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출신 해설자 | 김동수 VS 김동준
“자기관리로 승부” VS“나만의 표현방식 고수”
프로게이머 경험은 해설을 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론적인 해설보다 경험에서 터득한 해설로 게임의 맥을 잘 짚어 낸다는 점이 프로게이머 출신 해설자들만의 강점이다.
프로게이머 출신 해설자로는 김동수, 김동준, 김도형, 김창선, 임성춘, 김대기, 성상훈 등이 있다. 이 중 프로게이머로서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으며 게임해설자의 자리도 탄탄한 입지를 다지고 인정받고 있는 두 사람을 만났다. 바로 김동수와 김동준이다.
나이가 같고 이름이 비슷하다는 점 이외에 비슷한 시기에 해설을 시작해 양대 방송사의 인기 해설자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김동수] 게임과 해설 ‘병행’
가림토 김동수(23)가 게임해설자로서 첫 무대에 선 것은 2001년 부산방송(PSB)에서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의 장래가 불확실함을 인지하고 어떻게 영역을 넓혀갈까 고민하던 시기였기에 해설자 제의를 선뜻 받아들이게 된 것.
당시에는 프로게이머 출신의 해설자가 드물었던 시기로 유명 프로게이머였던 그가 ‘킹덤 언더 파이어’ 해설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해 인천방송(iTV)에서도 스타크래프트 해설제의가 들어왔다. 프로게이머가 아닌 해설자로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프로게이머들이 전성기를 지낸 이후 해설자로 탈바꿈하는 것과 달리 그는 한창 전성기를 누리고 있을 때 해설자를 병행했다.
프로토스 유저였던 그는 게임해설을 시작하면서 저그나 테란 등 다양한 종족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게임에만 파고들어도 힘든 것이 치열한 프로리그세계.
그러나 그는 2001 스카이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우승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루며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현재 게임해설자와 게임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타프시스템에 입사해 개발자의 길로 들어서면서 잠시 프로게이머 은퇴를 선언했으나 머지않아 복귀할 계획이라고.
‘핫브레이크 대학리그’가 끝나고 현재 온게임넷에서 ‘피망배 프로리그’, ‘주니어 네이버’ 해설을 맡고 있다.
■ 가려운 곳 긁어주는 효자손
그는 해설자와 프로게이머를 병행하면서도 스타리그 우승까지 거머쥘 수 있었던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다. 또한 해설자로서도 가려운 곳을 알아서 긁어주는 역할로 사랑받고 있다.
현재 프로게이머들이 가장 닮고 싶은 선배로 그를 꼽는다. 다양한 도전으로 자기 개발에 소홀함이 없으며 어떤 영역에서든 최고의 자리를 지켜낼 줄 아는 그의 능력을 높이사고 있는 것.
“게이머 출신이라 게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큰 도움이 됩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떠한 전략을 구사할지 게이머 입장을 대변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프로게이머로서의 기량을 유지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게임계를 주름잡는 실력파 프로게이머인 그였기에 팬들의 신뢰가 더 깊었다.
해설자로 설 때엔 게이머 활동이 도움이 됐고 게이머일 때엔 해설자의 다양한 지식과 날카로운 시선으로 경기를 풀어 나갔다. 한 곳에 안주하는 삶이 싫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온 그는 자신의 젊음을 게임에 바쳤다고 말한다.
“벽에 X칠할 때까지 게임을 하고 싶습니다. 내 존재가치를 확인시키고 내 젊음이 반짝하는 인생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곧 복귀해 또 다시 전성기를 누려볼 생각입니다.”
[김동준] 은퇴 후 전문 방송인 ‘변신’
김동준이 프로게이머로서 한창 전성기를 보낸 시기는 1999년부터 2000년도까지다. 당시 하이텔 게시판에는 게임의 전술과 전략에 대한 논쟁이 치열했고 게시판 관리자로 활동하던 그는 공격적이고 날카로운 지적으로 주목받았다.
인기 프로게이머가 직접 게시판을 관리하며 흥미로운 경기 후기 등을 올리다보니 자연히 그의 팬들도 늘어났다. 장재혁 PD 또한 그의 팬이었다.
MBC게임에 입사해 리그방송을 담당하게 된 장 PD는 김동준에게 ‘종족최강전’ 해설을 부탁했다. 당시 슬럼프를 겪고 있었지만 메인 잡은 늘 프로게이머였고 해설자는 부업이었다.
그는 2002년 6월 정식으로 ‘스타’ 프로게이머 활동을 중단하고 게임해설자로서 거듭날 것을 선언했다. 그는 ‘스타’ 이외에 ‘워3’ 해설자로도 확고히 자리를 굳히고 있다. 틈틈이 해설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워3’ 게이머로도 활동, 4전 전승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스타리그는 MBC게임이 온게임넷의 아성을 뛰어 넘지 못한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워3’는 이미 MBC게임이 더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방송을 앞두고 ‘워3’ 게이머들과 직접 게임을 하는 것으로 준비를 대신한다.
현재 그가 해설을 맡고 있는 방송은 MBC게임 ‘LG IBM배 팀리그’, ‘하나포스 센게임배 스타리그’와 ‘손오공배 워3 프라인리그3’, ‘MBC 무비스배 CTB3’이다.
■ 매니아가 공감하는 정확한 멘트
그는 전문방송인답게 매주 타이트한 방송 스케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의 팬들 중에는 언제부턴가 그가 한때 날리던(?) 프로게이머였다는 사실을 모르는 팬들이 더 많아졌다.
“게이머일 때는 몰랐는데 프로게이머들의 경기를 보면 안타까운 면이 너무 많이 보여요. 해설자로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니 경기의 흐름이 훤히 들여다보인다고나 할까요?”
게이머를 그만 두고 해설자의 길을 택한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게이머 활동 때보다 더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인기 해설자로 자리를 굳혔기 때문이다.
게임방송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때문에 ‘스타’와 ‘워3’ 모두 매니아 층이 공감할 수 있는 해설을 추구한다.
“게임 해설자가 스포츠 해설자나 아나운서처럼 격식을 차려가며 똑 부러지게 방송한다면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게이머들의 마음에 와 닿는 표현방식을 주로 사용합니다.”
간혹 그의 해설을 ‘수준 낮다’고 평하는 시청자들도 있지만 매니아들은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친숙하고 마음에 와 닿는 표현방식이 인상적이라는 것.
“내 인생은 ‘게임’을 빼 놓고 논할 수 없습니다. 게임에 내 전부를 걸었으니까요. 앞으로 게임관련 벤처기업 사장이 꿈이에요. ‘뽀대’ 나잖아요!^^”
사진=유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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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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