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앙∼ 으앙∼”1982년 3월 15일. 새벽 두시 반에 세상 밖으로 뛰쳐나온 아들. 둘째를 낳고 6년 만에 얻은 늦둥이다. 부모님은 뛸 듯이 기뻤다. 이 녀석이 바로 2004년 프로게임계를 뒤흔들고 있는 ‘몽상가’ 강 민이다.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난 강 민은 2남 1녀 중 막내로 누나, 형과는 각각 9살, 6살 터울이다. 어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강 민은 ‘잘 울지도 보채지도 않는 순둥이’였다. 두 번(누나&형)의 출산 때완 달리 입 덧도 거의 하지 않았다고. 어머니가 민이를 가졌을 때 평소 잘 먹지 않던 큰 무와 막걸리가 자꾸 당겼다고 한다.
뱃속에서부터 순했던 아이, 태어나서도 민이는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착한 아이였다. 막둥이라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무럭무럭 자랐다. 어릴 적엔 양쪽으로 다섯 동씩 늘어선 빌라와 빌라 사이가 최고의 놀이터였다.
한 가운데에 서서 “얘들아 놀자!”를 외치면 메아리로 울린다. 10개 동에서 또래 친구들이 우르르르 몰려나오면 당시 최고의 놀이였던 ‘다방구(술래잡기의 일종으로 술래가 두 명)’가 시작된다.
20여명의 친구들이 즐기기엔 ‘다방구’만한 놀이는 없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동네 골목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다 보면 해지는 줄 모른다. 어쩔 땐 술래를 피해 옆 동네까지 줄행랑을 치다 두세 시간쯤 후에 돌아오곤 했다.
이 세상에서 ‘다방구’가 가장 신나는 놀이인 줄 알았다. 오락실이란 곳을 가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6살 때 처음 간 오락실은 말로만 듣고 상상 속에 그려온 디즈니랜드보다도 더 신나는 놀이천국이었다. 50원짜리 동전 하나면 뭐든지 가능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동네 오락실로 한걸음에 달려가고 형에게 질질 끌려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며 얻는 기쁨과 환희에 비하면 형에게 몇 대 얻어맞는 것쯤은 감수할만했다.
민이는 형과는 딴판이다. 외모는 아버지를 성격은 어머니를 닮아 온순하고 착했다. 단 한번도 부모님 걱정을 끼쳐드린 적 없는 ‘알아서 잘 자라는 덤’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사고 친 기억이 하나 있다.
초등학교 입학 직전의 일이다. “그냥 책을 하나 집어서 뱃속에 넣으면 되는 거야. 잘할 수 있지?” 동네 서점 앞에서 친구로부터 꼼꼼하게 교육을 받은 뒤 서점으로 들어갔다.
친구가 알려준 대로 책 한 권을 뱃속으로 넣으려는 순간, 주인 아저씨의 예리한 시선에 딱 걸린 것. 서점에서 2시간동안 무릎 꿇고 벌을 섰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일이 얼마나 나쁜 짓인지 그때 알았다.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할 나이에 저지른 철없는 행동이었지만 이후론 단 한번도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일은 없었다. “아직도 그때의 두려움을 잊지 못해요. 서점 아저씨가 제 나이가 너무 어리니깐 겁을 주려고 ‘경찰아저씨를 부른다’며 협박(?)을 하셨는데 어린 나이에 얼마나 무서웠다고요.”
프로게이머 | 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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