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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8/09/01 12:32:00 |
Name |
터키쉬겟업 |
출처 |
야갤? |
Subject |
[스포츠] [아시안게임야구] 오뎅장수,택배기사의 추억 (수정됨) |
//오뎅장수//
나카무라씨는 오늘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포장마차를 끈다.
힘들고 고된 이 일...
하지만 집에서 자신만 바라보는 동생들과, 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묵묵히 포장마차를 끌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배운것도, 기술도 없는 나카무라씨가 고른 직업이 이 오뎅장수였다.
하루종일 일만 하는 그에게도 단 하나의 취미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야구였다.
"자네, 오뎅을 끼우는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은데. 우리팀에 들어오지 않겠어?"
농담반 진담반 건넨 손님의 한마디에 우연히 잡게 된 글러브.
일주일에 딱 한번, 사회인 야구를 하는 그 시간 만큼은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고
즐겁게 야구에 몰두할수 있었다.
원래 운동신경이 괜찮은 편이었던 나카무라는 팀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4번타자 로 활약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카무라는 평생 잊을수 없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도하 아시안 게임에 너를 대표팀에 포함시키고 싶다고 사회인 야구 협회에서 요청이 왔어."
꿈만 같던 순간.
나카무라는 사회인 야구의 톱타자로서, 한국을 격파하고 은메달을 걸고 귀국했다.
대만에 아쉽게 패배해 금메달은 놓쳤지만, 프로도 아닌 사회인 야구 출신인
자신이 이정도 이룬것은 대단하다며 만족했다.
하지만 귀국한 후에는 여전히 그저 평범한 오뎅장수.
한국을 몇수 아래로 보고있던 일본 야구계에서 한국을 격파한건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았다.
그런 상황속에서
나카무라는 여전히 오뎅을 팔며 가족을 부양하는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결승 후...
"한국 강하던데."
"진짜. 설마 금메달까지 딸 줄이야..."
오뎅을 먹으러 온 단골 손님들이었다.
나카무라는 오뎅 국물을 채우며 그들에게 물었다.
"한국이 금메달을 땄나요?"
"그래. 쿠바에게 3-2로 이겼어. 이야, 정말이지 한국은 강해졌군."
"류현진이었나? 한국의 좌완 선발이 굉장했지."
류현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사바시아 같은게 공도 잘던지던데."
사비시아 같은 좌완투수...
그 키워드에 나카무라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류현진이라면 제가 예전 도하에서, 홈런을 때린적이 있는 투수예요."
나카무라는 자랑스럽게 말을 꺼냈다.
"정말?"
"네. 제가 예전 도하에 사회인 야구 대표로 갔다는 얘기 했었죠?"
"응"
"거기서 만난 투수가 류현진이었어요. 첫타석에 홈런을 때려냈죠."
그러자 손님들은 배를 잡고 웃기시작했다.
"푸하하하, 농담도 잘하는군 주인장.
세계 최강 한국의 에이스가 오뎅장수에게 홈런을 맞을리가 없잖아."
"그래. 분명 동명이인이거나, 주인장의 기억이 잘못된거겠지."
그들은 있을수 없는 일이라며 웃으며 오뎅을 씹었다.
"그런걸까요?"
손님들의 반론에 기억에 자신이 없어진 나카무라가 물었다.
"그래. 생각을 해봐. 이번 올림픽에서 최강 쿠바를 틀어막은 에이스 류현진이
이런 조그만 포장마차의 오뎅장수에게 홈런을 먹었다...자네 농담치곤 꽤 걸작이었어."
"이야, 실컷 웃었다. 아, 주인장 오뎅 국물 좀 더줘."
그래...나같은 일개 오뎅장수에게 홈런을 맞는 투수가 그 에이스 류현진일리가 없지.
아마 손님들 말대로 동명이인이거나, 내 기억이 잘못된 거 일거야.
"주인장?"
"아, 예예. 오뎅 국물이지요. 떠 드리겠습니다."
