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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5 12:12
아파트 에어콘 실외기 비둘기집 퇴치전문으로 돈버는분들도 계시더군요.
비둘기들이 둥지 워낙에 엉터리로 지어놔서..(까치나 제비집 생각하면 오산)집 짓다 말았나보다..하고 나중에 보면 새끼가 밥먹고 있고 배설물로 난리나있음
20/05/15 12:42
몇년 전 갑자기 아파트 베란다 밖에 비둘기들이 자주 출몰하더라구요. 집에 앵무새를 키우고 있는데, 둘기들이 난간에 앉아서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우리 앵무새랑 눈빛의 대화를 주고받기도 하고. 허허 이 친구들이 요즘들어 자주 오네 하다가 문득 평소에 잘 확인하지 않던 에어컨 실외기 공간을 확인했더니 비둘기 새끼가 몇 마리 자라고 있는 걸 발견했어요. 나뭇가지에 부스러기에 온갖 잡동사니를 모아다가 둥지 비슷하게 만들어놨는데, 똥도 여기저기 가득이고. 난리였죠.
여러 모로 불청객이었지만 새끼가 크고 있는데 어떡하겠어요. 새 키우는 입장에서 살아있는 새끼를 내칠 수도 없고 해서 가끔 염탐만 하면서 자리를 내줬죠. 무럭무럭 잘도 자라데요. 가끔씩 앵무새 사료도 내주고 물도 좀 주고 했던 것 같아요. 물론 시간이 갈수록 새똥과 털과 기타등등으로 좁은 공간이 점점 범벅이 되어가고 있었죠. 등치가 점점 듬직해지다가 어느날 이놈들이 뙇 사라진거죠. 됐다 됐어, 이제 갔나보다, 조만간 날잡고 청소좀 해야겠다 하고 있었죠. 그러다 하루는 둥지를 보니 둘기 한 마리가 천연덕스럽게 알을 품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아니 이것들아 안된다! 이것은 선을 넘어 부렀어. 나도 여기까지는 용납을 못해. 휘휘 쫓고는 그날 바로 해체/청소 작업을 했죠. 알 빼내고. 둥지인지 쓰레기장인지 모를 것들을 싹 다 뜯어서 빼내고, 똥 청소하고. 한참 걸렸죠. 작업하는 동안에 둘기들이 계속 근처에서 불안하게 날아다니면서 감시를 하데요. 어쩌겠니. 이게 너희와 나의 운명이다. 다시는 여기 오지 말고. 저주할려면 해라. 그리고 짠. 저주를 받았습니다. 청소 다 마치고 돌아서자마자 침대 다리에 발가락을 세게 꽝 해서 새끼발가락이 부러졌어요. 한달은 꽁꽁 싸매고 다니느라 운전도 못하고 고생했던 기억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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