최대로 못 올릴 거라는 걸 깨닫고 그대로 때려쳤어요. 처음부터 다시 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

위쳐 3에서도, 궨트 카드 한 장을 놓쳤어요. 

선택 안 했던 사이드 퀘스트가 또 다른 퀘스트로 이어지면서 얻을 수 있는 카드였거든요.

근데 문제는… 이미 30시간 넘게 모든 카드 수집하느라 달려왔다는 거죠. 그때 깨달았어요. ????

-

궨트를 안 한 이유는, 공략을 확인했을 때 일부 카드가 스토리 진행에 따라 놓칠 수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냥 궨트 자체를 가능한 한 피했어요.

만약 궨트를 했다가 카드 몇 장을 놓쳤다는 걸 알게 되면, 후회하면서 게임 자체를 접어버릴 것 같았거든요.

반대로, 카드가 놓칠 수 없는 요소였다면 궨트를 즐기면서 여기저기서 다 했을 거예요.


image.png 게이머들의 세이브 스컴 증상


싱글 플레이에서는 세이브 스컴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냥 본능적으로 하게 돼요.
근데 코옵(co-op)에서는 오히려 혼돈을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혼자였다면 절대 안 갔을 길로 가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스토리를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발더스 게이트 3는 친구 두 명이랑 거의 100시간 했는데, 그냥 "브로들끼리 아무거나 막 하기" 모드였어요.
결과? 1막에서 대부분의 NPC 동료가 사망...

-

"브로들끼리 막 하기" – 이 말이 진짜 내 BG3 코옵 플레이를 완벽하게 설명해줌. 


우리도 아스타리온을 죽이려고 시도했어요. 사냥꾼한테 팔아넘기고 다 했죠.
근데 1막에서 다른 거 하느라 바빠서 정작 중요한 장소에서 장기 휴식을 안 했던 거예요.
결과적으로 사냥꾼이 캠프에 나타나지도 않았고, 아스타리온은 멀쩡히 살아남았어요.


그리고 3막에서 다시 만났는데, 
사냥꾼이 우리한테 "너희 덕분에 올바른 길을 찾았다" 같은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근데 우리? 진짜 아무것도 안 했음. 완전 빵터졌죠.


image.png 게이머들의 세이브 스컴 증상

아내분이 완벽주의자인가요?

-

-

많은 사람들이 아내분을 바꾸라고 조언하는 것 같은데, 

사실 중요한 건 아내분에게 더 잘 맞는 게임을 찾아주는 게 아닐까요?

게임은 즐기려고 하는 거지, 스트레스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요. 

만약 선택지가 많은 게임에서 재미를 못 느낀다면, 다른 종류의 게임을 하면 되죠.

굳이 미니맥스(min-max)할 필요 없는 좋은 게임도 많아요.
함께 할 게임을 찾고 있다면 It Takes Two를 추천해요. 정말 훌륭한 협동 어드벤처 게임이에요!


미니맥스(min-max) 는 게임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캐릭터를 키우거나 플레이하는 전략


image.png 게이머들의 세이브 스컴 증상

세이브 스컴 해도 괜찮아요.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요.


image.png 게이머들의 세이브 스컴 증상

저도 똑같아요. 사실 그게 바로 제가 게임을 하는 이유예요.
게임에서는 최적의 결과를 달성하는 게 가능하잖아요.


여러 번 플레이하면서 완벽한 루트를 찾거나
세이브 시스템을 활용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거나
전략 공략을 찾아보고 미리 대비하거나

이런 방식으로 완벽함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만족스러워요.
현실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완벽해질 수 없지만, 게임에서는 가능하니까요.

아내분도 이런 시각으로 접근하면, 선택의 부담이 줄어들고 오히려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image.png 게이머들의 세이브 스컴 증상

"이 선택은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아내분한테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추천해 주세요.

-

우리도 그 게임 엄청 즐겼어요. 왜냐면 되돌리기가 가능하니까!
세이브 스컴이 아니라 게임 자체가 그걸 허용하고, 심지어 보상까지 해주잖아요.

이게 소울본 같은 게임이랑 차이점이었어요.


image.png 게이머들의 세이브 스컴 증상

디스코엘리시움을 플레이 하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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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묘유
25/02/14 19:56
수정 아이콘
디스코엘리시움 시키면 엔딩 못보실거같은데...
25/02/14 20:08
수정 아이콘
디스코 엘리시움 추천한 사람 악마다, 악마야
닉넴길이제한8자
25/02/14 19:57
수정 아이콘
전 다른 이유로 세이브 로드를 합니다...
모든 엔딩을 다 보려고...
25/02/14 19:59
수정 아이콘
스펠렁키를 추천합니다
데몬헌터
25/02/14 20:05
수정 아이콘
올해는 코스믹 깨야지(무리임)
25/02/14 20:05
수정 아이콘
저 지금 레데리2 하는데 살면서 처음으로 세이브 스컴 증상 제대로 보이는 중입니다 아오옭 나의 아서는 완벽해야 해
웜뱃어택
25/02/14 20:10
수정 아이콘
전 예전엔 안그랬는데 이젠 게임할 시간이 부족해서 한회차에 할수있는 경험 다하려고 울며겨자먹기로 세이브스커밍 합니다... 나도 느긋하게 다회차 하고싶다고ㅜㅜ
스덕선생
25/02/14 20:12
수정 아이콘
이게 A와 B 선택지가 있을때 A를 고르면 무기, B를 고르면 방어구 이런거면 되는데

요즘의 게임 트렌드는 응 A골랐어? 넌 이제 나쁜녀석이고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 다 날리지만 아무것도 안 줄거야 이런 경우가 정말 많아서 그냥 넘어가기엔 불쾌할때가 많죠.
Sousky Seagal
25/02/14 20:17
수정 아이콘
저는 반대로 공략을 너무 봐서 위쳐3 진도가 안나가더군요.
이민들레
25/02/14 20:30
수정 아이콘
풍화설월 중간에 단순한 선택지 하나때문에 한 10시간정도는 다시한 기억이..
25/02/14 20:33
수정 아이콘
제가 그렇습니다...크크
오평파
25/02/14 20:33
수정 아이콘
그 성격으로 게임을 '같이' 하니까 그렇지....

