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스포츠 김태구] 월요일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 그리고 토요일까지. 게임계의 메인 아이템이라 불리는 스타크래프트 의 주요 리그만 섭렵하는데도 일주일 중 5일이라는 시간이 투자된다.
물경 20시간. 게다가 각종 게시판을 둘러보고, 예상을 하며 또 게이머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은 후 다시 게임을 보며 마치 축구장의 훌리건처럼 긴장하고 소리를 질러댄다. 그렇다 나는 스타크 마니아다.
그런 나에게 있어 추석은 게임 마니아로서의 삶을 잠시 접어두고 한 집안의 장손이자 대가족의 구성원으로서의 사회적 위치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성묘가 끝나고 저녁이 다가오면 항상 TV는 두 세계의 전선으로 구성 된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아이들의 의견이 모아진 탓인지, 아이들의 게임 채널 점령에는 어른들도 속수무책이다.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게이머가 나오기를 기다린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같이 보던 어른들의 반응이다.
“음, 요즘 저것 참 많이 하더라고. 우리 회사에서도 말야.”
“요즘은 뭐 온 가족이 한다고도 하던데?”
“저게 그렇게 재미있나? 맨날 오락만 보고 있으면 애들 공부는 언제 하려고 그래?”
이제야 겨우 한글 윈도우로 교육청 공문서를 보내시는 아버지도 이제 갈색 괴물들(저그 종족)과 노랗고 빨간 사람들(테란 종족)이 전쟁을 해서 이기려는 놀이인줄은 아신다. 이모도 고모도 삼촌도 하나 같이 스타크 가 ‘무엇’인지는 알기에 게임리그 대화는 제법 오래 갔다.
임요환 선수가 공중파 광고에 나와 선전했던 PC가 내 사촌들의 책상을 차지하고 있다. 사촌 중 한명은 프로게이머와 함께 찍은 사진 때문에 학교에서 알아주는 인기인이 되었고, 이제는 임요환 선수의 DVD를 사달라고 몇 주 째 부모님을 조르고 있다.
고향 동네의 길거리에서도 중학생들이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게임리그 이야기를 마치 나 어릴 적의 로봇 만화 지식 겨루기 하듯 열을 올린다.
게임 리그를 만들고 이끌어나가는 주체들과 마니아들이 걱정하고 속상해 하는 동안 세상은 천천히 게임을 받아들이고 아래에서부터 토양을 성숙시키고 있었다. 가족 단위에서 게임리그를 보면서 대화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김태구(PGR21 운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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