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홍진호의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폭풍저그' 홍진호(22·KTF)가 달라졌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부드럽게 보였던 그가 최근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최근 마이큐브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와 MBC게임 승자조에서 8강에 올랐다. 양대 리그에서 모두 8강에 안착한 선수는 홍진호가 유일하다. '테란 황제' 임요환(23·오리온)이 MBC게임 스타리그 예선에서 탈락하고, '천재 테란' 이윤열(20·KTF)이 온게임넷 스타리그 16강에서 탈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여름시즌 온게임넷 스타리그 결승전에서 서지훈(20·GO)에게 3대2로 패해 아깝게 우승을 놓쳤던 충격도 씻은 모습이다.
사실 홍진호는 한번도 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항상 우승후보로 꼽혀 왔다. 지난 봄 위너스 챔피언십을 제외하고는 번듯한 우승 한번 하지 못하고 프로게이머 최강으로 꼽히는 '4대천왕'에 올랐다. 이유는 간단하다. 결승전에는 항상 그가 있기 때문이다. 2001년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임요환이 황제로 등극할 때 상대가 홍진호였고, 이윤열이 MBC게임 스타리그에서 첫우승을 차지할 때도 적수는 홍진호였다.
"매번 우승을 놓치는 것이 버릇이 됐는지 이제는 정신적 충격도 적은 것 같아요. 남들에 비해 스트레스를 덜 받는 거죠." 그는 소탈하게 웃어 넘기지만 남모를 아픔을 이겨내고 있다. 서지훈과 맞붙은 지난 결승전에서 진 뒤 남몰래 선수 대기실에 들어가 울음을 삼켰다. 항상 '2인자'라는 짐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홍진호는 요즘에서야 프로게이머들 사이에 '최강'이라는 칭찬을 듣는다. 경기를 치를 때마다 폭발적으로 상대방을 압박하는 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도권을 놓치는 경기가 거의 없다. 지난주 초 벌어졌던 온게임넷 스타리그 8강진출 재경기에서 나타난 그의 실력은 최강이었다.
이윤열과의 경기에서 서로 본진을 공격하는 물고 물리는 양상으로 게임이 전개됐지만 승자는 홍진호였다. 엄재경 온게임넷 해설위원은 "왜 홍진호가 폭풍저그인지 본 사람만이 안다. 끊임없는 공격에서 그의 진가가 드러난다"고 극찬했다.
홍진호의 올가을 목표는 진정한 1인자로 거듭나는 것이다. 들러리는 이제 지겹다.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22연승을 올리며 스타로 올라섰을 때처럼 '천하무적' 홍진호로 거듭나고 싶다. 홍진호의 팬카페 회원수도 10만명을 넘어섰다. 웬만한 인기가수 뺨치는 숫자다. 임요환을 제외하고는 프로게이머 가운데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열심히 해서 우승하고 그동안 절 지켜준 팬들에게 보답할 겁니다." 결승 직전 인터뷰 때마다 말하는 그의 대사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황재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