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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7/13 21:32:58
Name 피잘모모
출처 브런치
Subject [유머] 한 아동문학가의 빙수 리뷰.txt
… (중략) …

얼음 맛은 아이스크림보다도, 밀크셰이크보다도 써억써억 갈아주는 ‘빙수’에 있다. 찬 기운이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얼음덩이를 물 젖은 행주에 싸쥐는 것만 봐도 냉수에 두 발을 담그는 것처럼 시원하지만, 써억써억 소리를 내면서 눈발 같은 얼음이 흩어져 내리는 것을 보기만 해도 이마의 땀쯤은 금방 사라진다.

눈부시게 하얀 얼음 위에 유리처럼 맑고 붉은 딸깃물이 국물을 지울 것처럼 젖어있는 놈을 언제까지나 들여다보고만 있어도 시원할 것 같은데, 그 새빨간 것을 한술 떠서 혀 위에 살짝 올려놓아 보라. 달콤하고 찬 전기가 혀끝을 통해 금세 등덜미로 쪼르르르 달음질해 퍼져가는 것을 눈으로 보는 것처럼 분명히 알 것이다. 빙수에 바나나 물이나 오렌지 물을 처먹는 이도 있지만, 얼음 맛을 정말 고맙게 해주는 것은 역시 새빨간 딸깃물이다.

사랑하는 이의 보드라운 혀끝 맛 같은 맛을 얼음에 채운 맛! 옳다! 그 맛이다. 그냥 전신이 녹아 아스러지는 것처럼 상긋하고도 보드랍고 달콤한 맛이니, 어리광부리는 아기처럼 딸기라는 얼음물에 혀끝을 가만히 담그고 두 눈을 스르르 감는 사람이야말로 참말 빙수 맛을 향락할 줄 아는 사람이다.

… (중략) …

경성(京城) 안에서 조선 사람의 빙숫집치고 제일 잘 갈아주는 집은 내가 아는 범위에서는 종로 광충교 옆에 있는 환대상점이라는 조그만 빙수 점이다. 얼음을 곱게 갈고 딸깃물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도 분명히 이 집이 제일이다. 안국동 네거리 문신당 서점 위층에 있는 집도 딸깃물을 아끼지 않지만, 그 집은 얼음이 곱게 갈리지 않는다. 별궁 모퉁이의 백진당 위층도 좌석이 깨끗하긴 하나 얼음이 곱기로는 이 집을 따르지 못한다.

얼음은 갈아서 꼭꼭 뭉쳐도 안 된다. 얼음 발이 굵어서 싸라기를 혀에 대는 것 같아서는 더구나 못 쓴다. 겨울에 함빡 같이 쏟아지는 눈발을 혓바닥 위에 받는 것처럼 고와야 한다. 길거리에서 파는 솜사탕 같아야 한다.

뚝 ─ 떠서 혀 위에 놓으면 아무것도 놓이는 것 없이 서늘한 기운만, 달콤한 맛만 혀 속으로 스며들어서 전기 통하듯이 가슴으로 배로 등덜미로 팍 퍼져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원한 맛이 목덜미를 식히는 머리 뒤통수로 올라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옷을 적시던 땀이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 방정환, <빙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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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히 난 빙수가 너무 좋아

빙수 맛집 리뷰 써야겠당



1929년 8월 《별건곤》이라는 잡지에 실린 글입니다. 방정환 선생님은 빙수를 참 좋아하셨군요! 땡길 때는 하루에 열 그릇도 드셨다네요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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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대위
21/07/13 21:33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가 빙수 강국인 이유가 있군요!
이렇게나 빙수에 진심인 사람들이 있었으니
일모도원
21/07/13 21:35
수정 아이콘
우리 PGR21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킹정환 선생님께서는 빙수를 좋아 하셨군요.
VictoryFood
21/07/13 21:35
수정 아이콘
딸기 시럽 뿌리는 옛날식 빙수군요.
하심군
21/07/13 21:36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요사이 빙수 안먹은지 2년 넘어가는 것 같은데...요즘은 거의 불가능해지긴 했어도 옛날식의 그 바로크틱한 핸들식 빙수기로 갈은 빙수를 먹을 수 있는 날이 있을까 모르겠어요.
기승전정
21/07/13 21:57
수정 아이콘
롯데리아 빙수가 그나마 옛날 빙수 스타일인듯 합니다.
21/07/13 21:38
수정 아이콘
??? : 히히 어린이들 데려다가 빙수를 먹일테야
양파폭탄
21/07/13 21:38
수정 아이콘
방정환 선생이 설빙에 들어가면 기절하실듯
Lord Be Goja
21/07/13 21:39
수정 아이콘
특히 1931년부터 과로와 비만에 엄청난 골초였던 탓에 지병인 고혈압과 신장염이 악화되었고, 결정적으로 동아일보의 <신동아> 창간으로 인해 <개벽>의 판매 조직이 와해되면서 스트레스가 겹쳐 자리에 눕게 되었다. 결국 1931년 7월 23일 향년 31세에 고혈압과 신장염으로 별세했다.

빙수님, 선생님은 적당히 합시다..
고란고란
21/07/14 04:54
수정 아이콘
어릴때 위인전을 읽긴 했지만 기억에 남은 게 많이 없어서.... 31세에 별세시면 당시로도 단명이었겠네요.
허저비
21/07/13 21:49
수정 아이콘
와 침고인다...
Arabidopsis
21/07/13 21:53
수정 아이콘
방선생님 지금 계셨으면 교이쿠상이 함들었겠네요
거짓말쟁이
21/07/13 22:04
수정 아이콘
시대를 보나 딸기 시럽만 뿌려서 먹는 스타일을 보나 일본이랑 가까워서 좋아했을듯
TWICE쯔위
21/07/13 21:54
수정 아이콘
사진만 봐도 당시 기준으로 꽤 비만이셨을거 같은.....

관리 좀 잘하시지 ㅠㅠㅠ 너무 이른 나이에 가셔서...
단지우유
21/07/13 22:04
수정 아이콘
달콤하고 찬 전기가 혀끝을 통해 금세 등덜미로 쪼르르르 달음질해 퍼져가는 것

이정도 써야 어린이날 만들수 있구나..
21/07/13 22:13
수정 아이콘
방정환 선생님, 그곳에서는 맛있는 빙수 실컷 드시길 ㅠㅠ
Foxwhite
21/07/13 22:46
수정 아이콘
캬 선생님 맛잘알이셨네...
뜨와에므와
21/07/13 23:15
수정 아이콘
저때는 그냥 일본식 빙수였네
열혈둥이
21/07/13 23:43
수정 아이콘
뭐야 딸기시럽.. 일본사람인가 빙수는 팥이지 하면서 내렸는데.. 선생님도 지금 시대셨으면 분명히 팥파셨을겁니다
슬리미
21/07/14 08:24
수정 아이콘
31살이면 완전 애 아니냐
21/07/14 09:17
수정 아이콘
어린이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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