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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2/05 12:55:25
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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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aoegame&no=6089915
Subject [텍스트] TRPG)끝없는 화살통.txt


끝없는 화살통


(스레 발제자)


끝없는 화살통은 궁수 캐릭터 용으로 꽤 흔한 편 아니야?


(답변)


나는 어떤 게임에서 끝없는 화살통의 흥미로운 변형을 접한 적이 있는데, 공식적인 명칭은 없지만 거기에 걸린 마법 때문에 폭풍의 화살통(Storm Quiver)이라고 불렸었어.


기본적으로, 이 화살통에는 얼마든지 화살을 집어넣을 수 있어 - 하지만 한 발만 나오지. 그 한 발을 쏘면, 이 화살은 이전에 화살통에 집어넣었던 모든 화살만큼 분열해서 날아가. 고로, 10발의 화살을 집어넣고, 한 발을 꺼내서 쏘면, 갑자기 공중에서 10발로 분열해서는 목표에게 맞는 거야. 그리고 이제 화살통은 텅 비는 거고.


이렇게 단숨에 모든 화살을 소모하게 되는 단발식이기 때문에, 그걸 다 쓰고 나면 쌍검술로 싸울 수 밖에 없게 되니까 레인저는 이 화살통을 보조용으로만 쓰게 되었어. 이걸 레인저에게 준 GM은 폭풍의 화살통에 대해 까먹은 거 같더라.


한 1년 쯤 후. 캠페인은 이제 북쪽에서 내려온 오크 호드가 대규모 공성전을 펼치는 것에 대비하고 살아남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 전사는 인근 지역민들을 훈련시켜서 민병대로 편성하고 있고, 주문사용자는 그들에게 가능한 최대의 버프를 준비하고, 로그와 레인저는 정찰과 함정을 깔아서 오크 호드가 몰려오는 시간을 가늠하고 있었지.


그리고 당연히, 선발대와 조우했고 그들의 루트를 파악한 후 로그는 그 앞 몇 마일 정도를 저들에게 최대한 불편한 길로 만들어주는 작업을 시작했어.


레인저는 호드를 관찰하기 좋도록 인근에서 가장 높은 언덕 꼭대기로 올라갔어. 그리고 그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활을 마지막으로 꺼내들었어.


지난 1년간 매 주말마다 게임 세션을 진행하면서 그는 아주 많은 화살을 입수했었어. 그들이 물리친 야적이 갖고 있던 것이나 살해당한 적에게서 노획한 것부터 시작해서, 정기적으로 상점에서 사들인 것까지 다양하게. 하지만 파티의 마법사용자가 장거리 공격력 면에서 훨씬 월등했기에, 사실상 그동안 근접전만 담당했었지.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그는 화살을 폭풍의 화살통에 집어넣었어. 그는 화살을 입수해서 화살통에 집어 넣을 때마다 GM에게 화살의 숫자, 화살의 타입과 언제 어떻게 입수해서 넣었는가 기록한 용지를 확인받았고 그래서 GM은 이것에 대해 뭐라고 태클 걸 수 없었어. 그가 정확히 화살을 몇 개나 넣어 뒀는지는 지금 기억나진 않지만, 어쨌든 엄청난 숫자였어.


폭풍의 화살통에는 일종의 범위공격 규칙이 사용되고 있었어. 화살을 충분히 많이 넣으면 공격 범위가 커지는 식이야. 이 규칙은 원래 소규모 접전에서 사용하기 위해, 화살을 충분히 많이 쏘면 부채꼴로 퍼지면서 범위가 넓어지는 식으로 표현했었어. 회피하기 위한 반사 내성의 난이도는 레인저 레벨에 기반하고 있었기에 (레인저에게 주려고 만든 자작템이라) 꽤 높은 편이었고.


그는 언덕 꼭대기에 홀로 서서, 무수한 오크 호드를 내려다보면서, 한 발의 화살을 꺼내서, 그 오크 군단의 정 중앙을 노리고, 쐈어. 오크 군단 전체를 향해 범위공격을 한 거야.


이제 GM은 레인저가 넘긴 기록 용지를 자세히 들여다 봤는데. 이때 그 표정이 꽤 흥미롭더라. 공포에 질린 건지 황홀경에 빠진 건지 구분이 안 가더군.