나카무라는 씁슬한 미소를 지으며 그릇에 탁한 오뎅국물을 담았다.
가게 한쪽 구석에 걸린 빛바랜 아시안게임 은메달만이 그들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택배기사//
오늘도 다나카는 휘파람을 불며 자신의 직장 택배 영업소로 향한다.
허풍쟁이에 까불거리는 성격때문에 회사에서는
"양치기 소년 다나카" , "허풍쟁이 다나카" 등의 별명으로 불리고 있던 다나카.
그런 다나카도 사회인 야구에선 믿음직한 5번 타자로 변신한다.
이 야구 실력으로 외국땅을 밟아본 적도 있다.
도하 아시안 게임 야구 대표.
다나카가 틈만 있으면 무용담처럼 떠벌리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아시안 게임 이야기를 떠벌리는 다나카의 이야기에 신물이 난 동료들은,
이젠 시큰둥한 표정으로 무시할 뿐이었다.
그런 다나카가 지금 응시하는 것은 쿠바와 한국의 결승전을 중계해주는 TV방송.
배달도 안가고 TV앞에 자리를 잡고 있는 다나카를 못마땅한 눈길로 바라보던 상사가 핀잔을 준다.
"야, 배달 안나가냐?"
"이것만 보구요."
다나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TV를 응시했다.
상사의 찌르는 듯한 눈빛에 등이 따끔거렸지만 애써 무시했다.
플레이 볼.
한국의 좌완 선발이 마운드에 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다나카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어! 쟤 도하에서 나한테 홈런 맞은 녀석인데?"
"얘 또 무슨 소리하는거야."
동료직원이 어이없다는 듯이 다나카를 쳐다보았다.
다른 직원들도 또 허풍쟁이 다나카의 뻥카가 시작되었구나, 라는 듯한 눈길을 보냈다.
"아니 진짜라니까. 나 쟤한테서 홈런쳤었어. 도하, 도하 있지? 아시안 게임.
내가 사회인 야구 대표로 5번타자에 나갔는데, 첫타석에 딱 하고...."
"아 시끄러워. 해설 안들리니까 조용히 해.'
상사가 핀잔을 주며 그의 귀를 잡아당겼다.
"아야야야! 진짜라니까요 계장님"
"야 임마, 말도 말같은 소릴해야 믿어주지. 생각해봐라, 올림픽 결승 쿠바전 선발로
나올만한 투수가, 너같은 허풍선이 택배쟁이한테 홈런을 맞았다고? 참, 기가막혀서 웃음도 안나온다."
"아 나 진짠데..."
아무도 믿어주는 사람이 없자 다나카는 어깨를 움츠리며 쥐죽어가는 목소리로 최후의 저항을 한다.
하지만 그 저항도 상사의 일침에 흔적도 없이 무너져 버린다.
"궁시렁 거리지 말고 밀린 배달이나 나가 임마. 야 근데 저 투수 잘 던지네. 쿠바 애들이 꼼짝을 못해."
상사는 옆에 있던 다나카 말고 딴 직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네요. 한국 센데요. 금메달 한국이 따는거 아닐까 몰라요."
"그 잘던지는 투수한테 제가 홈런을 쳤다는거 아닙..."
"아 시끄러. 넌 빨리 배달이나 하러 꺼져."
다나카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상사가 말했다.
결국 다나카도 어쩔수 없이 택배차로 향한다.
"아 씨...진짠데. 아 맞다. 그거 어디 뒀더라..."
택배차에 오른 다나카는 갑자기 생각난 듯이 무언가를 찾기 시작한다.
"여기 있었구나. 헤헤."
차 시트 뒤에 꿍쳐놓았던 동그란 물체.
도하 아시안 게임 은메달이었다.
"임마, 너는 봤지? 이 형이 그 뚱보 투수한테 홈런치는거."
은메달은 아무 말도 없이 다나카를 쳐다볼 뿐이었다.
다나카는 그 은메달을 목에 걸고는, 엑셀을 힘차게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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