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도 스포츠 산업으로 컸다
[국민일보 2004-04-11 17:24:00]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진행되는 프로리그는 어떤 종목일까? 농구나 배구는 아닐테고 축구일까,아님 야구? 정답은 의외로 e스포츠로 불리는 프로 게임리그다.
야구는 4월부터 8개월간,축구는 3월부터 9개월간 진행되는데 반해 오는 17일 개막되는 ‘SKY 프로리그 2004’는 내년 2월까지 10개월간 진행된다. 1999년 처음 출범했던 게임리그가 출범 5년만에 최장 기간을 자랑하는 스포츠리그로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e스포츠란?=스타크래프트 등의 게임으로 승부를 가리는 종목을 말하지만 보다 넓게는 선수와 해설자,방송사 등을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2000년 문화관광부 산하단체로 설립된 한국프로게임협회도 지난해 12월 한국 e스포츠협회로 명칭을 바꿨다.
현재 국내의 11개 e스포츠 구단은 대부분 기업의 직·간접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 KTF와 삼성전자가 이미 프로게임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SK텔레콤도 13일 임요환 선수 등이 포함된 게임단 ‘4U’를 인수,창단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게임단에 대한 후원을 가속화하는 것은 e스포츠가 다른 종목에 비해 훨씬 적은 돈을 투자하고도 10∼20대들 사이에서 큰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화코드=현재 e스포츠는 iTV와 케이블 채널인 온게임넷,MBC게임 등이 자사 주최의 리그를 열고 있으며 게임 올림픽인 월드사이버게임스(WCG)가 2001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축구게임인 피파 등이 대표적인 종목으로 최근 들어선 철권4,위닝 일레븐 등의 비디오 게임이나 겟엠프드 같은 캐주얼 게임 종목 대회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e스포츠의 인기는 결승전 관람을 위해 2만여명 이상이 운집하고 결승전을 중계하는 케이블 채널의 10∼20대 시청률이 같은 시간대 공중파를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이러한 열풍은 마찬가지다. 지난해로 3번째 개최됐던 WCG의 경우 55개국에서 총 60여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역 예선이 치러졌으며 중국 공중파 방송인 CCTV가 자국 대표 선발전을 생중계하는 등 이탈리아,덴마크 등 17개국은 정부기관이 나서 대회를 후원하기도 했다.
◇전망과 과제=e스포츠는 세계 젊은이들의 인기 종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WCG 우승자에게 올림픽 우승자처럼 병역면제 혜택을 검토하고 있으며 칠레 올림픽위원회는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종목으로 인정할 정도다.
그러나 정작 세계적인 e스포츠 열풍을 주도한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e스포츠가 건전한 문화나 스포츠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폭력적인 내용이라는 선입관과 게임중독 등의 문제점이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게임업계가 인식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e스포츠 활성화보다 이런 인식을 바꾸는 노력이 더 시급하다”며 “인식 변화가 이뤄지면 자연스레 시장규모가 커지며 업계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훈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