"주사위 굴려…"


근접전으로 전향하기 이전에, 레인저는 궁술 전문 캐릭터로 키우고 있었어. 이 말은, 그는 여전히 단순한 깡통 궁수 캐릭터보다는 훨씬 나은 몇 개의 궁술 특기를 갖고 있다는 의미이고, 거기에는 크리티컬 관련된 것도 있었어. 모든 파티가 숨을 죽인 가운데, 그가 굴렸어.


그리고 그는 크리티컬 확정 판정까지 굴렸어. 파티 전원이 탄성을 올렸지.


GM은 다음 공성전 세션에 사용할 대량의 종이 뭉치들을 앞에 두고 오랫동안 침묵하다가, 그걸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렸어. 그리고 묘사를 시작했지.


하나의 화살이 둘로 갈라지고, 그것이 넷으로, 여덟로, 그렇게 계속 불어나면서, 일순간 일식이라도 온 것처럼 계곡이 그림자에 뒤덮혔다. 지나치게 많은 화살이 떨어졌기에 오크 호드는 이것을 수천 명의 인간이 동시에 쐈다고 믿을 수 밖에 없었다. 화살에 꿰뚫려 죽은 숫자보다 달아나려다가 깔려 죽은 오크가 더 많았고, 여기서 흘러나온 피의 강은 하룻동안 지속되었다. 이 한 번의 공격으로 적을 전멸시킨 것은 아니었다 - 우리는 여전히 다음 세션에서 상당히 대규모 전투를 치러야 했다. 그러나 이 순간 레인저는 혼자서 오크 호드의 50퍼센트 가량은 죽여 버렸고, 약 20퍼센트 정도는 달아나게 만들었다. 물론 살아남은 놈들은 그만큼 터프한 개체일테니, 내일의 싸움은 여전히 힘겨울 것이다.


GM은 이 공격이 초래한 막대한 효과의 후폭풍으로 화살통에 걸려 있던 마법이 단숨에 소진됐다고 설정하고, 폭풍의 화살통을 다시는 허용하지 않았어.

ㅡㅡㅡ

그래도 GM이 유능하네요 잘 넘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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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05 12:58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GM의 대처가 훌륭하네요
22/02/05 12:59
수정 아이콘
원기옥보소 크크크
ioi(아이오아이)
22/02/05 13:00
수정 아이콘
GM 입장에서 잘 유도했네요.
쓰지도 않는 주제에 매주마다 화살을 있는 대로 다 모으고, 그걸 확인까지 받아서 귀찮았을 텐데
이벤트 한번으로 잘 해결했네요.
22/02/05 13:01
수정 아이콘
원링크 댓글처럼 연단위로 모여서 TRPG를 할 수 있다는거 자체가 부럽네요.
겨울삼각형
22/02/05 13:14
수정 아이콘
마운트 앤 블레이드2에서는 궁수들이 화살통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쪽 궁수들에 비해, 사막, 초원 팩션 궁수들은 화살통을 2개씩 가지고 있어서 장시간 전투에 유리하다는 평이 많지요.
하지만 가장 영역이 큰 제국팩션의 궁수는 딱 화살 20개짜리 화살통1개만 가지고 있어서 애매하다는 평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블 AI는 매우 뛰어난 편이라서 궁수들이 화살이 떨어지면 바닥에 있는 화살들을 알아서 주워서 사용하기 때문에..
사실 큰 영향은 없습니다.
22/02/05 13:24
수정 아이콘
D&D 고인물: 어? 3레벨 레인저 주문 애로 스톰이네. 풀라운드 액션으로 발동해서 범위 내에 있는 적 중에서 네 레벨까지의 적을 한번에 공격할 수 있어. 명중굴림하고, 자, 다음.

기본적으로 화살 한 번 쏴서 100발이건 1000발이건 날아가는 자체가 정상적 효과가 아니기 때문에 애초에 이런 걸 허용한 GM이 좀 이상하다는 게 대부분의 의견일 것입니다.
22/02/05 13:42
수정 아이콘
자작템이라고 써있으니까요.
원래 gm표 자작템은 룰의 허점이 있는 경우가 많고, 그걸 허용하는게 trpg의 재미죠.

