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커플전 최고의 커플 ‘강민, 이헤영'
우승커플 인터뷰
“이벤트전이라 홀가분한 마음으로 재미있게 경기에 임했어요. 그래도 우승 하니 무척 기분 좋네요.”
18일 열린 ‘더게임스 창간기념 인텔 베스트 커플전’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강민·이혜영 커플은 대회가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그리 두각을 나타낸 커플은 아니었다. ‘연하남’,‘연상녀’라는 것이 그 이유. 그렇지만 이들은 이번 대회를 가장 재미있게 즐기며 당당히 우승, 최고의 커플임을 과시했다.
대기실로 돌아온 이혜영은 “연습할 때 저보고 맨날 ‘질 것 같다’고 구박했는데 제가 영미를 이기지 않았더라면 우승은 꿈도 못꿨죠. 상금은 제가 더 많이 받아야 해요”라며 장난스럽게 으쓱대는 여유를 보였다. 강민도 대강 인정한다는 듯 머쓱해하면서도 싱글벙글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것”이라며 방어에 나서는 그의 모습이 옹색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
실제로 강민은 결승전에 대비해 이혜영에게 “마지막 경기까지 할 수 있게 연결만 시켜주면 책임지고 이기겠다”고 장담을 했고, 이혜영은 4번째 경기인 김영미와의 개인전을 잡아내며 자신의 할 일을 다했다. 강민 역시 장담했던 대로 홍진호와의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숙소에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아서 PC방에서 함께 연습했어요. 지난 6주 동안 커플로 지내면서 아주 재미있었는데 이제 헤어져야할 시간이 됐네요.” 그러나 강민과 이혜영은 우승의 기쁨도 잠시 이날 경기를 마지막으로 헤어져야할 운명에 놓였다. 강민이 새로운 팀으로 옮기면서 더욱 바빠진 때문이다. “애인 만날 시간도 없대요.” 뾰로퉁한 이혜영의 고자질이 날카롭다.
사실 강민과 이혜영은 개인전에는 강했지만 팀플전에서는 힘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졌다. 아마도 6주간의 짧은 인연을 뒤로한 채 헤어져야만 하는 커플임을 예시라도 하는 듯 했다.
이 때 준우승의 아쉬움을 달래며 지켜보던 홍진호가 “민아∼ 약속대로 져줬으니 상금은 반띵이다∼아∼”라고 농을 던지고 나섰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웅열도 “나도 연습 많이 도와줬으니 뭔가 있겠지∼”라며 거들고 나서면서 대기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강민과 이혜영은 커플전을 다시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히 “언제라도 다시 기회가 오면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혜영이 강민 옆으로 다가 앉으며 “그때도 나랑 커플할거지?”하고 묻자 강민은 애교스럽게 “당연하지.다음엔 팀플전도 이기자”라고 화답하는 닭살을 연출했다.
결승전, 강민·이혜영 우승 시나리오로 진행
결승전은 강민·이혜영 커플이 우승을 거두는 시나리오를 따랐다.
성대결로 펼쳐진 1,2 경기는 당연히 남자 선수들이 승리, 각각 승점을 1점씩 챙겼다. 하지만 첫경기에서 보여준 김영미의 과감한 멀티와 버로우저글링은 강민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강민이 부랴부랴 타크템플러를 뽑아 김영미의 멀티를 파괴하고 아칸을 모음으로써 어렵게 이긴 경기였다. 두번째 경기에서는 홍진호 진영 바로 위에 몰래 게이트웨이를 하려던 이혜영의 프루브가 구석에 갇혀버리는 불운을 맞으면서 작전에 실패, 이후 쏟아지는 물량을 앞세운 홍진호가 낙승했다.
3번째 경기인 팀플전은 2 저그의 무서움을 실감케 해주는 경기였다. 김영미의 초반 저글링이 강민의 진영을 유린하면서 일찌감치 승패가 갈렸다. 홍진호·김영미 커플은 초반 저글링으로 강민을 무력화 시킨 후 뮤탈리스크와 럴커를 뽑아내 이혜영의 멀티를 무산시킨데 이어 떼 히드라 러시를 감행해 손쉽게 GG를 받아냈다. 특히 이 경기에서는 홍진호·김영미 커플이 지난 경기에서 임요환·서지수 커플에 당했던 아이디를 바꿔쓰는 전략을 전략을 그대로 들고 나와 멋지게 성공하면서 우승 문턱에 올랐다.
그러나 이어 벌어진 경기에서 이혜영은 처음 생산한 질럿으로 김영미의 드론을 무려 4마리나 잡아내는 전과를 올리면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러나 김영미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김영미는 상대방의 질럿이 본진에 진입하는 것을 절묘한 럴커 에그 변태 콘트롤로 막아낸 뒤 럴커 4마리로 이혜영의 본진을 압박해 들어갔다. 그러나 타이밍 좋게 생산된 옵저버를 이끌고 뛰쳐나온 이혜영은 럴커를 제거한 후 본진까지 치고 올라가며 승부를 갈랐다.
홍진호·김영미 커플에게는 4경기만에 승부를 짓겠다는 시나리오가 깨지는 순간이었지만 강민·이혜영 커플에게는 자신들이 승리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이어 벌어진 강민과 홍진호 간의 마지막 경기는 각각 프로토스와 저그 종족으로 일가를 이룬 두 선수간의 용호상박이었다. 서로간에 밀고 밀리는 접전이 이어진 끝에 승리의 여신은 강민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로써 강민·이혜영 커플은 처음으로 펼쳐진 커플 대항전 성격의 ‘더게임스 창간기념 인텔 베스트 커플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총 400만원의 상금과 각각 최고급 컴퓨터 1대를 부상으로 거머쥐었다.
‘더게임스 창간기념 인텔 베스트 커플전’ 팬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 속에 막내려
지난달 6일 개막된 ‘더게임스 창간기념 인텔 베스트 커플전’은 최고의 남녀 프로게이머들이 커플을 이뤄 경기를 펼치면서 대회기간 내내 팬들을 몰고 다녔다. 경기가 열리는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삼성동 코엑스몰 세중게임월드 내에 마련된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앞으로도 이런 대회를 계속 열어 달라”며 즐거워 했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특히 첫 경기에서는 남자 선수와의 성대결에서 ‘도 아니면 모’식으로 도박적인 플레이에 의존하던 여자선수들은 경기 횟수가 쌓이면서 상대 남자선수들의 간담을 서늘케할 정도로 수준 높은 기량을 과시, 팬들을 매료시켰다.
이에 처음에는 단순한 이벤트 경기로 생각, 승패의 갈림길에서도 랜덤을 선택해 경기에 임하는 등 장난스럽게 경기를 펼치던 남자 선수들은 회수를 거듭하면서 주종족으로 돌아오는 진지함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이번 대회는 총 12 경기를 진행하며 팬들의 두터운 지지를 받았다. 이 가운데 팬들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끌었던 임요환·서지수 커플은 4커플 가운데 4위를 차지하는 부진을 보이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반면 패자조로 밀렸다가 한 단계씩 치고 올라와 우승까지 차지한 강민·이혜영 커플은 가장 많은 4경기를 치르며 팬들의 뇌리에 최강의 커플임을 각인시켰다.
김순기기자(
[email protected])
발행호수 : 7 호
신문게재일자 : 2004.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