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테란' 이윤열(20·KTF)의 기세가 한껏 올랐다.
이윤열은 지난 23일의 승리로 KT·KTF 프리미어리그에서 8주째까지 파죽의 8연승을 올렸다. 20명의 스타급 프로게이머가 출동한 최고의 대회에서 거둔 성적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무패의 전적이다. 지난해 말 국내의 모든 게임대회를 석권하던 기세를 보는 듯하다. 프리미어리그 전승(11연승)의 대기록을 이룰지 게이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요즘 프로게이머를 만나 가장 무서운 선수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나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바로 이윤열이다. 이윤열이 한번 점찍은 대회는 꼭 우승한다는 얘기들도 꼭 덧붙인다. 올가을 마이큐브배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우승한 프로게이머 박용욱(21·오리온)도 "이윤열이 마음먹고 경기에 임하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며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강력한 전술과 컨트롤이 정말 무섭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이윤열의 대활약은 한동안의 부진을 극복한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끈다. 그는 한때 "슬럼프에 빠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년간 우승을 하지 못한 시기가 있었기 때문. 지난해 말 이윤열의 욱일승천의 위세로 보면 심각한 부진이었다. 결승에 진출하면 반드시 우승한다는 '결승불패'의 신화도 깨졌고, 16강 예선에서 탈락하는 고배도 마셔봤다. 심리적 요인이 컸다는 게 주변의 분석. 그는 부진을 탈피하기 위해 절치부심 노력해왔다.
이윤열의 부활과 연승행진,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박용욱, 성학승(20·케이텍) 등과 만났을 때 패배의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다른 게임대회에서 예선 탈락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초반 심리적으로 위축된 결과였다. 이윤열은 "연습량은 항상 비슷했기 때문에 관건은 마인드컨트롤이었다"면서 "위기상황에서 빠르게 침착을 찾은 게 고비를 벗어난 힘"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윤열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민(22·슈마지오) 전태규(20·KOR) 장진수(23·AMD) 등 3명의 상대를 남겨두고 있다. 이들만 꺾으면 전승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이윤열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강민이 남았다. 그것도 마지막 경기인 11주째에 닥친다.
이윤열의 목표는 11연승으로 우승하는 것. 연승으로 거둔 상금만 해도 벌써 960만원. 웬만한 게임대회에서 준우승은 해야 거둘 수 있는 상금을 확보한 상태인 데다 이대로라면 20명의 스타급 선수들 중 1,000만원 상금을 돌파할 유일한 선수가 될 가능성도 있어 우승에 대한 욕심이 남다르다.
그는 "강민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도 있고 또 마지막 경기라 컨디션 조절이 부담스럽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TF매직앤스 정수영 감독은 "현재 이윤열만큼 강력한 선수는 드물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한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그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윤열은 최근 2004년 인하대학교 컴퓨터공학부 수시모집에 합격하면서 향후 진로에 대한 부담을 떨쳐버렸다. 정규 4년제 대학에 수시전형으로 진학한 첫번째 프로게이머로도 이름을 올렸다. 그가 더욱 신바람을 내는 이유다.
황재훈 기자
[email protected]