같이 하는 순간 게이머가 아니라 내가 멋진것을 보여줘야 할 영화감독이 되어버린거고

그러니 컨트롤러 잡은 순간 본인은 최고로 멋진 선택을 해야 할 디렉터가 되어버린거죠.


보통 혼자 하면 별 압박감 없이 세이브 후 취향대로 순차 선택하고, 그것조차 싫으면 술술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넘어갑니다.
소주파
25/02/14 20:34
수정 아이콘
비켜봐 시켜볼 게임이 있어! (디아2를 꺼내며)
25/02/14 20:48
수정 아이콘
다회차를 안할수도 있으니 일단 첫회차에 무조건 트루엔딩을 봐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죠.
미드웨이
25/02/14 20:59
수정 아이콘
저럴거면 공략보는게 낫지않나요? 저도 극소수의 예외게임아니면 1회차만하기때문에 엔딩다른 게임들은 미리 공략보고 하는데.
에어컨
25/02/14 21:15
수정 아이콘
전 그냥 맘대로 골라서 엔딩봅니다. 못본 엔딩은 유튜브 찾아보고 맙니다. 다회차할 시간은 없으니;
25/02/14 21:31
수정 아이콘
답은 JRPG다.
이쥴레이
25/02/14 21:31
수정 아이콘
아 찔리네요. 크크
25/02/14 21:33
수정 아이콘
제가 이렇게 파엠을 접었습니다 무슨 기사를 때려잡아야 흑마법사 전직인가를 할수있는데 도저히 각이안나와서
R.Oswalt
25/02/14 21:34
수정 아이콘
최적의 결과를 위한 것은 아니긴 한데, 스토리 분기 없는 게임에서도 선택지마다 다른 대사 출력되는 거 다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유튜브로 다른 선택지 영상 챙겨보는 편이라 어느 정도 공감이 되네요.
샤르미에티미
25/02/14 22:12
수정 아이콘
내가 한 선택에 책임을 지고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더 즐기는 방법 아닐까 싶지만 또 최적화 플레이에는 안 맞기 때문에
2024헌나8
25/02/14 23:21
수정 아이콘
아 이거 놓치면 안되는데 로드해서 다시할까 -> 그냥 못본 부분은 유튜브로 보면 되잖아 -> 그냥 처음부터 다 유튜브로 보면 편하네?
잘생김용현
25/02/14 23:24
수정 아이콘
흠... 제 방식을 추천드립니다.
본인이 최적화에 매몰되어있다 생각마시고, 진짜 최적화를 하시면 행복해집니다.
게임은 내 공책에 있는 시뮬레이션을 그래픽으로 실행하는 컴파일러일뿐

XCOM 순수 게임시간 1000시간, 최적화를 위한 빌드 정리 시간 200시간
팩토리오 순수 게임시간 2500시간, 최적화를 위한 빌드 정리 시간 1000시간
메이플스토리 주평균 게임시간 10시간, 최적화를 위한 주평균 계획 시간 3시간
25/02/14 23:29
수정 아이콘
리세마라를 게임의 중간부 포인트까지 하는걸로... 꽤 전통있는 증상입니다.
모링가
25/02/14 23:50
수정 아이콘
세로신은 정말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냥사람
25/02/15 02:02
수정 아이콘
저는 그래서 일단 생각없이 지르고 2회차에 다채우기로 갑니다.
설탕물
25/02/15 07:51
수정 아이콘
크크 우선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다만 중간에 min-maxing 하는것, min-maxer들은 그냥 미니맥스보단 직역할거라면 민맥스, 민-맥스가 나을 거 같아요. 의역할거라면 최적화가 적절할거 같고.

최적화 하는거랑 세로신공이랑 세이브스컴이랑은 좀 다른 부류라 생각하는데, 한국에서 말하는 세로신공은 보통 최적화의 하위부류에 속하고 저 세이브스컴은 완벽주의자 부류라서 좀 다르지 싶어요. 한국에서 최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잡퀘스트 건너뛰는 사람도 많죠.

저도 빡겜하는 게임은 분기들 해보고 싶은 마음에 세이브 남발했는데, 요즘엔 유튜브 보면 되서 편하기도 합니다. 굳이 세이브 돌려가며 다시 할만큼 괜찮은 게임은 드물죠.
드러나다
25/02/15 09:12
수정 아이콘
인간의 본능이라 어쩔 수 없슴다. 방법은 다회차 플레이 접근이 쉽도록 전체 분량을 좀 줄여주셔야..
솔직히 위쳐3 같은거 진엔딩보겠다고 처음부터 어떻게 합니까.. 한번 할 때 봐야죠. 우리는 현생도 살아간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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