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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1/13 18:59:14
Name SKY92
File #1 Group_D.jpg (25.9 KB), Download : 36
Subject [스타1] 원조 키보드 파괴신.jpg(임요환 자서전 내용있음)


이미지 출처:">

이미지 출처: http://www.gosugamers.net/news/7205-wcg07-didi8-real-time-strategy-legend


2002 WCG에서는 조별 리그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조별로 두 명만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는데 나는 미국과 페루 선수에게 이미 2패를 당한 상황이었다. 조별 리그 성적은 4승 2패였고 마지막 7번째 경기에서 승리하면 재경기이고 지면 완전 탈락이었다. 조별 리그에서의 탈락은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었고 그런 상황을 스스로가 납득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어떻게든 고비를 넘겨야 했다.
16강전(주: 사실 40강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의 상대는 불가리아의 디미타르 알렉산드로프 선수였다. 맵은 네오 레가시 오브 차였고 불가리아 선수는 프로토스를 선택했다. 외국 선수 가운데는 빠른 타이밍에 멀티를 하면서도 곳곳에 멀티를 하는 확장형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7시, 불가리아 선수는 5시에 나왔는데 맵의 자원을 거의 다 쓰는 상황까지 갔다. 몇 번의 게릴라 작전으로 상대 진영에 타격을 주려고 했지만 초반 공격이 거듭 실패하면서 상황이 점점 어렵게 돌아갔다. 불가리아 선수는 내 공격을 번번이 잘 막아내며 멀티를 하나씩 늘려나갔다.
게임은 갈수록 나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내가 유닛을 몽땅 잃어서 남아있는 자원으로 유닛을 뽑는 살 떨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동안 상대 선수는 잘 막아내며 멀티를 늘려가고 있는 상황까지 발전했기 때문이었다. 상대가 자연스럽게 다른 지역 스타팅 포인트를 가져가는 걸 보고 나도 다른 지역 스타팅 포인트를 내 멀티로 안정시키려고 했다. 센터 진출을 하려다가 문득 상대방 질럿의 숫자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게이트가 20개가 넘었다. 차고 넘치는 자원으로 게이트를 늘려나갔고 그렇게 많은 게이트에서 질럿을 쏟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모여 있던 질럿 부대를 본 순간 정말 암담한 상황에 몰려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일. GG를 치면 16강에도 못가보고 탈락이었다. 어떻게든 재경기까지는 끌고 가야 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 이런 것일까?
프로토스가 질럿을 저그의 저글링만큼 뽑는 것은 처음 봤다. 센터 싸움을 하는데 상대 선수는 거의 컨트롤도 하지 않은듯이 그냥 밀고 들어왔다. 물론 그 질럿 부대의 숫자가 어마어마했는데 나의 주력 부대는 벌처였다. 수적으로는 내가 확실히 밀렸다. 하지만 벌쳐 공격과 마인 공격의 스플래시 데미지로 그냥 같이 폭사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상대도 나도 다시 유닛을 뽑기 위해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나는 그 틈을 타서 게릴라전을 시도했다. 상대의 멀티에 벌처 두 마리로 30~40마리의 프로브를 잡고, 캐리어가 나오려는 순간 파일런을 부셔서 멈추게 하고, 골리앗 3~4마리를 언덕에 내려서 자원을 못 캐게 하고, 어떻게든 시간을 벌기 위해 게릴라전을 계속했다. 불가리아 선수는 이미 전 맵의 3분의 2를 장악한 상황이었다. 나는 겨우 4분의 1정도의 자원밖에 사용하지 못했다. 이제 마지막 남은 스타팅 포인트를 누가 차지하느냐로 승패가 갈리는 시점이 왔다. 결국 그 멀티를 내가 차지하게 되면서 1시간 동안의 혈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난 경기가 끝난 후 완전히 기진맥진했다. 1시간 동안 경기를 벌였지만 나는 초반부터 계속 끌려 다녔고 경기 내내 암울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힘이 빠져 있었다.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는데 갑자기 "빡!" 하는 소리가 들렸다. 상대 선수가 키보드를 부수고 나가버린 것이었다. 그 선수는 결국 경고를 받았다. 다 이긴 경기를 내주었으니 얼마나 억울했을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한다면 나도 키보드건 컴퓨터건 다 부수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다 이긴 경기를 내주었으니 분명 그 무엇보다도 자신에게 화가 났을 것이다. 난 그렇게 구사일생으로 재경기까지 갈 수 있었다.


출처: 제 책장에서 찾아낸 임요환 자서전 "나만큼 미쳐봐"

http://www.ygosu.com/replay/?s_cate=all&s_race=&s_type=&search=didi&searcht=s&page=1&idx=8513  

실제 리플레이(사실 WCG 공식사이트에서도 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 사이트는 이미 사라졌기에...) 1.09 버전으로 치른 경기입니다. 

중계가 안된 경기라 리플밖에 볼 방도가 없네요.