그리고 일부러 원기옥모은거라서, 저기서 저 상황을 허용해주지 않으면 그건 그거대로 불만쌓일수밖이 없는일이라;;

그래서 원하는대로 사용하게 해주고, 과한 효과에 대한 패널티 적용해서 이후로는 사용못하게 한건 gm으로서 상당히 좋은 대처였다고 생각합니다.
22/02/05 14:11
수정 아이콘
네. 뭐 그렇긴 한데, 보통 이런 썰들 대부분이 실제로 플레이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걸 준다고?' '...이런 걸 허가한다고?' '...이런 짓을 하고 다른 사람들 얼굴을 본다고?' 싶은 것들이라….
22/02/05 14:24
수정 아이콘
trpg라는게.. (아니, trpg뿐 아니라 모든 경우 포함해서) 룰에 정통한 사람들만 모이는게 아니니까요.
언제나 그렇지만 인간의 스펙트럼은 넓고 언제나 상상을 초월합니다..;;
22/02/05 14:36
수정 아이콘
네. 하지만 보통은 망상인 경우가 더 많고 그런 게 재밌다고 퍼지는 경우가 더 흔하지 싶습니다….
22/02/05 13:33
수정 아이콘
그런데 만약 직접 볼수 있다면 옛날 말로 폭풍간지였을 것 같아요
삼화야젠지야
22/02/05 13:34
수정 아이콘
여러가지가 겹쳐서 나온 상황이죠. 첫째로 GM이 직접 만든 장비, 둘째로 여태까지의 플레이를 의미 있는 경험으로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는 GM으로서 섣불리 컷할 수 없음, 셋째로, 이런 상황은 GM도 겁나 좋아합니다. 이런 그림 나오면 오늘은 일찍 끝내고 술먹으러 가자 할 수 있죠.
스덕선생
22/02/05 13:38
수정 아이콘
보드게임이 이래서 인싸겜인거같아요
저같은 너드들이면 서로 그게 아니라고 우기다가 기분상해서 엎었을텐데 크크
차라리꽉눌러붙을
22/02/05 14:08
수정 아이콘
이게 맞다.........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22/02/05 14:37
수정 아이콘
아니~ 최대 20발이라고~
아니 니가 언제 그런말 했냐고~ 내가 그럼 계속 화살모을때 왜 말 안했냐고~
이선화
22/02/05 18:34
수정 아이콘
이거리얼

쌉아싸들끼리하면 그게 말이되냐며 서로 꼽주다가 폭파 크크
인생은서른부터
22/02/06 02:45
수정 아이콘
위에 몇분이 이미 꼽을.. 폭파!
올해는다르다
22/02/05 13:41
수정 아이콘
(수정됨) 글쓴이가 만든 이야기인지 gm이 진짜 저런 설정을 짰는지 모르겠지만 작위적인 느낌이네요.. 플레이어는 근접캐로 전향하고서도 매번 화살 충전하는데 gm은 자기가 직접 설정 만든 화살통을 까먹은거 같다? 그것도 오프인데?...
22/02/05 14:38
수정 아이콘
사실 이게 맞죠 크크 궁수하던애가 화살통먹고 근접하고있는데 까먹을수가..
음란파괴왕
22/02/05 13:56
수정 아이콘
화살 꾸역꾸역 모으는거 보고 화살통을 쓸 수 있도록 전장을 마련해 준거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쨌든 쓰는 사람이나 스토리 짠 사람이나 재미있었겠다 싶네요.
22/02/05 14:31
수정 아이콘
GM이 까먹은 척 했을 거라는데 500원정도 겁니다. 언제 한번 써먹으라고 기회를 준것 같은데요 크크크
좋은 GM이네요.
라방백
22/02/05 15:54
수정 아이콘
저정도 상황이면 GM도 같이 즐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있었겠네요. 사실 어느정도 경험이 있는 GM이면 캐릭터들의 성격을 파악해서 어느정도 이야기를 자기가 원하는대로 끌어가버리죠. 그래서 고전적인 TRPG는 GM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기억나는게 매력적인 여성을 보면 금새 사랑에 빠져서 사랑의 시를 읊는 컨셉의 전사가 있었는데 도적길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매력적인 여성 도적이 나옴. 해상전을 하고 싶다-> 매력적인 어부의 딸이 나옴. 이런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로 빠져드는데 왠지 제임스본드나 코브라같은 캐릭터도 비슷한 느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카마인
22/02/06 02:02
수정 아이콘
메드로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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