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몰데에서 맨유로 이적할 당시 낯선 올드 트래포드에 도착해 어쩔줄 몰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한 구단 가이드가 내가 노르웨이에서 온 관광객인줄 알고 다가와 한참 수다를 떨더니 마지막에 "자, 이제 뭘 하실 건가요?" 라고 물었다. "전 오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계약할 겁니다." 직원은 한참이나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사람한테 빌린 펜으로 맨유 입단계약서에 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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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독은 "첫 6개월은 리저브에서 뛰면서 잉글랜드에 적응해라. 내년 1월부터 너의 1군 합류를 생각해보겠다" 라고 말했다. 그렇게 리저브에서 뛰고있는데 마침 앤디 콜이 다쳐 팀은 스트라이커가 필요해졌다. 마법처럼 1군 기회가 약속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고, 내가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올라 데뷔골을 넣는 데 필요했던 시간 - '6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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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깜짝 데뷔 이후에도 코치들은 날 바로 믿지 못했다. 운이 좋은 어린 선수의 반짝 활약쯤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시간이 좀 더 흐르고 노팅엄 포레스트전 80분에 또 다시 교체 출전하게 되었다. 짐 라이언 코치는 날 투입시키며, "올레, 지금 4-1으로 이기고 있으니까 나가서 이상한 짓 하지말고 그냥 볼이나 지키다 들어와." 라고 말했다. 어린 나에게 볼만 지킬 생각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그날 10분동안 내가 폭격한 골 - '4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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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999년 바이에른 뮌헨과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나를 철저하게 무시했다. 락커룸에서 퍼거슨 감독은 셰링엄만 불러서 길게 얘기했을 뿐, 나에게는 아무런 주문도 지시도 하지 않았고,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난 크게 분노했다. '올시즌 내가 17골이나 넣었다고, 그것도 대부분 교체로. 그런데도 당신은 내게 아무런 말도 시키지 않을 작정인거야?' 그가 나를 대하는 태도는 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경기가 9분 남았을 때 드디어 투입 지시를 받았다. '당신이 틀렸다는 걸 증명해 보이겠어', 독기를 품고 누캄프로 걸어들어갔다. 경기가 인저리타임으로 접어들었고 뮌헨과의 1-1상황, 마지막으로 단 한 번의 킥만이 남아있었다. 데이비드 베컴이 팔을 휘두르며 코너킥을 올렸고, 공은 기적처럼 나에게 떨어졌다. 그리고 몇 초 후 경기장은 광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오프사이드인지 확인하기 위해 스코어보드를 바라보았다.
OLE GUNNAR SOLSKJAER - 9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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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에서 만약 저것이 퍼거슨의 빅픽쳐였다면 소름이네요. 선수들 동기부여 하는데에 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