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Date 2021/07/11 16:49:51
Name insane
출처 FMKOREA
Subject [기타] 중학생이 쓴 시를 보고 놀랐던 소설가 박완서.jpg (수정됨)
엄마의 하루 - 이동준

습한 얼굴로

am 6:00 이면


시계같이 일어나 


쌀을 씻고


밥을 지어


호돌이 보온 도시락통에 정성껏 싸


장대한 아들과 남편을 보내놓고


조용히 허무하다.


 


따르릉 전화 소리에


제2의 아침이 시작되고


줄곧 바삐


책상머리에 앉아


고요의 시간은


읽고 쓰는데


또 읽고 쓰는데 바쳐


오른쪽 눈이 빠져라


세라믹펜이 무거워라


 


지친 듯 무서운 얼굴이


돌아온 아들의 짜증과 함께


다시 싱크대 앞에 선다.


 


밥을 짓다


설거지를 하다


방바닥을 닦다


두부 사오라 거절하는


아들의 말에


이게 뭐냐고 무심히 말하는


남편의 말에


주저앉아 흘리는 고통의 눈물에


언 동태가 되고


아들의 찬 손이 녹고


 


정작 하루가 지나면


정작 당신은


또 엄마를 잘못 만나서를 되뇌시며


슬퍼하는


 


슬며시 실리는


당신의 글을 부끄러워하며


따끈히 끓이는


된장찌개의 맛을 부끄러워하며


 


오늘 또


엄마를 잘못 만나서를


무심한 아들들에게


되뇌이는


 


'강철 여인'이 아닌


'사랑 여인'에게


다시 하루가 길다.




20201111507438.png

20201111507517.jpg





994F4E3D5FAD07FD05.jpg





이 시는 사실 어머니 생신날 용돈 다 써서 선물 살 돈이 없어
일단은 뭐라도 해야겠다고 해서 급하게 지은 시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VinnyDaddy
21/07/11 16:5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시 자체도 놀랐는데 저게 [어머님 생신 선물을 못 사서 급하게 써내려간] 거라는 얘기를 듣고 더 놀랐습니다.
21/07/11 16:55
수정 아이콘
박완서 선생님이 저희 아랫집에 사셨어요.
유난히 활동적이어서 많이 뛰어댕기던 저를 데리고 어머니는 가끔 내려가서 죄송하다고 인사를 시키셨는데 그때마다 항상 특유의 인자하시던 미소로 괜찮다고 어릴땐 다 뛰어다니는거라고 말씀해주시던 모습이 아주 어렴풋이 떠오르네요.
대문과드래곤
21/07/11 17:02
수정 아이콘
기가 맥히네요
개맹이
21/07/11 17:06
수정 아이콘
을컥해서 내려오다가..... 뭐야 내 감동 동려줘요
닉네임을바꾸다
21/07/11 17:11
수정 아이콘
스스로를 마감에 쫓기게 만들었..
21/07/11 17:17
수정 아이콘
원래 예술가는 절박함이 있어야 마스터피스가 나오죠...
21/07/11 21:46
수정 아이콘
이거 진짜 공감합니다
새벽이
21/07/11 17:54
수정 아이콘
뭐 이 형은 원래 좀 특별하니까요...패닉 시절 가사를 보면 20대 초중반이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죠...
Prilliance
21/07/11 18:07
수정 아이콘
역시 배수진을 쳐야... 크크크크
잉차잉차
21/07/11 18:22
수정 아이콘
가사 제일 잘 쓴다고 생각하는 가수입니다.
21/07/11 19:11
수정 아이콘
이건 진짜 1연이 사기...
무적LG오지환
21/07/11 19:14
수정 아이콘
데드라인만한 동기부여가 없죠 크크크크
21/07/11 20:07
수정 아이콘
호돌이
21/07/11 20:16
수정 아이콘
조용히 허무하다 에서 게임끝.
21/07/11 21:28
수정 아이콘
와… 진짜 대단한 재능이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427654 [기타] 악플러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없는 방법 [11] 닉넴길이제한8자8600 21/07/15 8600
427653 [기타] 스마트폰 배터리 0% 인증 [21] 판을흔들어라10525 21/07/15 10525
427652 [유머] 혈압 오른 문돌이 [10] KOS-MOS8747 21/07/15 8747
427651 [기타] 이번에 새롭게 출시되었다는 기아자동차 신차... [37] 우주전쟁12763 21/07/15 12763
427650 [스포츠] MLB 역대급으로 달려가는 트라윳이 노잼소리 듣는 이유.JPG [3] insane9096 21/07/15 9096
427649 [방송] 백종원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근황 [38] 어바웃타임15336 21/07/15 15336
427647 [기타] 가족같은 기업의 위험 [21] 톰슨가젤연탄구이14777 21/07/15 14777
427646 [스타1] 아니 여기서 왜 투신이 나와 [38] Normal one15334 21/07/15 15334
427645 [유머] 탐욕스런 인간에게 팔린 엘프녀 [10] 인간흑인대머리남캐13078 21/07/15 13078
427644 [기타] 미국인이 음모론을 잘믿는 이유 [9] 퍼블레인9317 21/07/15 9317
427643 [기타] 아들을 찾아서 [4] 퍼블레인7596 21/07/15 7596
427642 [기타] 10년 걸려 만들었다는 화제의 일본 200엔 도시락 [7] 판을흔들어라11972 21/07/15 11972
427641 [LOL] 떠오르는 한국최고의 탑솔 [8] Rated8127 21/07/15 8127
427640 [기타] 아프가니스탄 근황 [38] 퀀텀리프15120 21/07/15 15120
427639 [유머] 커뮤니티 대통합.JPG [8] TWICE쯔위14898 21/07/14 14898
427638 [유머] 지금 상황.manhwa [7] KOS-MOS11492 21/07/14 11492
427637 [기타] 개방감이 중요.jpg [14] This-Plus12517 21/07/14 12517
427636 [기타] 역사적인 밀리터리 사진열전 [7] TWICE쯔위13167 21/07/14 13167
427635 [유머] 붓싼 풀코스.ggobugi [23] 파랑파랑12151 21/07/14 12151
427634 [유머] 엄마 : 니가 없어서 치킨이 맛이 없다. [5] 파랑파랑11418 21/07/14 11418
427633 [기타] 프로게이머로 성공하기 위한 조건.jpg [26] 김치찌개13987 21/07/14 13987
427632 [기타] 대한민국이 가장 더웠던 때는? [56] 니시노 나나세12504 21/07/14 12504
427631 [기타] 빚만 7억, 집도 잃고 병원에서 사는 산부인과 의사.jpg [38] 김치찌개14696 21/07/14 1469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