저 경기 이기고 간신히 재경기 갔는데 재경기도 쉽지 않았는데 겨우 뚫었던.... 그리고 16강 더블엘리 토너먼트에서는 승승장구하며 우승했었죠. 저때 임요환선수가 IS 팀을 나왔던 상황이라 대회 우승이 절실했던 때였습니다. 아무튼 이거 예전에 리플레이로 본 기억이 나는데 와 이게 역전되네..... 라는 생각만 들었던;; 방송으로 중계된 경기였으면 어떤 반응이 나왔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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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3팬..
16/01/13 19:02
수정 아이콘
저 이거 봤는데 크크
Jace Beleren
16/01/13 19:15
수정 아이콘
임요환의 '누가봐도 다 진게임 억지로 안나가고 버티는 능력'이 커리어 통산 15승은 벌어줬을겁니다. 최연성이 다른거 다 그대로에 딱 임요환만큼 추잡하게 버티는 능력만 갖췄어도 8회 우승도 했을듯
16/01/13 19:22
수정 아이콘
8회우승은 억지죠. 박성준과의 4강전을 안버티다가 진거라고 하기도 뭐하고 오영종과의 4강전 등 다른 경기들도 마찬가지구요.
Jace Beleren
16/01/13 19:25
수정 아이콘
특정 경기를 이겨서 8회 우승~ 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냥 선수의 가치 자체가 달라졌을거 같아요.
16/01/13 19:27
수정 아이콘
힘들것같습니다.
최연성의 몰락은 끈질김의 부족이 아니라 손목부상과 피지컬의 몰락이었으니까요.
Jace Beleren
16/01/13 19:32
수정 아이콘
몰락하기전에도 기회는 많았죠.
16/01/13 20:15
수정 아이콘
그 기회 놓친게 끈질김부족때문은 아니었죠.
16/01/13 19:33
수정 아이콘
말씀들으니 갑자기 그 08년 초 권수현과의 은퇴경기가 생각나네요... 사실 그 전해인 2007년부터 이미 최연성선수의 기량이 전성기가 지난 시점이었고 최연성 본인도 서서히 마지막이 다가온다고 느꼈는지 그 해 전반기에 "불태우겠다."고 계속 이야기했는데.... 어느순간 (본인말로는 개인적인 사정때문에) 불태운다는 말을 안했고.... 아무튼 그 해부터 더 끈질겨진 경기 보여주다가 08년 초에 곰 TV MSL 시즌 4 32강 직전 손목부상을 당했고.... 그래도 나름 투혼을 발휘하며 32강 듀얼에서 권수현 상대로 1승은 했지만 최종전에서 다시 만난 권수현선수에게 엄청나게 압도당하며 탈락하고 은퇴선언했던.... 그 은퇴 경기때 뮤탈과 가디언에 앞마당 깨지고 본진 장악당할때도 차마 쉽게 포기못하는 모습보고 좀 짠했던 기억이 나네요. 예전의 최연성 GG타이밍이었다면 진작에 GG치고도 남은 상황에서도 끝까지 해볼려고 하는 그 모습에...
완성형폭풍저그가되자
16/01/13 19:45
수정 아이콘
임요환의 누가봐도 다 진게임 억지로 안나가고 버티는 능력은 다른말로 바꾸면 자원을 남기면서 컨트롤의 극대화를 끌어내는 스타일인 것이고요.
최연성은 자원을 남기지 않고 유닛을 뽑아 상대방을 압도하는 스타일입니다.
주병력이 궤멸하는 순간 임요환은 소규모 유닛 컨트롤로 시간벌며 남은 자원으로 부활이 가능하지만, 최연성은 주병력 궤멸하는 순간 미래가 없는 상황일 때도 있죠. 최연성 역시 비등한 상황이면 처절하게 버티다가 끝내 역전하기도 합니다.
시노부
16/01/13 19:45
수정 아이콘
추잡하다뇨ㅡㅡ;
Jace Beleren
16/01/13 19:46
수정 아이콘
임빠로서 찬양의 의미로 썼습니다 크크
시노부
16/01/13 19:49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야 크크 제가 오해했네욤... 하지만 그 추잡에서 왠지 마이큐브배 도진광 전이 떠올라서 영상한편 보러갑니다.
VinnyDaddy
16/01/13 20:36
수정 아이콘
도진광 14!!
16/01/13 22:25
수정 아이콘
이경기 대단했죠
11시 스타게이트 모여있는 곳에 파일런 부셔서 캐리어 나오기 직전에 언파워드 시킨게 대박이었습니다
王天君
16/01/14 00:30
수정 아이콘
제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건
이성은 대 이제동 (배틀크루저로 에결전에서 졌을 때) 이후 이제동이
박용욱 대 김정민 (파일런 두 개에 탱크가 갇혔을 때) 이후 김정민이

키보드 해먹었다고 알고 있네요. (김정민 해설은 핸드폰이었는지 키보드였는지 좀 헷갈립니다)
광개토태왕
16/01/14 11:33
수정 아이콘
자서전 집에 있습니다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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