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이후 입영연기 '불가'.
은퇴 '고민중'
병역특례업체 입사도 '저울질'
9월 4일은 훤칠한 키에 매력적인 눈웃음을 갖고 있는 임요환의 생일이다. 신문마다 그를 취재한 기사들이 빠지지 않고, 잡지나 방송에서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다. 30만명이 넘는 팬클럽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를 고정적으로 따라다니는 팬 중에는 70%가 여학생이다. 이메일을 주고 받는 팬레터는 이틀 정도면 저장할 용량이 다 차버린다. 억대 연봉을 체결한 국내 최초의 프로게이머의 생일이 바로 9월 4일이다. 그러나 23번째 생일은 우리나라에선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임요환의 화려한 드랍쉽운용을 볼 수 있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일까.
온게임넷 KTF EVER컵 프로리그에서 우승, 다시한번 건재를 과시한 임요환의 군입대와 은퇴시기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1980년생인 임요환은 올해 9월 4일을 기점으로 만 23세로 만 24세가 되는 내년 9월 4일까지만 군입대 연기가 가능하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더 이상 군대를 연기할 수 없는 상황. 올해 동아방송대학을 졸업한 임요환은 군입대 시기를 연기하기 위해 원광디지털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현행 병역법으론 4년제 대학 군입대 제한연령은 만 24세다. 만 24세가 되는 내년 9월 4일까지가 마지노선이다. 임요환은 군복무 수행을 위한 신체검사 결과 1등급을 받았다. 내년 9월 4일 이후엔 임요환은 군입대 규정에 따라 현역입영 대상자로서 자동적으로 병무청으로 명단이 넘어가게 되고 생일인 9월 4일 이후 빠르면 약 1개월 후에 자동적으로 군입대 영장이 나온다. 결국 빠르면 내년 생일즈음엔 군에 입대해야 한다. 이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연기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임요환은 군입대방법과 은퇴시기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동양제과와 맺은 계약도 군입대를 고려해 1년 전속 계약으로 체결했다. 이 계약도 오는 11월 28일이면 끝난다. 병역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한 장기계약은 어렵다. 그럴 경우 병역특례 등 각종 혜택으로 직접적으로 군입대를 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선수로서의 활동은 내년 초가 마지막이다.
은퇴시기 놓고 주판알 튕긴다(?)
임요환의 군입대와 은퇴는 지난해부터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임요환은 지난해까지 동아방송전문학교를 다니면서 프로게이머로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전문대는 만 22세까지만 제학생 신분으로 군입대 연기가 가능해 동아전문학교를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군대에 입대해야 했다. 은퇴 얘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것은 당연지나. 그러나 임요환은 군입대 연기를 선택했다. 올해 동아방송전문학교를 졸업하고 4년제인 원광디지털대로 학적을 옮긴 것, 지난해 동양제과와 2억원 1년 전속 계약을 맺으면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해 군입대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광디지털대로 학적을 옮긴 것도 불과 2년의 시간을 벌어준 것일뿐 군대 문제에 대한 완전한 해결을 의미하진 않았다. 학적보유자 재학생 입영연기라는 병역법에 따라 만 24세까지만 군입대를 연기할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1년이 지났다. 다시 군대 문제는 임요환을 괴롭히는 최고의 고민꺼리로 등장했다.
병역문제는 최대 고민 거리
물론 적법한 절차에 따라 현역 군입대를 피할 방법은 있다. 병역특례업체에 입사하는 방법이다. 임요환과 같은 80년생인 김대기는 현재 게임개발업체 조이온의 거상팀에서 병역특례로 복무중이다. 임요환보다 1년뒤진 81년생 김동수도 마찬가지. 그러나 현역 군입대를 피했다고 프로게이머로서의 활동을 지속할 수는 없다. 병역특례도 엄연히 병역의무 이행기간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직업활동을 전개할 순 없다. 따라서 은퇴후 병역특례업체 입사가 임요환 개인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다.
임요환이 군입대와 은퇴시기를 놓고 고민하는 것은 현역입영이 사실상 선수생활의 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프로게이머이자 초대 세계챔피언이었던 황금의 손 신주영이 대표적인 예. 자신의 이름을 건 책을 낼 정도로 유명세를 누렸지만 군대를 갔다 온 후 예전의 그다운 면모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재기를 꿈꾸지만 일취월장한 선수들의 실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임요환이 자신의 이름을 건 PC방 사업을 전개한 것도 은퇴이후의 생활을 염두해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은퇴이후도 고려하고 있는 듯
임요환 선수가 군입대 문제를 결정한다면 은퇴시기와 장소는 언제 어디일까. 군입대를 염두해 둔다면 은퇴시기는 올해말과 내년초 사이에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은퇴장소는 임요환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해 온 온게임넷 프로게임대화가 유력하다. 정상의 자리에서 은퇴를 한다면 한해를 마무리하는 각종 시상이 준비돼 있는 올 마지막 게임대회가 은퇴 시기로 가장 적당하다. 프로게이머로서의 활동을 가장 화려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프로게임계의 전설로 명성을 떨친 임요환에 걸맞는 무대이기 때문. 프로게이머인 가림토 김동수도 지난해 12월 온게임넷 파나소닉배 스타리그를 끝으로 은퇴하고 개발사인 타프시스템에 병역특례로 입사했다. 임요환측 관계자는 "군입대를 마냥 늦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군입대나 은퇴시기는 임요환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며 "그러나 최근 코앞으로 다가온 군입대 문제에 대해 임요환 본인도 답답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칫 은퇴시기를 놓친다면 임요환 본인에겐 심각한 타격이 될 수도 있다. 병역특례를 받는다 하더라도 시험등을 대비한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동안 임요환은 프로게이머로서의 명성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정상의 자리에서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는 시간은 내년 초까지다.
한편 많은 게임팬들과 전문가들은 임요환 선수를 계기로 프로게이머들의 병역특혜문제를 공론화시킬 전망이다. 프로게이머가 탄생한지도 3년이 다됐지만, 아직 직업으로조차 인정받지 못한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프로게이머는 일반스포츠같이 모든 연령, 그리고 대부분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아직까지는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봉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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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경향e게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